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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hope Dec 06. 2023

D+4. 하프돔 어프로치 5시간?

Half Dome - RNFW; Regular Northwest Face



2023. 06.30



한동안 시원한 초여름의 날씨였던 요세미티에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아침 6시부터 내리쬐기 시작하는 햇빛에 침낭을 걷어차며 절로 눈이 떠졌다.


전 날 엘켑 이스트버트레스 등반으로 인해 약간의 근육통이 있었고, 몸도 무거웠다.

오자마자 이렇게 힘들게 등반을 하리라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최대한 알차게 등반하고 가야 했기에 군말 없이 아버지의 계획대로 따라가려 했다.

내가 부스럭대며 일어서자 옆 텐트에서 아버지도 문을 열고 나왔다. 걷기도 싫고,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근육도 풀어줄 겸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까지 산책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걸어서 10~15분 정도의 거리라서 나도 흔쾌히 승낙했다.


요세미티 폭포는 꽤나 멋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물들이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튀기는 물방울들은 꽤나 차가웠다. 정신 차리라고 일깨워주는 듯했다.

종아리가 뻐근해 다리를 질질 끌며 걸었지만, 찌뿌둥한 몸은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어제 등반을 좀 했으니 오늘은 쉬지 않을까?' 했던 나의 생각은 바로 빗나가버렸다.

아버지와 MC, 그리고 함께 등반 중인 SJ, JE과 아침에 토론하더니 하프돔 등반을 하기로 했다.

불과 3일 전에 하프돔에 다녀온 SJ, JE은 어프로치가 매우 힘들다며 기겁했다. 그래서 오후에 어프로치를 시작해 그다음 날 새벽부터 등반을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정말 힘들다는 하프돔 어프로치가 너무 걱정되었으나,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다시 등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굳건히 다잡았다.


우선,

혹시 모를 하프돔 벽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으니 요세미티 빌리지(Yosemite Villiage)에 위치한 등반 관리 사무소에서 오버나잇 퍼밋(Overnight Climbing Permits, 등반 허가 신청서)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후 각자 필요한 물품과 식량들을 구매한 후에 캠핑장에서 오후 1시에 만나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 팀과 MC팀(SJ, JE)과는 따로 움직였다.

우리 팀은 등반 관리 사무소로 곧장 향하였는데, 첫 방문인지라 한참 헤맨 끝에 무사히 등반 허가 신청서 작성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후, 요세미티 스토어(마트)에 방문해서 간단한 간식을 산 뒤에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캠핑장으로 돌아가서 배낭을 꾸리고 있었더니 MC팀도 일찍이 캠핑장에 도착했다.

배낭을 꾸리고서 오후 2시가 안 되어 어프로치를 하기 위해 커리 빌리지로 향했다.





Half Dome - RNWF 어프로치


* 초행길이라면, 다녀온 경험이 있는 분과 동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길 찾는 것이 다소 헷갈릴 수 있어 많이 헤맬 수 있다!



▶ 주차 : 커리 빌리지(Curry Villiage) 내

 - Curry Villiage는 관광객 및 등산객들로 붐벼 주차장이 꽉 차 있으면 통제를 한다. 이때, 등반 허가 신청서를 보여주면 통과시켜준다.



▶어프로치 소요 시간 : 5시간 (휴식 포함)

 - 여름이라 많이 더운 탓에 자주 휴식을 취했다.

 - 로컬 클라이머 기준으로 2시간 30분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로컬이 아닌 이상, 4시간 정도는 넉넉하게 잡고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 매우 가파른 편에 속한다. 어프로치화나 등산화는 필수!



▶ 어프로치 초입 : Mirror Lake 방면으로 가다 보면, Mirror Lake 도착 바로 직전에 '카라비너'모양의 팻말이 있는 곳이 초입이다.



▶ TIP!

