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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ug 07. 2024

고마울 것이 참 많다.

#1, 부담 갖지 말고 들으러 가자.

 여름 속에 가을이 조금씩 보이려고 하는 요즘, 회사일을 함에 있어 큰 고민이 생겼다.

올해 초, 화면 리뉴얼 수준이 아닌, 아키텍트부터 코드레벨까지 모두 다 이전하여 새로운 환경위에서 현재 내가 맡고 있는 화면을 개발할 것을 고객사에서 요청을 하였고, 갖가지 '안 되는 이유'들을 만들어서라도 저지를 했었던 나였다.


 이번 여름, 다시 그 일을 하기 위해 인원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나에게도 통보아닌 통보 연락이 온 것이었다.

사실 올해 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그들에게 요청했던 '기술 리딩', '책임' 등에 대해 나는 아직 그들을 믿을 수 없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했다. 결국 일이 시작되면 나 몰라라 할게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인데, 이걸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고객사도 보통이 아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지난 미팅 때 내가 근거로 내밀었던 부분들에 대해 본인들이 먼저 해결하고 가자는 말을 건네며 내가 공격했던 '명분'을 조목조목 없애며 나의 목을 조여왔다.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인사이드 아웃 2, 불안이'가 빼꼼 나와 나의 감정 컴퓨터를 조절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불안한 마음이 지속되었다.


 오늘, 내 상사가 휴가에서 복귀했다. 어제 나의 업무에 대한 걱정을 잘 읽었는지, 나에게 한마디를 하더라.

"빛담프로, 걱정하지 마, 변한 건 없어. 부담 갖지 말고 들으러 가자."

그 말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나 스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국에 나를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너무나도 감사했다.


"다만, 그 환경으로 넘어갈 수 있음 이 기회에 넘어가 봐^^"

마지막 내 상사의 한마디를 듣고... 아까 고마웠던 마음의 절반은 취소하기로 했다.


#2, 그거 제가 할꼐요 프로님

 필자는,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태도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런 분은 반드시 남기거나, 아니면 모셔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이야기드릴 A프로님이 그런 분이다.

https://brunch.co.kr/@c9d642ac94b141d/233

위에 글에서 소개드렸던 A프로님,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가 요새 별로 없다며, 필자에게 개발업무를 좀 배우고 싶다고 하셔 환경세팅부터 IDE사용법, 형상관리 방법, 코드별 주요 Index파일들을 소개드렸던 적이 있다. 


 나중에서는 아무래도 개발에 손을 조금 놓으신 지 오래되셔서 그 부분까지 내가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 별말씀을 드리고 있지 않았었다.


"빛담님, 죄송해요, 이번 개발건에 대해 산출물이 너무 많은데, 이거 8월 말까지 부탁드려요"

업무 메일과 동시에 나에게 걸려온 전화, 나는 왜 이런 걸 지금 이야기해 주시냐며 한소리 하고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이야기드렸다.


"프로님, 프로님 통화하는 거 들었어요. 산출물 작성해야 된다죠? 제가 할꼐요"

"잉? 들으셨어요? 그거 대충 제가 하려고 했는데..."

"시간 엄청 오래 걸려요, 그런 거 제가 할꼐요. 개발 쪽에서 도움드리고 싶었는데.. 이런 건 제가 잘해요"

"아... 어쩌죠. 너무 죄송해요 제 업무인데 부탁을 드리게 돼서ㅠ 대신 회의실에서 전반적인 개발 산출물에 대해 논의해 볼까요?"

"네 그러시죠!"


 회의실에서 30분여 정도 흘렀을까? 나는 사내 컨플루언스에 적어둔 분석설계, 히스토리, 테스트 등의 대표 index페이지를 메모장에 적어 A프로님께 메신저로 보내드렸다.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곱씹어 보건대,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업무 지시나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먼저 자원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큰 고마움을 느꼈다. 나에게 주신 그 귀한 시간을, 절대 헛되게 쓰지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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