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by 필제

나팔 소리가 귀를 찢어질 듯 울리는 날이었다

여기 한 귀족가의 저택 안으로 병사들이 거침없이 침범해 온다 프레드릭 가문의 장남 필립이 침착하게 물었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나 병사들의 눈빛은 모두 한 군데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그 질문은 자연스레 묵살되었다

“레이몬드 백작, 지금부터 당신을 현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한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임무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강제로 입을 열게 할 것이라고 했지, 레이몬드 어투렛, 그가 죽인 인물에 대해 정부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당연히 그가 누구를 죽였는지 나조차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레이몬드 어투렛은 이전과는 다른 인물이라는 것 그리고 진짜는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다’

필립이 생각을 마쳤을 때,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은 미샤 화이트 그녀의 행동이었다

그녀는 병사들 앞을 가로막으며 돌발적으로 말했다

“용무는 저택으로 가서 하시죠”

“잠깐 아가씨도 같이 가 줘야겠어, 뭔가 켕기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

“그전에 약속부터 지키시라고 총폐하께 말씀해 주시겠어요?”

“폐하의 명령이다! 따라와!!”

“미안해요”

미샤 화이트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동시에 그녀가 창문을 깨트리고 튀어나갔다

순간 그는 이성을 잃을 뻔하다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아연실색한 필립의 모습을 보고 병사들이 위로를 건넸다

“괜찮습니까? 어차피 창 하나인데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였다 그 창하나 가 본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

뭐 다시 돌아올 상대가 아니니까 상관없겠지만 가뜩이나 몸만 온 곳에 빛까지 지는 건 싫었다

가장 그의 머릿속을 뒤죽박죽 만든 상대는 따로 있었다 레이몬드 어투렛 그는 샤를로트가 반대쪽 창을 총으로 쏜 뒤 나가 모두의 주목이 돌려졌을 때 반대쪽 창으로 뛰어내린 듯했다

반대쪽 창 문이 열려있었으니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창틀에 걸쳐 불어있던 책장이 창문이 열리면서 바닥으로 기울어졌다 물론 그전에 떨어진 책들이 먼저 바닥에 떨어져 다음으로 바닥에 부딪히려는 책장을 받아주는 기반 역할을 했기에 다행이었다

안쓰러워 보였는지 한사코 도와주겠답시고 나서는 병사들의 도움을 뿌리치고 돌려보냈다

“우선은 이걸로 확정인가... 어투렛 백작님이 레이몬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아끼는 책장을 저렇게 대할 리..’

‘ 그 정도로 그에게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

순간 필립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책이 구두에 걸렸기 때문이다

[차원의 마법사와 계약]

자세히 보니 그건 책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노트에 가까웠다 직접 기록한 글들이 노트 안에 빼곡히 담겨있었다

첫 페이지에는 계약자라 써인 칸 밑으로 이름이 줄줄이 쓰여있었다 그 옆엔 숫자가 적혀있었는데 그중 익숙한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4. 트리올렛 페트리시에 5

:

:

10. 아울러 레이몬드 백작 19

:

:

1111. 레이몬드 백작 26을 마지막으로 리스트는 끝이 났다

*

연회는 평소보다 부쩍 소란스러운 듯했다 사교게에서 필립은 평판이 좋은 편에 속했다 그건 철저히 가면을 쓰고 남과 나를 속이는 사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방법으로 그의 입지는 이 바닥에서 꽤 좋게 먹혀들었다

“차원의 마법사라고 아십니까?”

“호호 차원의 마법사라면 요즘 유행하는 그거 말인가요”

“저도 들어봤어요! 항간에서는 소원을 이루어주었다가 10년 뒤 갚으러 온다는 그 마법사 말이죠? 덕분에 요즘 망한 가문들 사이에서 그를 불러내는 데에 성공한 게 아니냐고요”

“에이 요새 그런 말을 누가 믿어요? 망한 가문들 이미지라도 회복하려 헛소문 퍼트리는 거라니까요!”

스 ㅡ 슥

“! ”

필립은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레이몬드 백작을 만난 날 느꼈던 생소하고도 독특한 재취를..

순간 머릿속에 문장하나가 널찍한 자릴 꿰차고 들어왔다

‘..... 그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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