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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04. 2024

가뭄

"가뭄이 들면, 가장자리엔 물이 사라져요"

 평소 내가 자주 보는 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 보니, 요새는 주식 시장도 국내주식보다는 해외 주식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국에 떠있던 수많은 비 구름들이, 돈이 된다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몰려가 비를 내리니, 미국은 호수를 넘어 강이 되었고, 한국엔 가뭄이 들게 된 것이었다.


 내가 일하는 일터도, 가뭄이 왔다는 것이 체감된다. 

 필자가 회사생활을 한지도 올해로 벌써 14년 차다. 필자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당시부터, 단 한 번도 위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거 같지만, 요새 들어 진짜 '위기'임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 팀에 일을 맡기고 있는 고객사가 요새 안팎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는 이야기를 기사로는 접해 들었지만, 점점 고객사의 추위가 우리 회사에도 전도되고 있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진짜 가뭄 시즌이 온 것이었다.


 올해만 해도, 벌써 내가 속한 그룹 내 프로젝트들 중 몇 개에 대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우리가 잘못해서 그런 거면 모르겠는데, 과실의 비중보다는 요새 어려워진 고객사 업황으로 인해 그들 스스로도 원가절감의 압박을 많이 받았기에, 그들이 제시된 계약조건으로는 우리 회사도 영업이익을 맞출 수 없다 판단되어 결국 더 이상의 계약을 안 하기로 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전해 들었다. 


 사실 그나마 필자가 속해있는 프로젝트가 나름 규모가 큰 편이긴 하다. '대감집' 행세를 하는 프로젝트다 보니, 노아의 방주처럼 능력은 있으나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구해오려 한다는 설왕설래도 있었으나, 우리 고객사라고 천하무적이겠는가, 그들도 내부 원가 절감 챌린지를 강하게 받는 모양이었다. 내년에 구상하던 신규 프로젝트 건도 여의치 않은지, 결국 앞서 릴리즈 된 다른 동료들을 구해오기는커녕, 우리 프로젝트 내부에서도 인력을 줄여야 할 위기에 봉착한 것이었다.


 요새 들어 두려운 부분이 있다. 필자에게 살생부를 적어 내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내 손으로 우리 팀원들 중 일부에 대해 'Stay or Leave'를 결정하라고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이야기를 살짝 바꿔서, 벌써 몇 주가 지나긴 했지만 약 2년간 나와 우리 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개발자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사실, 바짓가랑이까지 잡고 늘어졌지만, 새로운 도전을 한다며 떠나갔던 그였어서, 정말 잘되길 바랐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다시 필자가 근무하는 사옥에서 다른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마주친 것이었다.


"이런 말 물어보긴 좀 그렇지만, 바깥은 어때요?"

"말도 마세요.. 진짜 추워요"

"날씨도 요새 춥긴 춥잖아요...ㅎ"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일을 구하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러게 왜 나갔어... 같이 일하자고 할 때 하지"

"그러게요.."


 그와 이야기를 나눈 뒤, 진짜 바깥은 Winter is coming이구나를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되었다. 그는 현재 개발자 구직난이, 가뭄을 넘어 그곳은 혹한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고객사한테 투정도 부리고, 싫은 소리를 해도 나를 자르지 않는 지금의 환경이 처우가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에서, 돌아온 가뭄시즌을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생각을 갖게 된다.


 모쪼록, 이 가뭄이 어서 끝이 났으면 좋겠다. 2020년, 2021년처럼, 개발자 한분 모셔오기 위해 온 힘을 다해도 구해지지 않던 그 시절이 요새는 더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뭄이 오건 말건 현재를 더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가뭄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의 경쟁력'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한 스스로의 경쟁력은, 설사 가뭄으로 인해 가장자리가 말라서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할지라도, 강바람을 타고 다시 한번 물이 있는 곳으로 향해 나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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