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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hope Dec 01. 2023

D+3. 본격적인 등반 시작! 요세미티의 대표 루트

El Capitan - East Buttress 



2023. 06. 29



전 날, 가볍게 몸을 풀었으니 본격적으로 요세미티 바위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 첫 번째 코스로 도전하는 곳은 요세미티의 인기 루트이자 대표 코스인 이스트버트레스이다.

이스트버트레스 코스는 여러 개이지만 그중 제일 유명한 엘케피탄 이스트버트레스(Elcapitan East Buttress)로 향했다.


한국의 많은 클라이머들이 요세미티라는 거벽 등반을 진행하기 앞서,

본인의 현 실력을 체크하고 바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먼저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 또한 이스트버트레스에 대해 익히 듣기도 했으며, 한국과는 달리 더 어렵고 긴 피치를 등반해야기도 했으므로 긴장이 많이 된 터이다.



새벽 3시 20분.

어프로피치가 좀 긴 편이라 일찍부터 준비해 캠프 4를 나섰다.

아직 새벽 공기는 다소 쌀쌀하고, 밤하늘의 별이 환하게 반짝였지만 우리들은 숨죽여 빠르게 이동했다.

캠프 4의 밤 하늘



은밀하고 조용하게 짐을 챙겨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엘케피탄 바위 입구까지는 걸어가기에 먼 거리라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새벽인지라 더 길이 잘 보이지 않아 어프로치 입구를 찾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수많은 클라이머들이 방문해 등반하는 지역이라 그런지, 길을 찾기 쉽게 표지판들이 잘 되어 있었다.



새벽 4시. 어프로치 시작

아직은 깜깜한 어둠 속.

헤드랜턴 불빛에만 의존하며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래도 요세미티 올 때마다 한 번씩 방문한 아버지와 MC 덕분에 나는 편하게 뒤를 따라가기만 했다.



우리가 등반할 예정인 이스트버트레스는 이름 그대로 엘케피탄 바위 동쪽에 위치한 루트이므로, 동쪽(East Face 방면으로 향했다.

초입에서 요세미티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노즈(Nose) 루트까지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었다.

길의 상태는 매우 잘 정비되어 있었다.




엘케피탄 바위를 마주하였을 때, 우측 방향으로 끝까지 따라 올라가면 도달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El Capitan




새벽임에도 조금씩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가기 시작했다.

2/3 정도 올라왔을까? 이곳부터는 수많은 바위와 돌이 깔려있는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이동하다 보니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했다.

동이 트면서 슬며시 엘케피탄의 거대한 바위도 모습을 천천히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그 위엄에 압도되었다.

어마무시하고도 이 압도적인 바위를 올라야 한다니..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유튜브로만 미리 접해보던 요세미티에 풍경에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이색적인 풍경과 마치 대자연 속에 스며든 나는 한낮 작은 미생물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들의 헤드랜턴 불빛은 반딧불 같기도 했다.

이 새벽에만 볼 수 있는 동이 트는 붉은빛도, 반짝이는 헤드랜턴 불빛과 함께 슬며시 드러나는 바위도 모든 게 제법 아름다우면서도 묘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오묘한 풍경과 새벽이 밝아올 때의 모습들은 내 머릿속에 잔잔히 머물렀다.




한 시간 남짓 걷다 보니 이스트버트레스 초입에 도달했다.




출발 준비에 앞서, 어젯밤 미리 만들어 둔 찹쌀 주먹밥을 꺼내어 요깃거리를 했다. 

이상하리만큼 미국에 와서부터 입맛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먹고 싶지 않아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억지로 먹어야 했다. 꾸역꾸역 겨우 반 개 정도를 먹은 후, 나는 등반 준비를 서둘렀다.





이스트버트레스와 반대편에 있는 노즈 루트에는 벌써부터 여러 팀들이 바위에 붙어 등반을 시작했다.










El Capitan - East Buttress / 5.10b


▶️ 등반 코스 : El Capitan에 위치한 East Buttress (5.10b) / 11 피치
 * East Buttress Ledge 쪽으로 하강 및 하산
 * 고정된 스태틱 로프를 사용하여 총 6번 하강하였고, 하강 완료 후에 30분 정도 걸어 내려옴


▶️ 등반 소요 시간 : 7시간 10분 소요 (06:30 - 13:40)
 * 어프로치 : 1시간 - 1시간 30분
 * 하강 & 하산 : 1시간 30분 - 2시간 소요 
 * 가이드북에서 어프로치는 40 - 60분, 하산은 50 - 90분 소요된다고 기재되어 있음


