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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25. 2024

두렵지만, 해보자

 벌써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어 간다. 글 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두려움'과 '억울함'이었다. 3년 전 그해,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로 인해 나는 내가 그동안 가장 공을 들이고 있던 '평판'이라는 부분에 있어 심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판이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아닌 남이 나를 바라봐 주고 인정해 주는 거. 달리 말하면 '인정 욕구'가 컸던 탓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다르냐고? 지금의 또한 인정 욕구는 여전히 크지만, 3년 전과 비교한다면 Should Have에서, Nice to have 정도로 많이 내려왔달까? 이젠 내가 행동한 것에 대해 남들의 평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만 아직도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 편이라, 여전히 나는 나의 잣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3년 전,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던 때 사내 마음건강센터를 매주 찾아 상담사 분께 많은 이야기를 털어놨던 기억이 난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던 동료와의 마찰, 그리고 그 사람을 둘러싼 다른 직원들이 했던 나에 대한 험담들. 그리고 나보고 가해자라고 이미 단정 지어 버린 나의 슈퍼바이저까지. 서운한 마음들을 털어놓으니 심신이 한결 가벼워 짐을 느꼈다. 그런 내면의 이야기를 브런치 스토리에 쓰기 시작하며, 스스로 나의 감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도, 그 친구에게 업무와 관련된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인지. 말실수는 없었는지, 또한, 그동안 내가 해오던 업무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등, 글을 쓰면서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객관화하여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브런치 스토리는 나에게 있어 조금은 남들이 봐도 괜찮은 '퍼블릭한 내 일기장'인 동시에, 내가 세상에 '일 방향'(One-way)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고마운 존재다. 


 브런치 스토리를 작성하면서 얻은 고마운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사내 메일 작성이나 자료를 작성할 때 '글 좀 써본 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다른 동료들과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오해 없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풀이를 통해 상대방과 나의 눈높이를 쉽게 맞출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해야 되는데, 비록 전문적으로 글을 써보진 않았던 나였지만, 일을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작성하는 '퍼블릭한 내 일기장' 수준을 조금 넘어, 현재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에세이' 수준이 될 수 있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보기로 하였다. 내일부터 7주간,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독립 출판'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크게 기대하는 바는 없다. 커리큘럼에 대해서도 상세히 들은 바는 없고, 책을 꼭 내고 싶다는 생각도 아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니까, 혹은 쓰고 싶으니까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겠지. 나처럼 말이다. 그러면 그들과 같은 시간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서로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푼 기대(?)에 현재 사로잡혀있는 중이다. 물론, 내일 가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요새 내 영역 밖에 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진다. 심지어 내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과도 교류를 잘하지 않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많이 지쳤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관심사가 많이 달라서 이야깃거리가 없어서 그럴까. 

 내 입장에서는 이번 퇴근 후 독립 출판 프로그램 참여는 꽤 신선한 도전이 될 거 같다. 마음속에는 '고작 일기 정도 쓰는 주제에 그런데 가도 되나?' 하는 스스로의 콘텐츠를 평가 절하하는 마음과 함께, '현재의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도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거 같다.


여하튼, 브런치 스토리도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듯이, 이번 프로그램도 조금 두렵지만, 가볍게 참여해 보려고 하고 있다. 


(실수해도, 쪽팔려도) 괜찮다.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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