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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24. 2024

배우고 싶어서

 작년 겨울, 일본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보기 위해 응시한 JLPT N4급 시험을 티핑포인트로 삼아 올해는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자격검정을 준비 중이다. 올해 시험은 전국적으로 12/1일 날 시행이 되므로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 기준으로 한 달 하고 며칠 더 남은 셈인데, 공부가 잘 안 되고 있다. 평소에는 회사에서 짬날 때 일본어 공부도 많이 하고 주말에 가끔 몰아서 하기도 하였었는데, 요새 들어 잘 집중도 안 되는 거 같다. 그래도 이 악물고 모의고사도 보고 오답도 체크하면서 끈을 놓지는 않고 있는데, 페이스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아마 지금의 실력으로 평가당일 시험을 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일본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일본 문화'를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일본 음악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학창 시절 많이 챙겨보면서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신기하게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성우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한글 자막과 함께 보다 보면, 비슷한 발음들이 많고, 어순도 유사하여 '발화'와 '자막'이 머릿속에 매핑되어 자연스레 저장이 되는 것을 느꼈고, 어려서 공부해 본 적도 없는 언어였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내가 언어에 소질이 있나..?' 하는 몹쓸 자기애를 바탕으로 '일본어는 좀 치지'라는 망상에 사로 잡히게 된 것 같다. (물론, 그 망상은 현재 일본어 자격시험을 공부하면서 산산조각이 난 상태다.)


 주제와 다른 이야기 이긴 한데, 필자는 '다른 언어도, 그러면 일본어처럼 자연스레 드라마나 기타 영상매체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약 8년 전, 회사에 입사 후 중국어 회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나와 중국어를 매우 열공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앞서 말한 가설을 증명해 보겠다며 중국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봐 봤는데, 일본어처럼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 드라마가, 일본 애니나 드라마처럼 재미가 없어서 집중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말과 어순이 다르고 성조가 있는 중국어를 일본어처럼 자연스레 체득하기는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학창 시절 나의 한 페이지가 되어주었던 일본 콘텐츠들과 '가짜 일본어'(내가 공부한 적은 없으니까)를 뒤로 한채 생업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나이는 마흔에 가까워졌다. 그러던 찰나에, 취미로 접한 카메라를 한대 들고 사진을 찍겠다며 홀로 일본여행을 떠났던 때가 벌써 2년 전 일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질서 정연한 도시의 모습과 불법 주차된 차가 없는 사진 찍기 좋은 골목길,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건물 사진을 내가 담으려고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댄 순간, 지나가던 행인들이 나보고 사진 찍으라고 신호를 주고 눈인사를 하며 '기다려 주던' 그 친절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일본에 관련된 책이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겉과 속이 다른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앞서 이야기한 행인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사실 나를 왜 기다려 줬는지 아직도 나는 이해할 수는 없다. 나는 그들이 지나간 뒤 사진을 담아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기다려 주긴 싫었지만 티 낼 순 없으니 기다려 준 것일까? 아니면 의례 예의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평소 행동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나간 행인 그 사람이 나를 배려해 준 것일 뿐일까.(이게 맞겠지)

 하지만 내가 이해하고 못하고를 우선 떠나서, 나는 그 당시 그 행인의 작은 배려에 큰 감동을 받았던 것은 확실했다. 여행을 마치고 온 이후, 나 또한 이제는 타인이 무언가 피사체를 촬영하려 할 때 그 앞으로 지나가지 않는 '배려'있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내가 받았던 작은 배려의 감사한 마음을 나도 베풀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여행을 돌아온 후, 나는 그제야 일본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그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배우고 싶어 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언어를 더 공부해야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작년부터 시작하여, 올해까지 JLPT N4급에서 N3급까지 시험 준비를 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올해 N3급을 붙으면, 내년에는 N2급을 준비할 생각이다. 그다음엔 N1급을 준비해야겠지. 


 시험공부는 다소 어렵긴 하지만, 일본어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 말들 중에 일본식 한자 단어를 채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재미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단어들인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근대화가 가장 빨랐기 때문에, 서양에서 만들어진 단어들의 내용을 이미 일본이 정리해 둔 단어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아울러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단어들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비슷한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공부하는데 재밌는 부분도 있다. '이 단어는 우리나라는 외과라고 읽는데, 일본에서는 게가 라고 읽네?' 등의 발음상 유사성을 발견해 가는 재미도 존재한다. 

 물론 아예 사용하는 단어가 틀린 경우도 많아 이런 건 전부 다 외워야 하는데 그럴 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후회가 몰려올 때도 많다.



 함께 업무 하는 동료분 중 한 분이, 일본의 IT업체 쪽에 취업하셔 실제 일을 하시다가 한국으로 넘어오셨다고 했다. 티타임 때 종종 일본과 관련된 스몰토크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일은 다 똑같다고 하시더라. 나는 그분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부러움이 앞섰다. 나도 다른 나라에 가서 나의 커리어를 쌓아 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 그런데 그 일을 이미 하시고 한국으로 넘어오셨다니,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룬 것에 대해 부러움이 앞선 것이었다.


 '자네, 해외에 가서 일을 좀 해보지 않겠나?

 만약 지금 나에게 해외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선택하라고 하면 일본을 택할 거 같다. 왜 미국이나 유럽을 선택하지 않냐고? 나는 그들의 문화와 동화될 자신이 별로 없다. 다른 사람을 보고 거리낌 없이 인사하고, 자유 분방한 태도로 상대방에게 격의 없이 지내는 문화에 적응을 할 자신이 없다. 물론 이것은 내가 서구 문화권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서 그럴 수도 있겠다만, 여하튼 지금의 나는 그렇다.


 내가 앞서 이야기한 단편적인 사례 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너무 좋게 보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그들의 문화를 좀 더 알아가고 싶고, 언어 공부를 계속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내 전공을 살려 그곳에서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나의 간절함과 노력여하에 달렸겠지만, 일본어 능력시험 또한 N1급까지 도전해서 얻어보고 싶다. 

 아니다, N2급까지만이라도 얻어보자. 그리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까지 우선 봐 보는 것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비전공적인 업무 면접이 아닌, 내가 현재 맡고 있는 IT Professional 한 개발업무에 대한 면접 말이다. 

 혹시 아는가? 우연한 계기로, 나의 미래가 바뀔지. 타국에서 멋지게 업무 수행을 하며 주말에는 좋아하는 사진 스폿을 탐방하며 돌아다닐지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들은 '우연한 계기'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앞서 이야기 한 즐거운 상상이, 지금의 고달픈 공부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카페인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올해 시험 전까지 남은 기간 열심히 일본어 시험 준비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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