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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02. 2021

10분간 휴식

여행을 떠나요

좀 쉬어볼까

 이번 주 월요일, 어제였다. 회사에 출근해서 할 일을 정리 중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To-Do List를 적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도, 관성의 법칙처럼 계속해서 일할 거리를 만들어 내려는 나의 모습을 깨달았다. 사실 스스로 변호를 하자면, "나중에 분명 돌아올 일에 대해서"는 미리 검토하고 챙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안 해도 될 일"은 가급적 만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딱히 정말 할 게 없었다. 고객사도 일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리 바쁘진 않을 것이라고 미리 가이드라인을 나에게 제공했다. "뭘 해야 하지?" 하면서 고민하던 도중에,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가 스쳐갔다. '맞네, 나 3일짜리 공짜 휴가가 있지?' 내가 다니는 회사는 10년이 지나면 3일을 준다. 그 휴가를 이용하여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A 프로님, 저 3일 좀 쉬고 올게요" 동료 A와 이야기를 마쳤고, 내 매니저에게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PM님 3일 쉬고 오겠습니다." "어디 갈 데는 있고?" "제주도 가고 싶은데... 상황을 좀 봐야 하겠어요" "그래 근태 상신해" 구두 승인을 받고, 시스템에서 11월 3일에서 5일까지 3일을 지정했다. 근태 항목은 '10년 장기근속 휴가', 지정하고 상신을 했더니, 곧바로 결재가 떨어졌다. 오랜만에 휴가를 갈 수 있게 돼 마음이 설레었다.


전화를 주세요

 10여 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개발업무를 주로 맡다 보니 시스템 장비 및 DB 등 주요 인프라 장애 대응 롤을 맡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인프라 장애 대응을 제때 못한다면 장애로 이어져 굉장히 복잡해지고 피곤한 상황에 면하게 된다. 개발업무를 하면 이 보다는 영향도가 작으므로 내가 '긴급대응'할 일은 없었다. 다만 2년 전, 업무를 인프라 운영으로 스스로 변경한 후에는, 휴가나 주말에 어딜 가더라도 반드시 노트북을 지참하고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개발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 이제는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맡고 있는 과제는 '데이터를 생산'하는 업무 페이지가 아니라, '데이터를 읽는' 화면이 많아 위험도가 많지 않기에,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일과 휴식이 분리되어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는 "휴가 및 퇴근 이후, 메신저는 안 본다. 다만 업무를 위해 서로 전화는 할 수 있다."라는 룰을 갖고 현재 잘 지켜 가고 있다. '잉? 업무 외 시간에 웬 전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업무시간이 아닌 사람 입장에서, 계속 울리고 있는 메신저를 보는 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화가 오면 궁금한 게 있고 급한 게 있다는 뜻일 것이니, 그땐 아는 선에서 서로 알려주자는 것이었다. 아마도 업무 메신저 혹은 업무 카톡을 계속 달고 사는 직장인 분들은 '이게 더 합리적이네'라고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퇴근길에 고객사 방, 동료들 방에 일관되게 메신저를 남겼다. "필요하면, 전화를 주세요 (메신저는 잘 못 볼 수 있어요)" 즉, 메신저 안 본다는 이야기다.


 여유 있는 밤

 나는 휴가날 보다, 그 전날 밤이 가장 좋다. 나만의 특별한 시간을 얻었다 랄까, 막상 휴가날이 되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사이사이 저녁에서 밤 시간대는 어떠냐고? 지금 딱 이 느낌이 없다. 싱숭생숭하고 설레면서 기분 좋은 그 느낌. '아 아직 주말 포함해서 5일이나 남았어, 게다가 아직 11시밖에 안되었어'라고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래, 이것도 한때다, 일요일 돼 봐라, 메일 폭탄에 메신저 방 옆에 +999 쓰여있고...' 언제나 내 마음에는 현실주의자 종화가 산다. 이 녀석은 내가 기분 좋은 꼴을 못 본다. 앞으로 일어나려면 5일이나 더 있어야 할 일을 지금부터 걱정하게 만든다.

 어찌 되었든 급작스럽게 가게 된 휴가 3일, 나와 우리 가족 모두 쉼표 한 번 찍어 줘야 할 것 같다. 올 한 해도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해치워낸 나에게, 옆에서 그런 일과 사람의 어려움을 모두 지켜보며 묵묵히 '내 편' 해준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고맙다. 휴가는 제주도가 아닌 강화도, 결국 '섬'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 시간 동안 일상을 잊고 편하게 쉬고 오려한다.

"잘 있어, 로라, 우리 없는 사이에 집 잘 지키고 있으렴"

반려동물 로라, 우리집 마스코트

 

"I love my job only when I'm on vacation
나는 휴가를 떠나 있을 때만 내 일을 사랑한다
-<작자 미상>
다시 여름이되면 가고픈, 남해 상주 해수욕장 휴가 사진하면 이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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