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호에서의 5시간

(창 밖을 볼 수 있던 여유와 글을 시작하는 이유)

by cro

cro입니다.

사실 이것이 첫 글이 되어야 하는데, 저장이 바로 자동 발행인줄 알고 방치하다가 지금 보게 되어 올리게 되네요 ㅎㅎ... 그럼 제 첫 시작글과 함께 시작 동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같은 공부, 늘 같은 생활, 늘 같은 소음.

어쩌면 오늘 하루도 그런 일상들이 지나가겠죠.

2023년 3월 저는 병장 만기 전역을 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물론, 혼자 올라가기에는 두려운 것도 있어서, 친구와 함께 같이 갔죠.

이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들도 해보았습니다.

드라마 보조출연, 예식장 행사 보조, 일본식 선술집 보조 알바 등 많은 일들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은 다 자기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나름대로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간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이었습니다.

빠른 기차라고 생각하며 오른 새마을 호 ITX 열차에 몸을 실어 저는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무궁화 호보다 비싸기에 빠른 개념으로 인식하며 어쩌면, 실수로 그 열차에 몸을 실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을 켜 예매 내역을 확인하니, 도착시간이 거의 5시간 조금 안되게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금방 갈 것 같았던 열차가 알고 보니 엄청 돌아가는 느린 열차였으니 말이죠.

게다가, 그때 저는 입석이었기 때문에,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여유가 없었고, 전역 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었기에 이런 시간이 낯설었습니다.

졸리지는 않고, 할 일들도 많은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니 하며 말이죠.

하지만, 그때에 조금 기차에 시간이 지나니, 많은 사람들이 하차를 하고 자리가 많이 남아 남는 좌석 중 한 자리에 착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때마침, 열차는 군산쪽을 지나고 있었는데, 잠시 저는 군산의 도시를 보며 그 당시 바다를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열차 안에서 잠시 멍을 때리게 되었습니다.

고요한 열차 안 적막 가운데, 마침 사람도 없는 열차 칸에서 당시 저는 그 고요함과 여유를 즐긴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 그 상황.

저는 지금도 가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쉬라고 하여도, 저는 오히려 쉬면 불안감이 오는 스타일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돈 버는 것 자체를 재밌어하는 사람이고, 쉬는 것이 저에겐 게으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말 그대로 일 중독자의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열차 안의 순간만큼은 진정한 휴식의 느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휴식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터를 끝내고 즐기는 소주 한 병과 새우깡,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과 닭다리 한 조각,

잠시 쉬는 시간의 자판기 커피 한 모금과 함께하는 담배 한 모금,

휴식 날 집에 누워 시청하는 유튜브까지,

어떤 사람들은 이것들이 해롭다고 하며, 저 또한 술, 담배는 되도록 좋지 않기에 하지 않고 주변에 끊기를 권면하는 타입니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의 그 순간은 그 모든 사람들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에, 세상이 너무 빠르지만, 지켜야 할 이가 있고, 태어났기에 아득바득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서, 소중한 이들에게 더욱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살아가는 것을 말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돈에 미친 인간이 된 이유도 그런 이유가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가족과의 시간을 사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며, 열심히 봉사하며 많은 선교사님들과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돈이 없으면 결국 못하는 현실을 마주했고, 돈이 없어서 생기는 많은 비참한 현실을 많이 마주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굴해지고 비참해집니다.

좋은 의료 혜택과 교육도, 좋은 기회도 모두 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주는 것도, 봉사를 하는 것도 결국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을 살 수 있는 돈과, 봉사를 할 수 있는 단체에 들어가는 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돈에 미치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해지는 것이 제가 믿는 하나님의 뜻이기에, 더욱 돈에 미쳐서 많이 벌고자 했습니다.

물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말이죠.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여유를 잃기 시작하면서 저는 쉬는 법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틈만 나면 무언가를 하며, 결국 가끔 오는 번아웃에서는 더욱 우울감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열차에서 창밖을 볼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합니다.

모든 것이 고요했고, 모든 것이 조용하고 아름다웠던 그 감정, 정말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작가가 되어 부업을 해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저의 생각들을 잠시 이 글들을 써가며 내려놓고 저만의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그때의 그 열차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초년생의 수기 - 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