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의 힘
"빛담 프로, 요새 무슨 일 있어? 잘하던 농담도 잘 안 하고"
"아 아니에요^^; 별일 없어요"
필자는 최근 들어, 책을 보며 '필사'를 진행 중이다. "필사(筆寫)는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을 말한다."라는 나무위키에 적혀 있는 정의처럼, 평소 자주 즐겨 읽는 자기 계발서, 그리고 미생과 같은 감명 깊던 드라마들의 명대사들을 태블릿 PC에 적고, 그것을 시간 날 때마다 곱씹어 보기도 하고, 또한 그 글귀들에 색을 바꾸어 나의 생각들을 덧대어 보기도 한다.
그중 가장 내게 감명 깊었던 글귀는, 이기주 작가께서 쓰신 '말의 품격'이라는 책 내용 중, '말이 많으면 화를 면치 못한다. 근심이 많아진다. 반대로,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라고 적혀 있는 부분에서 인상 깊게 느껴졌던 부분이다.
나는 내가 속한 프로젝트에서, 다른 동료들을 서포트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라, 기본적으로 마음이 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책들에서는 다들 '리더가 여유를 잃으면 조직이 흔들린다'는 둥, '리더는 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성인군자와 같은 조언들을 쏟아내겠지만,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와 나와 마주하면, 방금 책에서 읽은 내용들은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 심적인 조급함만 남게 된다. 당장 결과물을 내어야 하는 압박감속에서 여유로이 동료를 믿고 결과물을 기다리는 경우 보다, 다른 동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채근할 수 밖엔 없는 상황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전한 미생인 것이다. 계속해서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라.
반면에, 앞서 이기주 작가의 책에서 읽은 내용처럼, '할 말만 한다는 점'은 내가 채택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평상시 일할 때 나만의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말들을, Ice Breaking이라는 명목하에 자주 말하고 이야기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업무 설명과 관련해서도 사족을 좀 더 붙이는 스타일에 속하기도 하는데, 내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도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 '어서 회의나 끝낼 것이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만 말을 하고 있잖아...?'라는 생각이 요새 들어 부쩍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되짚어보면, 다양한 책 필사를 통해 깨달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려는 나의 예민한 성격에서 기인한 나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후, 일상 대화든, 설명회든, 기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이후, 내가 한 말과 전체 대화의 '비율'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나만 말을 많이 했나...?' '내가 똑똑하지도 않은데, 나만 신나서 답을 내어 버리고, 상대방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았던가..?' '내가 중간에 말을 끊었던가..?' 하는 나만의 피드백을 진행해 보았었는데, 일상 대화에서는 내 생각에 7:3(나:상대방), 업무 회의 간에는 9:1 정도로, 거의 내 말만 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상대방의 의견을 거의 듣지 않고, 내 말만 이어갔던 것이었다. 이러니, 상대방은 나와의 대화에서 크게 재미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스스로의 성과 분석을 통해, 나는 일상대화든, 업무 회의든 간에 내가 행하는 말의 비율을 조금이라도 '낮추기'로 결심했다. 상대방의 대화 비율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비율을 신경 써보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그렇게 행함으로써, 상대방이 나에게 말하는 비율이 확실히 올라간 것을 느낀다. 반대로 상대방이 오히려 더 말을 많이 하는 경우도 생겨났고, 역지사지로서 상대방을 공감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나만 말을 이어갈 경우, 상대방은 그 대화 자리를 그저 '시간 죽이기'로 간주하여 버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내가 아닌 상대방이 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좋은 대화 유형은 바로 '회의'이다. 리더로서 어쩔 수 없이 Top-Down주제를 선정하여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나, 그 이후 세부 업무 회의 간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좀 더 들으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예전보다 조금 더 의견 개진이 활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실제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의 '오너쉽' 강화에 도움이 되어 조금 더 맡은 바 업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만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가 말하는 비율 자체가 줄어 '말실수'할 확률이 줄어 좋다. 그 대화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았기에, 대화가 끝난 뒤 뒤돌아서도 곰곰이 생각나는 나의 언행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무미건조해지거나, 누군가와 절연한 것처럼 말을 하지 않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또한 업무와 관련해서도 체크해야 할 부분에 있어서도 꼭 해야 할 말은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지점 중 하나는 대화가 소강상태인 어색한 침묵 상황을, 이제는 내가 구태여 깨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앞에 이야기 한 대로 할 말만, 필요한 말만 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말의 밀도가 올라 상대방에게 조금 더 정제된 말을 전할 수 있어 좋은 거 같다. 앞으로도 말로 나가는 에너지를 줄이고, 아낀 에너지를 가지고 나를 위해 쓰려 노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