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장비를 팔기로 결심했다.
아, 물론 전부 다 파는 건 아니다. 그동안 웨딩스냅을 주말에 병행하며 구매한 추가 카메라와 각종 렌즈 및 부가장치들에 대해 판매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완전히 다시 카메라는 나의 '취미'가 될 것이다.
"왜 팔아? 이제 메인작가도 되고 그렇게 잘 찍는데"
"이제 목표한 바를 이루었으니 원이 없습니다."
누군가와 이 관련된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답했던 말이었었다. 정확히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목표한 바를 이루었던 건 맞다. 사실 주말에 남의 결혼식에 참가하여 그들의 웃음과 기쁨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 자체에 너무나도 만족했었고, 이왕 뛰어든 거, 보조가 아닌 '메인'이 되어보고 싶었다. 내가 스냅 결과물을 '책임' 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필자의 나이도 적지 않다. 물론 어떤 사람이 보기엔 아주 젊다고 할 수 있지만, 이쪽 업계 평균보다 한참 위이다. 그간 촬영한 메인 포트폴리오로 여러 군데를 지원해 봤지만, 보조작가 이 뽕 때처럼, 긍정적인 답이 오지는 않았다. 그게 나이뿐이겠는가? 사진의 노출, 순간포착 능력, 프레이밍, 연출 기법까지, 그런 것들이 다른 경쟁자 대비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매주 스케줄을 받던 업체 대표에게 다시 리턴생각이 있다고 카톡을 정중히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송'하지 않았다. 이제는 매주 주말을 헌납하여 촬영을 나가기엔 나의 에너지가 그만큼 받쳐 주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종종 주말에 잔업하러 회사에 나가곤 하는데, 부업까지 겹쳐버리면 내가 너무 힘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대표도, 지금 상황의 나를 뽑아줄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결국, 아주 가끔 고정된 업체로부터 일을 받아 일회성 촬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지만, 시장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열정도 많고 어린 작가들이 널려있다. 그들과 경쟁은 더 이상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한이 없다. 나중에 누군가 지인이 필자에게 결혼스냅을 담아달라고 해도, 나는 담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 혼자서'. 아는 지인 없이, 혼자 이쪽 업계에서 포트폴리오로서 선택받으며 꾸준히 지난 3년간 일을 해올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