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과 머무는 속도에 대하여

두 개의 사랑이 가르쳐준 서로 다른 리듬

by 서녘

사랑을 두 번 했다.


짧고 아팠던 사랑 하나,
길고 조용히 나를 살린 사랑 하나.


이 두 개의 사랑은
마치 전혀 다른 시간 위에서 움직였다.


첫 번째 사랑은

불꽃처럼 빠르게 타올랐다.


짧은 설렘, 빠른 내달림,
그리고 예고 없이 끊어진 마음.


그때의 나는
사랑이란 마음이 먼저 뛰면
대도 같은 속도로 뛰어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느린 반응이
미묘한 거리감이
모두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잠수 이별이 남긴 건
이별보다 더 큰 혼란이었다.


“왜?”라는 질문으로 몇 달을 보냈다.


사랑의 속도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랑.


이 사람은
느리게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말이 많지 않고,
대신 행동이 조금씩 쌓여
나를 안심시키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답답했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 올지
도무지 속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빠르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깊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 대신 행동이,
선물 대신 일상이
조용히 나를 안쪽에서 감싸는 방식.

그 속도를 이해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연애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걸
나는 분명히 느꼈다.


첫 번째 사랑은
‘흔들림의 속도’를 알려줬고,


두 번째 사랑은
‘머무는 속도’를 알려줬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닿는 데는
어떤 사람은 하루가 걸리고,
어떤 사람은 한 달이 걸리고,
어떤 사람은 몇 년이 걸린다.


사랑의 시작도,
사랑의 유지도,
심지어 사랑의 끝마저도
속도는 모두 다르다.


내 마음도 그랬다.


첫 번째 사랑에서
너무 빠르게 흔들려 무너졌던 마음이
두 번째 사랑 안에서
천천히 제 위치를 찾아갔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사랑을 쫓는 이유는
그 감정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 보고 싶어서가 아닌가 하고.


누구와는 너무 빨라서 놓치고,
누구와는 너무 느려서 곁을 맴돌고,


그리고 아주 가끔
누구와는 딱 맞는 속도로 걷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 순간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내 이야기는 지금
바로 그 지점에 대한 기록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두 개의 사랑이 떠올랐다.


그 사랑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며
나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데려갔다.


첫 번째 사랑의 흔들림은
내 마음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알려줬고


두 번째 사랑의 머무는 속도는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줬다.


두 속도는 전혀 달랐지만,
그 둘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흔들린다고 불안해하지도,
머문다고 안심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속도를 보고,
내 속도를 확인하고,
두 마음이 만나는 지점을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면 된다는 걸 안다.


사랑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건
내가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뜻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와 속도를 맞춰보고 싶은 마음이
다시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오늘 나는
흔들림도, 머무름도
모두 사랑의 일부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인정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사랑이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조금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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