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Oct 28. 2021

놀면 뭐하니

어떻게 놀아야 잘 놀까

"때로는 휴식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다" -<마크 블랙>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숨 가쁘게 달려왔던 대형 릴리즈가 끝이 났다. 많은 요구사항과 짧은 납기, 그리고 복잡성까지 가지고 있던 큰 리뉴얼이었는데, 나를 마지막까지 힘들게 한 것은 '작은 요구사항' 이였다.

"요기 문구 좀 고쳐 주세요" "여기 틈 좀 더 주고, 정렬 좀 맞춰주세요" 등등의 작은 요구가 쌓여나간 것이었다.

사실, 내가 지금 화면을 고치고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는 문제' 들에 대해 요청하고 부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번에도 딱 이런 케이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합심해서 이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 냈고, 그날 오후에 서로가 고생했다는 메신저 불이 깜빡깜빡했다. 흐뭇했다. 팀의 앞에 나와서 진두지휘와 분석설계를 도 맡아하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일을 마무리한 것이 스스로 대견했다.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은, 모두에게 하는 말이면서도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동료 A와 주말 안부도 서로 교환하고 즐거웠던 일도 이야기하고 이번 주 전망에 대해서도 예측해보았다. "이번 주 어떨 거 같아요?" "글쎄요, 아무래도 아직 마무리 덜된 것들도 있어서 조금 더 바쁘지 않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B님께 메일이 한통 와있었다. '모두 고생하셨고, 아직 더 손볼게 남았으니 조금만 더 수정 건들을 요청하는 것으로...' 메일 본문에는 수정해야 할 내용을 담은 사이트 링크가 올라와 있었고, 나는 빠르게 훑어본 이후에 A와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럼 그렇지" "종화 프로님도 예상하셨었잖아요 ㅎㅎ" "맞아요... 예측했던 대로 흘러가는군요, 그래도 크게 변하는 건 없어 보이긴 해서 다행이에요" "맞아요" 다행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한주도 쉽지는 않아 보였다.


"핑퐁"

 내가 우려했던 것들 보다, 그들의 요구사항들은 생각보다 풀어내기 쉬운 것들이 대부분 이였다. 내가 개발을 직접 하진 못하지만, 최대한 아이디어를 내서 실현 가능하도록 개발 및 검증 범위를 Define 해야 하는 것이 나의 회사에서의 주 역할이다. 주 개발자 이신 C님과 A와 개발회의를 거쳐 일정 등을 대략적으로 Fix완료하였다. 개발자와의 회의를 통해 가능/불가능 및 일정을 이야기 완료했으니, 이제 공은 오롯이 나에게로 넘어온 것이었다. 요번 주는 생각보다 고객사에서 너그러이 나의 의견을 받아주어 내가 생각했던 일정과 개발 범위로 확정이 되었다. 이제 공은 다시 개발자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보통 나는 이렇게 일을 한다. 다른 회사 혹은 사내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최대한 내부 의견을 들어 '어림짐작'을 한  이후 결정권자들을 설득하여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끌고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진행되진 않는데... 이번 주는 이상하게 쉽게 된다. 어쨌거나 핑퐁은 일단락되었고, 나의 손을 떠나 개발자에게 공이 넘어갔다.


"어떡하지"

올해 7월부터 나의 업텐션이 지속되었다. 고객의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한 분석 설계부터, 개발 인력 유출로 인한 어려움에 대한 리스크 테이킹까지, 실제 메인 스트림 개발자 분이 오롯이 개발을 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디테일한 케이스 정리와 분석설계를 해야만 했고, 다른 고객의 요구사항도 내가 맡아서 개발을 했다. 그럼에도 꼭 납기를 지켜야 했기에 내속은 타 들어가기만 했었다. 나의 상사 D에게 인력 얘기를 계속 꺼내었지만 소싱이 안되어 지원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받았고, 고객사를 설득해서 물리적인 시간을 최대한 벌기 위해 많은 읍소를 이어나갔다. 내가 중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한계를 느껴 잠을 못 자고, 일이 '실패' 하는 악몽을 꾸기 일수였다. "여보, 더는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상담사를 찾아가 봐" 나도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는 10월까지 버틸 수가 없다는 사실을, 상담사를 찾아가 답답한 마음들을 토로하며 가까스로 마음의 링거를 맞아가며 버텨냈다. 그렇게 10월이 왔고, 겨울의 쌓였던 눈이 녹듯 큰 산을 넘게 된 지금 이였다.


"안절부절"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개발자에게 공이 넘어갔던 요 며칠, 나는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계속 달리던 경주마' 모드에서 휴식이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을 갖게 되었다. 쉬는 게 너무 좋은데, 그동안 쉬어보질 못해서 무엇을 하면 이 아까운 시간을 잘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여유로 인해 '글'을 쓰게 된 영향도 크다. 바쁘면 아무래도 취미생활이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사 밖에선 그렇게 여유를 찾으며 브런치라는 새로운 취미도 가꾸어 가고 있는데, 회사 안에선 여전히 오리 무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슈다.


"그때를 즐겨라"

분명 지금의 여유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쉬는 게 답이다. 쉰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내가 쉬는 정의란 '어느 정도 할 일을 마친' 정도이기 때문이다. 추가 업무 아이템을 내가 직접 발굴하지 않는 게 나의 회사에서의 휴식의 정의인 거 같다. '그래, 이렇게 쉬는 게 좋은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스스로가 많이 안 쉬어본 티가 나는 거 같다. 농땡이도 부려보고, 소스도 안 보고, 업무 문서도 안 보고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지금이 즐길 "그때"가 분명한데도...

내일의 나에게 명령 하노라. "종화야, 내일은 4시간만 하고 째자. 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 태블릿 등을 바리바리 싸 들고, 도심부나 나가서 이 여유를 즐기고, 그간의 노고에 대해 셀프 리워딩을 해주어야겠다.


버텨줘서 고맙다 종화야, 수고했다.
어디든지 가고 싶다.날이 엄청 좋은날에
매거진의 이전글 인사가 만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