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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hope Nov 26. 2023

D+2. 요세미티에서 첫 등반

El Capitan Picnic Area - Nutcracker

* 함께 한 클라이머들의 이름은 간략하게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함 *




2023. 06. 28


날이 밝자마자 캠프 4 관리사무소로 달려가 체크인을 마쳤다.

캠핑 사이트도 요청하여 화장실 옆으로 재배정받았다. 앞으로의 2주를 편안하게 보내려면, 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갖춰진 곳 옆이 펀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

짐을 옮기면서 물건들을 차례대로 정리하고, 간단하게 등반 짐을 챙겨 나섰다.


'이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바로 등반을 시작하는 건가?' 싶었지만, 

쉽고 짧은 코스로 간단하게 몸을 푼다고 하셨다. 그래서 향한 곳이 Nutcracker(너트크래커)이다.


너트크래커 코스가 위치한 곳은 엘케피탄 피크닉 지역으로 이곳에 주차를 하고, 5분만 걸어가면 나타난다.

El Capitan Picnic Area

Northside Dr, California 95389 미국


이른 아침 Picnic Area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밥을 해먹기도, 혹은 등반을 준비하거나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여러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 팀도 쉬는 날 이곳에서 낮잠 자며, 침낭과 텐트를 말리기도 했다.

밤 이외에는 계속 주차도 가능하고,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캐비닛도 있다.


Picnic Area에 도착하면 주차장 바로 옆에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이곳 옆에 샛길이 있는데,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바위가 나타난다. 



어프로치도 매우 짧은 편에 속하고, 이곳은 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가볍게 등반하기 좋은 곳이다. 보통 원정 오는 많은 한국 팀들은 이곳에서 바위 적응 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Picnic Area 바위에서 유명한 코스는 너트크래커이지만 이 코스 외에도 다양한 크랙 루트, 멀티피치 코스들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 5 피치 정도의 짧은 코스라서 부담 없이 등반할 수 있다.

이곳에서 등반 적응할 겸 나의 등반 실력을 평가해 볼 수 있다. 만일 여기서의 등반이 벅차고 힘들다면 다른 거벽 등반은 포기해야 한다고... 너트크래커도 5.8에 해당하는 쉬운 코스인데 이마저도 힘들다면 요세미티에서 등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너트크래커 이외에도 재미있어 보이는 루트들이 꽤나 많다!

쉬는 날 회복 등반 겸 와서 리딩을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거벽 등반의 후유증은 매우 컸다.

안타깝게도 선등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못해보고 와버린 게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The Nutcracker Suite (aka Nutcracker) / 5.8

▶️ 등반 소요 시간 : 2시간 (14:50 - 16:50)
* 어프로치 : 5분
* 하산길 : 20분 (탑 앵커 지점에서 뒤로 내려올 수 있는 길이 있음)

▶️ 등반 장비 : 60m 로프 2동, 퀵드로 1세트, 캠 1세트, 개인 장비(하네스, 확보 장비, 헬멧, 하강기 등) + 물 500mL

▶️ 등반 인원 : 4명 (MC - 나 / 아버지와 WY 연등)
 * 선등자가 두 명의 후등자를 동시 빌레이 보았다.
 * 선등자인 MC와 나는 빨간 자일 / 아버지와 WY은 자일로 연등함

✔️ 참고 & 주의 사항
 * 5개 피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5.4부터 5.9까지의 난이도로 이루어져 있다.
 * 하강은 정상에서 뒤쪽으로 걸어 내려오므로 릿지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 자세한 루트 설명 및 위치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의 등반지인 너트크래커 바위 앞에 도착했다.

오전에 체크인을 마치고, 장비점 구경했다가 점심까지 먹은 후 뒤늦게 등반하러 온 것이라, 너무 늦은 시간에 등반하러 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다행히도 코스가 짧고 오후에 날씨가 선선해 등반하기 좋은 날씨였다.




지상에서 5m 정도 위에 위치한 나무에서 첫 피치를 시작하면 된다. 다칠 위험이 있어, 평탄한 아래에서 등반 장비를 꺼내 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바보 같은 실수를 해버렸다. 멀티용 암벽화가 아닌 스포츠클라이밍용 암벽화인 솔루션을 챙겨 와 버린 것이다. 발이 무척이나 아플 것이 예상되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장비를 다 착용한 후에 나무 위로 올라가 나의 순서를 기다렸다.


이 날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눈 MC는 아버지의 오래된 인연이었다. 이번 기회에 등반을 같이하게 되었는데, 이 날 선등은 MC가 해주었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요세미티에서 첫 등반을 시작했다.

선등자 MC는 자일 두 줄을 이끌며 등반을 시작했고, 나 - 아버지 - WY 순서로 연등을 하기로 했다.