 - 주차장에서부터 약 2시간 정도 올라가다 보면, 바위 사이에서 빙하수가 흘러내린다. 한 여름이라 더운데 물까지 많이 챙기면 힘들기 때문에, 물은 적게 챙겨가 초반에 다 먹고 이후부터는 빙하수를 떠마셨다. 다행히 배탈도 안 나고 물도 깨끗한 편이라 밥도 해 먹었다. 다만, 우리가 방문했을 시기는 물의 양이 많은 편이었으니 시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 어프로치 중간쯤부터는 픽스된 로프들이 3~4개 정도 깔려있다. 이 로프를 주마해서 올라가면 편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 날씨가 덥다면, 어프로치를 할 때는 반바지를 입고 등반 시 긴바지로 갈아입는 것을 추천한다.


* 대부분의 한국 클라이머들은 길 찾기가 어려워서 전날 어프로치를 미리 탐색한다고 했다. 우리는 다행히 아버지가 여러 차례 하프돔 등반을 한 경험이 있어 헤매지 않고 올라왔다.






오후 2시 10분


커리빌리지(Curry Villiage)에 주차를 하고 곧장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요세미티의 여름은 매우 뜨겁고 더우며, 햇볕이 강렬하기에 모자와 선글라스는 항상 필수로 가져 다녀야 한다.



우리는 레귤러 노스웨스트 페이스(Regular Northwest Face)를 등반을 하기 위해서 Mirror Lake Trail 방면으로 향했다.

엄청 뜨거운 날씨



어프로치 초입까지 향하는 길은 매우 잘 정돈되어 있는 산책로였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다 보니 평탄한 길이어도 쉽지는 않았다.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유독 물이 많은 것 같다. 다리를 지나 이동하는 곳에도 강가에 물이 넘쳐흘렀다.




오후 3시 10분경


천천히 이동하고 쉬면서 오니 Mirror Lake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까지만 한 시간 정도 걸렸지만, 보통 걸음이라면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 천천히 이동했다.



Mirror Lake 바로 직전에 나타나는 '카라비너' 팻말이 있다. 이곳부터가 본격적인 어프로치를 시작하는 초입이다. 친절하게 어프로치 초입은 이렇게 카라비너 팻말이 위치해 있어, 길 찾기가 쉬운 편이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고 더운 날씨이지만 다행히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었다.


어프로치 초입에서 조금 쉬며 물을 마셨다.

하프돔 올라가다 보면 빙하수를 떠 마실 수 있다고 하여, 빈 물통만 챙겨갔는데.. 어프로치 본격적인 시작도 전에 생각보다 더워서 물을 많이 마셔버렸다. 그래서 물이 없어 이후부터는 조금 고생하기 시작했다.

Mirror Lake



초입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마사토로 이루어진 돌밭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필 걷기 힘든 지형인데 가장 더운 시간대에 이곳을 지나야 했기에,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특히나, 발을 딛어도 돌이 계속 밀려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낙석 조심해야 하는 구간!




나름대로 전략을 짜서 그늘이 없는 곳은 후다닥 지나가버리고, 그늘 있는 곳에선 천천히 이동하는 방법으로 올라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운 날씨인지라 그늘이 나타나면 계속 쉬면서 올라갔다.



다들 더위에 꽤나 지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름대로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하프돔 바위는 저 멀리 있었다.

까마득한 거리에 오늘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목이 말랐다.



다시 시작된 가파른 어프로치



올라가다 보면 고정된 스태틱 로프를 볼 수 있는데, 주마를 이용해서 올라가면 조금 더 힘을 아끼며 이동할 수 있다.




날씨는 너무 뜨겁고 덥지만 풍경은 아름답다.




지친 탓인지 마사토에서 발이 자꾸만 미끄러지고 신발 안에는 잔돌들이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이 돌들을 털어낼 힘도 없고, 의욕도 없어 멍한 채로 한 발씩 나아갔다.




3시간 이상 오를 때쯤, 드디어 바위 틈 사이에서 흐르는 빙하수를 만났다.

이 물이 깨끗한 지, 세균이 많은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손이 먼저 나갔다.

물로 얼굴을 시원하게 적신 다음, 이내 손으로 물을 떠서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이렇게 갈증이 심한 적이 있었을까? 연신 물을 들이마셔도 계속 갈증이 남아있었다.

열 번 넘게 목에 물을 적신 후에야 조금은 갈증이 해소되었다. 물에서 화장품 맛(?)이 약간 나면서 텁텁했지만, 그게 뭐 대수라고. 물을 마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할 따름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바위 틈새로 흐르는 빙하수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물이 보일 때마다 배가 부를 때까지 손으로 물을 받아먹었다. 그리고서는 손수건에 물을 적셔 내 머리와 얼굴을 감싸 열을 식혀주었다.

