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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n 27. 2024

늘 하던 일, 언제나 감사하자.

 올해 초의 일이다. 내가 맡고 있는 팀의 재 계약이 이뤄졌다는 통보를 받고 겉으로는 ‘뭐 그 당연한걸..’이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쾌재를 불렀다.

사람 대 사람으로는 누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하겠는가만, 조직 대 조직, 회사 대 회사의 비즈니스로 들어가면 변수가 많아진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팀의 몸값은 ‘비싼 편’에 속했다. 아마 비용을 내어야 하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 그돈씨‘라는 말이 절로 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돈 많이 받아오면 내 연봉 좀 올려주면 좋겠다… 돈은 누가 벌어 오고 누가 쓰는 건지…)


 몇 번의 밀당이 이뤄진 후, 계약이 성사된 뒤에 고객사의 파트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다는 전화였었다.

“빛담님,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저희 팀을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올해 많은 일들을 해야 되거든요, 바쁘게 움직여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네네”

“그건 그렇고, 빛담님도 이곳에서 너무 오래 계시는 거 아닙니까? 관성에 젖어 일하시는 건 아니죠?”

“아.. 그렇게 일한 적은 없습니다만^^^”


 파트장의 저 말은, 나도 항상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는데… 역시 아무나 ‘장’을 다는 건 아닌가 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필자는 기회가 되면 어디든 옮기고 싶다. 이 일이 싫어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싫어서는 아니다.

결국 그분 말처럼, 오래 일한 만큼 다른 조직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자꾸 ’ 무거워 ‘ 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조직에서 무언가를 ‘하자’며 아이디어를 낼 때, 그것이 그냥 채택이 되는 경우 너무 두렵다.

‘내가 정답이 아닌데,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 있잖아…?’ 하는 두려움 말이다. 혹여나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짊어질 책임도 두렵고,

나 말고 다른 동료들에게 업무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를 주지 않아 그들의 성장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이다.


 그렇게, 새로운 리셋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순간인 연 초부터 현재 글을 작성 중인 6월 말까지, 쉼 없이 달려온 거 같다.

올해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일이 훨씬 많이 늘었다. 고객사에서 주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여겼는데, 분명 여러 가지 Try와 챌린지를 그들의 상사로부터 받았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함께 업무를 하던 A프로가 떠났다. 아니, 내가 떠나보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필자의 밑에서 ‘수동적’으로 업무를 하기보다, 올해 좀 더 조직이 확장할 때 하나의 서비스 Owner가 되어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믿었던 개발자 한분이 다른 팀으로 가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두 분의 개발자를 모셔 업무를 하고 있다.


 글을 쓰며 막 든 생각인데, 결국 고객사 파트장이 걱정한 것처럼, ’ 관성으로 일을 해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일이라도 해봤으면 덜 억울했겠네 싶다. 고객의 미션도 너무 강해졌고, 고객 개발부서의 지원은 작년보다 더 없어졌다. 아니, 최악이 되었다. 그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정신적으로 덜 피곤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는,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내부 인력도 많이 바뀌었고, 작년보다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더 적어졌다. 다 내가 챙겨야만 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일이 고되고, 사람 상대함에 고됨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 하는 생각들이 엄습해 올 때면,


“빛담님, 저 빛담님 없으면 서비스 접을 거예요. 정말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해요!”

“빛담님 ㅠㅠㅠ 항상 정말 너무 감사해요ㅠㅠ”

이러한 고객사 동료들의 마음 표시와


“프로니 임, 항상 감사해요! 제가 뭐 도움이 될만한 거 있음 말씀해 주세요.”

“프로님, 힘드셔도 기운 내셔야지요. 시키실 거 있음 편히 말씀 주세요”

등, 함께 업무 하는 동료들의 용기에 커다란 동력을 얻게 되는 거 같다.


 오늘 저녁, 새로 구매한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폰에서 사내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응? 울릴만한 게 없는데…?’

살짝 놀라며 열어봤는데, 고객사에서 금일 배포 나간 것에 대해 사이드 이펙이 있는 건 아닌지 문의를 한 것이었다.


 주저했다. 사외에서 업무 망에 접속을 해야 할지, 내일 한다고 해야 할지. 고객은 내일 해 줘도 된다고 한다.

나는, 조금 더 해주기로 했다. 이왕 해주기로 했으면 기분 좋게, 빠르고 정확하게 해 주자고 마음먹었다.


 소스코드를 살펴보고, 퇴근하고 있는 개발자 분께 전화를 걸어 피어 리뷰를 요청드렸다. 배포를 완료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혼자서도 업무의 맥을 짚고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이 차올랐다.


 고객사의 업무 방에도, 이슈를 발견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남겼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방에도, 늦은 시간 함께 고민해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 필자가 맡고 있는 업무는, 늘 하던 일, 매번 똑같고 남들이 보기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큰 희열을 느낀다.


 내가 관성대로 일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나를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저 순리대로, 조직에 주어진 미션에 맞춰 바른 마음을 갖고 임하면,

어딜 가나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관성처럼, 안 해주려 노력하지 않고 해 주려고 노력했던 스스로에게 칭찬해 보자.

오늘 하루도, 스스로를 탈피할 수 있었던 그런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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