1 피치 | 5.7 또는 5.9


보기와 같이 1 피치는 쉬운 편이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등반해서 그런지 바위가 많이 닳아 조금 미끄러웠다.

그나마 1 피치 상단 부분에 왼쪽 방향으로 이어진 크랙은 많이 미끄럽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올라갔다. 첫 등반인만큼 긴장되었는지 심호흡을 계속하며 올라갔다. 이 구간은 재밍보다는 레이백으로 올라가니 편했다.






2 피치 | 5.4 


난이도가 5.4인만큼 쉬었으나, 한국의 5.4를 떠올리면 안 된다.. 미국의 난이도는 많이 달랐다.

또한 각 피치의 루트 길이도 한국에 비해 많이 긴 편이라, 60m 이상의 자일은 필수로 챙겨야 했다.


중간자를 매고 등반하는 나





3 피치 | 5.7


햇빛이 바위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바위의 표면이 조금 더 미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후등으로 올라간다면, 무난하게 올라올 수 있는 구간이었다.



* 요세미티 등반 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피치마다 확보물 설치되어 잘 되어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래서 캠을 설치하여 확보할 수 있도록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요세미티에서는 대부분 Equalizing Anchor System을 활용하였다.

삼성산 무당골에서 훈련할 때 배웠던 설치 방법인데, 요세미티 등반에서는 이 시스템 방법이 필수였다.





4 피치 | 5.8


등반하는 내내 드는 생각이 한국의 그레이드와 요세미티 그레이드는 사뭇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같은 5.8이어도 한국의 5.8은 릿지처럼 장비만 갖추면 쉽게 갈 수 있는 난이도라면,

미국 요세미티의 5.8은 한국의 5.10+대정도 되는 느낌이다.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 난이도다.



올라가는 내내 잘못 챙겨 온 암벽화를 신고 등반하니 발이 아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등반이 언제 끝나나, 빨리 정상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

거의 다 정상에 향해갈 때쯤, 4 피치 마지막 지점에서 갑자기 날씨가 급격히 어두워져 갔다.

그러더니 하늘에서 작은 우박과 함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하프돔 쪽에서는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바람이 거세져 추워졌다.

후퇴를 해야 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정상 가까이 올라온 터라 빠르게 등반을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5 피치 등반 준비를 시작하는 팀원들





5 피치 | 5.8


마지막 5 피치의 하이라이터는 턱을 넘어가는 구간이다. 

약간 오버행으로 되어 있는 턱을 단 번에 일어서면 되는데, 나는 발을 높게 올려 힐 훅을 하면서 몸을 재빠르게 일어섰다. 크럭스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볼더링 무브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정상 도착


정상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하늘이 맑게 개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비와 우박이 내리고 하늘은 어두컴컴해서 걱정되었는데 금세, 하늘은 맑아지고 등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해서 장비들을 빠르게 정리한 후 하산길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천천히 개기 시작하면서 틈새로 비치는 햇살이 멋있는 풍경을 자아냈다.



반면, 하프돔 쪽은 날씨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불과 차로 20분이면 도달하는 거리인데 날씨가 상반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신기했다. 요세미티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다.



하산하기 전에 요세미티 첫 등반을 기념할 겸 사진도 찍었다 :-)





등반 마치고 하산하는 길


하산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지 길은 잘 닦여 있는 편이었다.

20분 정도면 충분히 걸어내려 가는 거리라 부담도 없는 등반 지역이었다.







다시 비가 오진 않을까 해 부랴부랴 하산을 했다.

하산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요세미티 내에 있는 펍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이 날 메뉴는 MC가 챙겨 온 LA 갈비에 부대찌개를 끓였다. 요세미티에서 있는 동안에 거의 맨날 한식으로 밥을 해 먹은 듯하다. 한국인은 밥심!



거하게 차려진 멋진 한 상과 함께 시원한 생맥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요세미티는 해가 9시쯤 되어서야 완전히 저물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조금 남은 터라 캠핑장 근처에 위치한 볼더링 바위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굉장히 유명한 Midnight Lightening Boulder(V8)을 실제로 보았다.

정말 잡을 곳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요세미티를 떠날 때까지 이 코스를 등반하는 친구들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한 시간가량, 캠핑장 근처를 돌아다니며 볼더링 코스가 있는 바위들을 여러 살펴보았다.

이 코스들을 다 등반하는 데만으로도 일주일이 필요할 것 같아 보였다! 재미있어 보였지만, 내일의 등반을 위해 구경을 마치고 다시 텐트로 복귀했다.

이렇게 요세미티 2일 차, 첫 등반은 El Capitan - Picnic Area - Nutcracker로 시작을 했다.

앞으로의 등반도 무척이나 기대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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