손수건의 물기를 짜지 않고 축축한 채로 얼굴에 감싸도 10분이면 손수건이 바싹 말라버렸다. 그만큼 덥고 뜨겁고, 건조한 날씨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하프돔의 어프로치




하프돔에 가까워질수록 나무와 풀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




손수건이 없었다면, 내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타버리고 나는 지쳐 쓰러지지 않았을까?

손수건 덕분에 햇빛을 가리고 열을 식힐 수 있었다. 정말이지..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

더위에 지쳐버린 나와 아버지




마사토 구간과 너덜지대, 암반지역이 끝나가면 수풀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수풀을 지나 벽을 따라 올라가니 어느새 하프돔 바위 앞에 다다랐다. 우리가 등반할 지역은 하프돔 바위의 좌측 쪽에 있어, 바위를 따라 위로 조금 더 이동했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임에도 하프돔 바위 아랫부분에는 눈이 쌓여 얼음동굴이 형성되어 있었다.




눈 옆을 지나갈 때마다 슬며시 타고 오는 바람은 나의 더위를 씻겨주었다. 시원한 바람 덕분에 조금은 살맛 났다. 목적지에 거의 다 이르렀기에 멈추지 않고, 바위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대한 눈동굴을 만났고, 깨끗한 얼음을 찾아내어 얼굴과 목에 문지르며 얼음 마사지를 했다.




오후 7시. RNWF 스타트 지점에 도착.




긴 어프로치 끝에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끝이 있을까 싶었던 어프로치였는데, 다행히도 해가 지기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내일 등반을 위해 MC와 SJ가 2 피치까지 등반해 로프를 픽스시키기로 했다.

어프로치로 힘들었을 텐데, MC와 SJ는 힘든 내색 전혀 없이 빠르게 등반을 하고 로프를 픽스시켰다.




MC와 SJ가 픽스시키는 동안 우리는 해가 저무는 요세미티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내가 이곳에 와 있는 게 믿기지가 않고, 신기할 따름이었으며 내일 등반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많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아래에 있던 남은 팀원들은 빙하수에서 물을 떠다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내 한쪽 다리에만 모기가 열 마리 넘게 붙어있는 끔찍한 모습을 봐버렸다... 조금이라도 모기를 없애자 하는 마음에 모기를 잡기 시작했고, 1시간 동안 무려 49마리의 모기를 잡았다. 그럼에도 끝없이 달려드는 모기.. 지옥..






오후 9시.

MC와 SJ는 빠른 속도로 1시간 30분 만에 3 피치까지 로프를 픽스시켜 놓고 하강했다.

같이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데, 간단식을 준비한 우리는 전투식량을 차려 먹었다. 먹어도 줄지 않는 양에 열량표를 보았더니 2인분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각자 한 개씩 먹었으니.. 세 명이서 총 6인분을 먹은 것..

안 그래도 미국에 온 뒤로 계속 입맛이 없었는데, 맛없는 전투식량을 억지로 먹으려니 매우 고역이었다. 내일 등반을 위해 든든히 먹어둬야 했기에, 꾸역꾸역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 정비를 마친 후에,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낮에 어프로치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나는 급격히 추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다운재킷을 챙겨 오신 덕에 나는 아버지 것까지 뺏어 입었다. 그래도 추워서 챙겨 온 겨울용 침낭을 덮고, 모기를 피하기 위해 얼굴은 레인재킷으로 감싼 채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잠을 청했다.


비교적 나는 안락하게 잠을 잘 청할 수 있었는데,

다른 팀원들은 밤새 더워서 침낭을 덮기엔 너무 덥고! 침낭을 안 덮자니 모기가 너무 많아서 힘들고! 모기 때문에 밤새 고생을 해 잠도 못 잤다고 한다.

나는 추운 덕분에 온몸을 감싼 채로 모기에게서 벗어나 그나마 잠을 잘 수 있었다..




To Be Continue...

D+5. 하프돔 2일 차 / 등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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