마음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
요즘은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는 일이
하루의 일정처럼 자연스러워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문득, 숨을 들이마시는 틈에
그 이름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처음엔 그게 설렘 때문인 줄 알았다.
연애 초반에 찾아오는,
자기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파동.
밤이 깊어도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익숙한 전초전 같은 감정.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심장이 빨리 뛰지 않았다.
머릿속이 붕 뜨지도 않았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하루가 흔들렸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이름처럼.
자주 만나지 않아도,
연락이 뜸해져도,
그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닌 것처럼.
그 사람의 이름은
그런 방식으로 내 하루에 스며들었다.
출근길에 버스에서 멍하니 창밖을 볼 때,
저녁에 물을 뜯어놓고 잠깐 멍해질 때,
핸드폰 배터리가 1% 남은 순간조차
그 이름이 떠올랐다.
놀라운 건,
그 이름이 떠오른다고 해서
마음이 요동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이미 마음이 자리 잡은 모양새로
조용히 나를 흔들었다.
예전의 나는
사랑이란 항상 ‘파동’이라고 믿었다.
설레서 흔들리고,
싸워서 흔들리고,
불안해서 흔들리고.
사랑이란 결국 ‘흔들림의 총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연애를 오래하면 어느 순간
그 흔들림이 사라지는 때가 온다는 걸.
감정이 단단해져서가 아니라,
함께한 시간이 마음의 결을 바꿔버리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이름이 하루를 흔드는 방식도 달라진다.
예전엔 이름 하나에 잠이 오지 않았고,
식탁에 앉아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게 1막이었다.
이제는 2막이다.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살짝 기울어진다.
그 기울기가
삶을 무너뜨리는 방향이 아니라
살아가게 하는 방향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흔든다는 건
반드시 큰 파도가 밀려와야 한다는 뜻은 아니구나.”
어쩌면 하루를 흔드는 건
이름 하나가 조용히 마음에 닿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없는데도,
그 사람이 오늘 내 앞에 없는데도,
내 하루가 조금 달라지는 것.
그게 사랑의 다음 모습이었다.
그 사람 없이 흘러간 하루인데도
그 사람이 있는 듯한 하루.
친구들의 이름이 그러하듯,
그 사람의 이름도
이젠 내 삶의 구조에 들어와 있었다.
흔들린다는 것은 가벼워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흔들린다는 것은
마음의 방향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방향이
조용히 그 사람 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