▶️ 등반 장비(3명 기준) : 60m 로프 2동, 퀵드로 1~2세트, 캠 2세트, 긴 슬링, 개인 장비 + 간단한 식량


▶️ 등반 인원 : 3명 X 2팀 (총 6명) - 두 팀으로 나누어 등반
 * 선등자가 로프 2개를 끌고 올라가, 두 명의 후등자를 동시 빌레이 봄
 * 내가 속한 팀은 후발대로 등반 진행
 * 아버지 선등 - WY과 나는 동시 등반(나는 뒤따라가며 장비를 회수함)


✔️ 참고 & 주의 사항
 * 주차 : El Cap 바위 정면 앞에 위치한 주차 구역에 주차를 했다(가이드북에 주차 가능한 QR코드가 있음)
 * 각 피치마다의 길이 및 그레이드는 <Rock Climbing Yosemite Valley - 750 Best Free Routes / Erik, Marek> 가이드북 참고











1 피치 (약 40m) | 5.8 - 5.9


선발팀이 먼저 등반 시작을 하였다. 우리는 후발팀.




선발팀 후등자가 1 피치 확보지점까지 등반을 종료한 뒤에, 우리 팀은 등반을 시작하였다.

파란 자일은 나, 주황 자일은 WY가 등반



전 날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면, 제대로 된 등반의 시작은 이 날이었다.

나는 본격적인 요세미티에서의 등반에 설레면서도 두려움 반으로 호기롭게 등반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나에게는 난관이 닥쳐왔다.

첫 피치는 침니 구간으로 바위에 몸을 비비며 올라와야 했는데, 생각보다 바위가 미끄러웠다.

첫 피치부터 텐션 받으며 올라가기엔 자존심이 상하니 내 의지로 올라가려고 애를 섰다. 

그렇게 첫 피치부터 나는 꽤나 많은 힘을 쓰며 올라가야 했다.







2 피치 (약 30m) | 5.6 - 5.9


분명히 이스트버트레스는 인수봉의 고독길과 같은 코스로, 요세미티에서 가장 쉬운 코스라고 들었는데..

두 번째 피치도 만만치 않았다.

설치된 확보물의 슬링을 잡고 우측 크랙으로 건너가야 했는데, 슬링을 잡고 있는 팔에도 그리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다리에도 많은 힘이 들어갔다. 이 구간은 선등자에게 꽤나 부담스러울 것 같은 구간이었다.


2 피치의 상단 부분에는 핸드 재밍이 가능한 크랙이 이어졌다. 다행히 한국에서부터 크랙 연습을 조금 했더니 수월하게 지나올 수 있었다. 역시! 예습이 중요한 거야!







3 피치 (약 61m) | 5.6


3 피치 등반하기 시작할 때부터 해가 천천히 들더니 바위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비교적 3 피치는 등반 구간 중 꽤나 쉬운 편에 속했다. 

물론 난이도가 5.6에 해당하니 쉬웠지만, 그래도 왜? 이게 5.6밖에 되질 않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올라오면서 바위틈 사이나 나뭇가지에 줄이 걸릴 수 있으니 틈틈이 확인하며 올라갔다.




등반 대기를 하며, 팀원과 등반 순서에 대해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팀원이 말하길 '원래 중간자가 제일 못하는 사람이 등반하는 거야~.'라고 하더니, 나에게 중간자로 가라는 듯 말을 슬쩍 흘렸다. '내가 팀원 본인보다 등반을 못한다는 소리인가? 내가 어릴지라도 등반 경력은 더 많은데..?' 그리고 나는 팀원보다 젊고,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장비도 회수해야 하는 막자를 하는 게 맞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팀원의 말을 잘 못 들은 척 웃어넘겼다.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싶은 생각과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이게.. 시작이었을까..?







4 피치 ( 약 46m) | 5.7 - 5.8


4 피치도 쉬운 편이라 빠르게 등반을 진행했다.

하지만, 선발팀의 등반 속도가 조금 더딘 편이라 우리 팀도 대기를 많이 했다.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고, 해는 점점 우리 바위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더니 차츰 뜨거워졌다.




선발팀의 등반을 기다리면서 대기하는 와중에 틈틈이 요세미티의 경치를 감상했다. 

Middle Cathedral



우리 팀의 순서가 다가와 아버지는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우리 팀이 이스트버트레스 등반 시작 직전에 노즈 루트에 도전하는 한 팀을 봤다.

그들은 두 명이었으며, 그중 선등자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눈에 확 들어왔다.

