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아이와 안 먹는 아이의 차이를 학교급식 현장에서 들여다봅니
안녕하세요.
현직 영양교사 안유림입니다.
“우리 아이가 유난히 예민한 걸까요?”
“편식은 의지 문제일까요?”
“계속 두면 나아질까요?”
라는 고민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다 보면 정말 뚜렷하게 보이는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처음 보는 반찬이 나와도 먹어보는 시도를 하고, 싫어하는 메뉴가 나와도 먹어보려 합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면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조금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 나오면
끝까지 안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이들이 음식을 안 먹는 이유를 단순히 “습관이다”, “고집이 세다”로만 보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아이들이 안 먹는 데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음식의 냄새에 민감하고, 어떤 아이는 식감에 아주 예민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낯선 음식 자체에 대한 불안이 크고, 어떤 아이는 식사 시간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끼기도 합니다.
반대로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먹는 경험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적인 경험은 꼭 집에서 완벽한 식단을 먹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새로운 음식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는 경험
싫어도 한 번쯤은 시도해본 경험
먹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경험
식사 자리에서 지나친 긴장이나 압박을 받지 않았던 경험
즉, 잘 먹는 아이는 원래부터 입맛이 좋은 아이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먹는 일이 편안한 경험으로 쌓여온 아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은 가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입만 먹어보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할까?”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그 ‘한 입’ 자체가 굉장히 큰 도전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이런 아이들이 있습니다.
색깔이 낯설면 못 먹는 아이
섞여 있는 반찬을 힘들어하는 아이
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 아이
냄새가 강하면 거부하는 아이
음식이 입안에 들어오는 감각 자체를 힘들어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에게 “왜 이것도 못 먹니?”라고 말하면 먹는 행동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이미 힘든데, 거기에 죄책감과 압박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고민 중 하나가 “몸에 좋은 걸 해주면 아이가 먹지 않을까요?”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음식이 건강에 좋아”라는 설명만으로는 잘 먹지 않습니다.
아이의 식습관은 설명보다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즉,
여러 번 눈에 익히고
조금씩 냄새 맡아보고
한 번 만져보고
아주 작은 양이라도 시도해보고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을 하는 것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잘 먹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식습관은 한 번에 고쳐지는 문제가 아니라, 작은 경험이 쌓이며 천천히 바뀌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학교는 아이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공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교는 아이의 식습관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입니다.
잘 먹는 아이는 대체로 다양한 음식에 대한 긴장이 덜하고,
안 먹는 아이는 먹는 것 자체에 부담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급식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단순히 “오늘 밥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아이가 먹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새로운 음식에 대한 불안이 큰지
식사 시간 자체를 힘들어하는지
아니면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한지
이런 것들이 학교에서 잘 보입니다.
부모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아이의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왜 안 먹니?, 또 안 먹었어?, 이게 뭐가 싫어?, 왜 이렇게 까다로워?
이 아이는 왜 먹는 게 어려울까?
어떤 음식에서 특히 힘들어할까?
어떤 환경에서는 조금 더 먹을 수 있을까?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 질문의 차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꿉니다.
아이를 잘 먹게 만들기 위해 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실 “더 많이 먹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먹는 시간을 덜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싫어하는 음식을 무조건 없애지 않기
그렇다고 억지로 다 먹이려고 하지 않기
아주 작은 양으로 반복해서 노출하기
먹는 양보다 “시도한 경험”을 인정해주기
식사 시간을 훈육의 시간으로 만들지 않기
이런 환경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먹는 것”에 대한 긴장을 낮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결국 식습관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입니다.
왜 어떤 아이는 잘 먹고, 어떤 아이는 끝까지 안 먹을까요?
그 차이는 단순히 성격이나 버릇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아이의 기질, 감각, 경험, 식사 분위기, 반복 노출, 심리적인 안정감 같은
여러 요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식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경험을 천천히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를 이해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