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진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사태기(?)라는 말을 자주 보곤 하는데, 내가 꼭 그렇다.
올해 7월, 여태껏 잘해오던 웨딩스냅을 접은 후(링크)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일이 없어졌다.
그간 무수히 많은 곳들을 누비며, 출근할 때도 날이 좋을 거 같은 느낌을 받을 땐 어김없이 내 어깨엔 카메라가방이 달려있곤 했었다.
"오늘도 어디 사진 찍으러 가나 봐?"
"네, 사진 찍는 친구랑 노들섬 가기로 했어요"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보안정책을 갖고 있는 회사다 보니, 저장매체를 갖고 반입하려면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매체를 봉인 후 들어가야만 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다. 혹여나 까먹고 그냥 반입하면, 반출할 때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출입할 때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돌이켜보면, 그리 오래지 않은 1~2년 전의 나의 이야기인데, 그때는 사진이 흥미롭고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왜 이렇게 사진에 흥미가 없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진 찍는 친구'라는 놈이, 이제 나와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의 글은,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내 친구, S에 대한 이야기이다.
S군을 만난 건, 같은 고등학교 동기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S군도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하기 위해 상경했던 경우고, S와 나는 마찬가지로 동기였었다.
어린 시절엔 누군가와 알게 될 때 '어디 출신' '어느 지역' 등의 나와의 연관점을 그리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점점 나와 연관점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참 어렵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여하튼 S와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또한 그를 만날 때에는 내가 사진이라는 취미에 막 입문한 상태였었고, S는 나보다 몇 발은 더 앞서 나가는 취미 사진가였었다.
평소 홀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S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게 참 재미있었다. 그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 나름 Free 했고, 나 또한 와이프가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 자체에 대해 뭐라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우리 둘은 재밌게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거 같다.
공통점도 많았는데, 그중에서는 둘 다 인스타그램 하트수에 은근히 관심이 많아서, 글을 포스팅하기 전 서로의 사진들 중 1 픽을 뽑아 주기도 하곤 했었다.
"이거 어떤 거 같냐 빛 담아"
"어, 여기서 노출을 좀 더 올려야 할거 같은데"
"이러면 어때"
"아 아니다. 방금 사진보다 뒤 뒤에 보여준 사진이 1 픽인 거 같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데, 서로의 삶의 궤적 중 같은 시간 공간에 함께 있어 과거 이야기를 하기도 좋고, 나름 속도 깊은 친구라 서로의 말 못 할 고민들을 많이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있다. S는 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었고, 나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대나무숲 하곤 했었다.
그렇게 즐겁던 사진 친구 S는 그가 바라던 대로 소중한 여자친구가 생겨 본가로 자주 내려가게 되면서 조금씩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시간이 많았다. 아직 못 가본 사진 스폿도 참 많았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결혼하기 9개월 전, 그는 오랜만에 사진을 함께 찍으러 가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다.
"빛 담아, 네가 나 결혼할 때 서브스냅이라도 좀 찍어줘"
"진짜야? 나한테 맡기는 거야?"
"그럼"
"인물 찍어본 적도 없는데..."
S는 나의 사진 실력을 믿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서브스냅이라도 S의 와이프도 만족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풍경사진만 많이 찍던 터라 인물을 어떻게 찍어야 예쁘게 담을 수 있고, 또한 사진의 결과물이 어떻게 하면 성의 있게 보일까에 대한 경험치가 내게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평소 자주 가던 사진 커뮤니티 구인 구직게시판에서 웨딩스냅을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보수도 좋으니 S의 결혼식 사진을 잘 찍어 주기 위해 배워보기로 결심을 하고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우연찮게 S가 제안한 결혼 스냅 촬영이, 내가 한동한 주말마다 열심히 촬영하던 상업촬영으로 발전할 줄은 그땐 몰랐었다.
다행히, 9개월여 후 S의 결혼식장, 그간 웨딩 스냅 경험이 많이 쌓여서 이제는 제법 편안하게 스냅을 찍을 수 있는 실력이 되어 다행이었다. 조금이라도 그의 결혼식에 도움이 되어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그의 결혼식은 끝이 났고, 그 이후로도 두어 번 정도 사진을 같이 찍으려는 갔지만 그 뒤로는 아이 육아 때문인지, 신혼생활에 대한 적응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연스레 그에게서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필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통은 상대방이 변해서 관계가 깨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 자신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각자의 경험, 습관, 환경 등에 의해 우리는 지금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와 S군의 그간의 사진여정은 아쉽게도 여기까지 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부를 먼저 물어볼까? 했지만,
'육아로 인해 바쁠 테니 먼저 연락을 안 하는 거겠지, ' 하는 짐작에 섣불리 연락을 하지 않게 되더라.
게다가, 우리 사이의 가장 주요한 매개체인 '사진'도 내가 시들해지면서 우리의 결속력을 약하게 만든 한 가지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다시 S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잘 맞으면, 다시 즐겁게 촬영을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희망적 기대감을 나는 갖고 있지 않게 되었다.
앞날은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좋았던 기억을 떠 올릴 때, 그 안에 작은 '모자이크' 만한 추억 공간에 내가 초청된다면, 그걸로 더없이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