그들은 어디쯤 올라갔을지 궁금해져, 열심히 찾아보는 데 보이질 않았다. 갑자기 사라졌나? 싶을 때, 내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그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미 노즈 루트의 중간 지점쯤에 도달해 있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등반을 하고 있어 놀랬다. 원데이로 노즈를 도전하는 팀들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등반 잘하는 클라이머들이 많다니..! 이곳에서 많은 격차를 느꼈다.







5 피치 (약 40m) | 5.7 - 5.8


4 피치와 비슷한 느낌의 5 피치 구간은 역시나 무난하게 올라올 수 있는 구간이었다.


사실 등반 시작에 앞서, 아버지는 내게 18 피치에 해당하는 긴 코스라고 이스트버트레스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이 되도록 우리가 아직 5 피치면, 해가 다 져서 내려가는 거 아닐까?'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스트버트레스는 11 피치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일부러 아버지는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11 피치라는 말에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이스트버트레스는 인기 코스이지만, 각 피치마다 마지막 확보지점이 불확실하다.

대부분 요세미티 코스는 직접 캠을 설치해 확보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스트버트레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등반을 해본 적이 없거나 경험이 별로 없는 등반가라면 요세미티에서의 등반이 쉽지 않을 터. 우리 팀도 캠을 이용해 Equalizing System으로 확보물을 설치했다.

그나마 확보할 수 있는 공간에서 확보물을 설치했지만, 공간이 협소하여 3명 이상이 매달리기엔 북적인다.

내 그림자 찾기!






6 피치 (약 20m) | 5.8


6 피치 또한 난이도는 낮지만, 1 피치 못지않게 어려운 구간이었다.

6 피치 상단 부분은 사선으로 되어 있는 크랙 구간을 지나와야 했는데, 발 포인트도 좋지 못한 편이라 힘이 많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핸드 재밍을 해야 했는데, 아직 재밍을 완벽히 하지 못한 나는 퀵드로우마다 쉬면서 올라왔다.

6 피치 등반 순서를 기다리는 나


 

바위 벽의 각도도 센 편이라 내 몸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6 피치 확보지점에 아직 대기 중인 인원이 몇몇 있던 터라 나는 퀵드로 옆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가 매달릴 수 있는 공간이 남을 때까지 아래에서 대기했다.




여러 인원이 매달리기엔 좁았던 6 피치 확보 지점

선발대와 후발대는 나누어 확보물을 설치해 매달려 있었다.


6 피치 확보 지점



7 피치 등반 중인 선발팀을 바라보며, 먹는 사과는 어찌나 꿀맛이던지.

입맛이 없었지만 사과에서 나오는 과즙과 단 맛이 생기를 되찾게 도와주었다. 갈증도 해소하면서 조금이나마 기력을 보충할 수 있었던 시간.








7 피치 (약 41m) | 5.9


침니 구간으로 마냥 쉽지는 않았던 피치였다.

선발팀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어떻게 등반해야 할지 생각을 했다.


나는 막자지만, 선등자인 아버지 빌레이를 도맡고 장비회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빌레이 보는 것이 힘이 들 수 있어도, 선등자의 등반 모습을 보며 내가 어떻게 등반하며 올라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래서 비교적 헤매지 않고 잘 따라 올라갈 수 있었다.

등반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세컨드과 막자는 동시 등반을 했다.



7 피치 확보 지점.

역시나 7 피치도 마땅하게 확보할 수 있는 고정 설치물이 없었기에 캠으로 확보했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며, 국내와는 다르게 벽의 길이며 규모가 매우 다르므로 탈출도 쉽지 않다. 등반하는 내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더불어 이퀄라이징 시스템(Equalizing System)과 같은 기술들을 많이 습득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Equalizing System







8 피치 (약 41m) | 5.5


루트 구간 중에 가장 쉬운 난이도인 8 피치

계단 오르듯이 오르면 되는 코스이지만, 햇볕이 들면서 바위 표면이 조금 미끄러워졌다.

확보 설치 간격이 멀기 때문에 추락하면 충분히 다칠 위험이 있는 곳으로, 항상 주의해야 했다.



8 피치 마지막 확보 지점 공간이 협소한 탓에, 선발대와 다른 곳에 확보물을 설치했다.

만일 내가 선등 자라면, 나는 선발대를 따라 같은 위치에 확보물을 설치했을 것 같은데, 그럴 경우 공간도 협소한 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 같이 위험할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후발대는 다른 위치에 확보물을 설치함으로써 서로가 편안하게 등반할 수 있도록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노련미와 경험으로 등반을 이끌어 가는 아버지가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부주의와 잘못된 판단으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곳이 거벽 등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8 피치 확보 지점




8 피치에서 바라보는 하프돔(Half - Dome)

아직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는데, 곧 우리가 등반할 곳이기도 하다.








