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값

by 필제

한 달 뒤

2교시 수학시간, 메리컨 프리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마침내 분필이 칠판에서 떨어져 나가자 선생님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 문제 풀어 볼 사람?"

"저요!!"

아이들은 하나같이 손을 들며, 자신이 풀어보겠다는 일념을 가진 확고한 눈빛으로 칠판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아직도 칠판에 쓰인 문제의 정답을 모른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 정도는 안다. 그러니까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모르는 문제들을 풀어보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정답을 찾아내겠지.

"정답이다. 아도라"

선생님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내가 푼 풀이는 아도라의 답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때였다. 유도가 자발적으로 자리에 일어났다. 그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답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 풀이와 다르거든요."

"그럼 네 답이 틀렸나 보지."

메리컨 프리 선생님이 칠판을 지우개로 닦으며 말했다. 깨끗해진 칠판 위로 유도의 질문이 날아들어왔다.

"하지만, 문제를 직접 풀어보지 않으셨잖아요?"

"유도, 난 수학교사야."
어조에서 경고가 묻어났다. 더 꼬투리를 잡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로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유도는 끈질겼다.

"문제는 직접 풀어보지 않으면 정답을 알 수 없다고, 직접 해주신 말씀이시잖아요?"

선생님은 고개를 휙 돌려 유도를 바라보고는 칠판에 전과 같은 문제를 써내려 갔다.


"풀어 봐라"

선생님과 유도, 두 사람이 하나의 같은 문제를 두고, 칸을 나누어 풀이를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선생님과 유도가 마치 물어 일체가 된 것 같이 보였다.

단지 유도가 장난치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유도가 쓴 정답이 맞았던 것이다!

다시 본 유도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으며, 수학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아도라가 쓴 답과는 달랐지만, 메리컨 프리 선생님과 유도가 쓴 풀이와 정답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있었다.

자신의 답을 보고 당황한 선생님은 몇 번 더, 새로 풀어보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한참 동안이나 칠판을 멍하니 쳐다보던 메리컨 프리 선생님은, 다소 허탈한 웃음을 터트린 끝에야 유도의 답을 정답으로 인정해 주었다.

"유일한 정답을 맞혔네. 알려줘서 고맙다. 한 수 배웠구나."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정답은 스스로 풀어보기 잔까진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이건 저와 선생님만의 정답인 셈이죠. 아도라에게도 아 도라만의 답변이 있을 거고요."

"그래. 하지만 지금이 수학시간이란다. 그러니 지금 이 문제에 대한 답은..... 3번이 맞아."

나는 서둘러 답지를 찾아보았다. 답지가 도출해 낸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난 답지 속 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답이 한 가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TV에서는 퀴즈 맞히기 예능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중 초록색 단발머리 가발을 쓴 남자가 답변을 얼버무렸다. 답을 아예 모르는 듯했다. 대신에 그는 약간의 재치를 더해 이렇게 대답했다.

"뭐,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해답이 존재하니까요. 어쩌면 그 모든 답들이 전부 정답인 걸지도 모르죠. 틀린 건 없을 지도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이때 내 머릿속에 번뜩인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정답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도라의 답도, 유도의 답변도, 메리컨 프리 선생님의 정답도, 답지 속의 답도, 모두 틀리지 않았다. 단지 남들과 푸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만일 세상에 완벽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해진의 답만을 좇으려 하지 말고,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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