9 피치 (약 40m) | 5.8 R


볼트가 없는 9 피치

애초에 이스트버트레스를 오르는 동안 내가 봤던 볼트는 거의 없었기에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낮이 되어갈수록 벽에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기 시작하며, 땀이 나고 더워지기 시작했다.



9 피치 확보 지점은 테라스가 넓은 편이라 쉬기 좋았다.


세컨드으로 등반하는 팀원은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된 건지, 뜨거운 햇빛에도 굴하지 않고 꾸벅꾸벅 존다.

매 피치마다 눈을 감고 잠을 자는 팀원은 한 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혹은 너무 많이 잠을 자는 것 같아 다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 잠을 많이 잔다...)







10 피치 (약 46m) | 5.7



바위가 열을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미끄러워졌다.

그럼에도 이제 정상까지 머지않았으니, 힘을 내어 열심히 따라갔다.







11 피치 (약 21m) | 5.6


분명히 더워져 땀이 나는데, 뜨거운 햇볕에 익어버릴 것 같아 재킷은 벗고 바람막이를 입었다.

안타깝게도.. 바람막이를 입으니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 더웠었다.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자 작은 그늘을 찾아 도망쳤다.

그늘에서 쉬다가 내가 사용한 로프를 정리하기 위해 줄을 사리는데..! 아버지 암벽화를 줄로 쳐버리는 바람에 허공으로 암벽화가 떨어졌다.. 이럴 수가..

아버지와 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망했다..'만 연신 건네었다. 그 암벽화는 아버지가 요세미티 오기 1년 전부터 공들여 길들인 암벽화였는데, 하필 요세미티 온 지 3일 차에 암벽화를 날려버리다니..!

그 암벽화를 찾으러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일단 한숨을 내뱉으며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정상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 또한 쉽지는 않았는데, 우리 팀은 이스트버트레스 릿지로 하산하기로 했다.

고정되어 있는 스태틱 로프를 6차례 걸쳐 하강을 한 후, 걸어 내려가면 된다.




하산하는 길도 꽤나 멋져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산길은 다소 가파르고 무서울 수 있지만, 내 뒤편 너머로 펼쳐지는 배경들이 멋있어서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설치해 둔 스태틱 로프를 사용하며 하산했다.

하산길이 이스트버트레스 릿지이다 보니, 등반하는 다른 팀들도 여럿 만났다.



하강을 마치고 지면에 내려온 후에 장비를 벗어 대충 배낭에 쑤셔 넣었다.

무사히 땅에 발이 닿아 감사하면서도, 내가 목표했던 이스트버트레스 등반을 무사히 마쳐 안도했다.

이스트버트레스를 오르는 데 '내 체력이 충분할까?', '중도에 내려가자고 하면 어쩌지?' 등 수많은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등반이 수월했고 오히려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등반이 어려운 구간도 있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편하게 등반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체력을 키운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등반이었다.


 


등반보다는 더위에 더 많이 지쳤던 우리들은 시원한 생맥주를 마신 후, 캠핑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도로에 설치된 간이 세면대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한 요세미티





주차해 둔 곳까지 걸어가는 데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여름의 요세미티를 구경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El Capitan East Buttress 등반 후 느낀 점은

한국에서 체력 훈련 및 등반 연습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즐기면서 등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등자임에도 자유등반으로 오르려고 했다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믹스(인공+자유) 등반을 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올라왔지만, 자력으로 오르기에는 절대 쉬운 코스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이끌어 주었기 때문에 별 다른 걱정 없이 등반만 할 수 있었기에 편했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 내게 그랬다.

이스트버트레스는 인수봉 고독길처럼 매우 쉬운 코스니 할 만하다고.

그러나 내게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이스트버트레스를 실제로 등반해 본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쉽게 내뱉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말 그대로 엘켑이라는 바위에서 고독길과 같은 루트가 이스트버트레스인 것이지, 한국에서 좀 한다는 등반가들도 이곳에 오면 인공으로만 오르는 게 다반수이다.

요세미티는 괜히 요세미티가 아니다!!

더군다나 충분한 경험과 등반 센스가 없다면, 요세미티에서 적응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번 등반을 통해, 요세미티에 한 걸음 내디딘 것이니 남은 시간 동안 더 재미있고 알차게 등반하리라 다짐했다. 가보자!!!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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