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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녹이고 노오란 고개를 내미는, 복수초 이야기

"차곡차곡 쌓아온" Adonis amurensis

by 활자정원


Adonis amurensis

“차곡차곡 쌓아온”


겨울이 끝나갈 무렵, 눈을 녹이고 노오란 고개를 내미는 꽃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복수초’라고 불리는 Adonis amurensis는 다른 꽃들이 아직 잠자고 있는 시린 봄에 누구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 수줍은 꽃봉오리를 맺는다. 때는 아직 추운 1월, 남아있는 눈을 녹이며 드디어 세상밖에 피어오르게 된다.


Adonis amurensis라는 학명에서 'amurensis'는 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흐르는 아무르 강에서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복수초는 이곳의 춥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열'이라는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눈을 녹인다는 표현은 적어도 복수초에게는 시적 표현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식물이 스스로 열을 낼 수 있을까. 그 비법은 뿌리에 비축한 성분과 물과의 화학반응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Adonis amurensis는 일찍이 6월부터 휴면기에 들어가고 내년을 위해 뿌리에 에너지를 가득히 비축한다.


스스로 열을 낸다는 특징 때문에 예로부터 복수초를 영원의 상징, 힘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해왔다. 그런 이유로 뿌리는 오랫동안 약재로 쓰이기도 했지만 꽃과 잎사귀는 맹독이 있어 함부로 만지면 큰일이 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Photo by Ivo M. Vermeulen


나에겐 이렇게 작은 꽃일지라 할지라도 이만큼 영리하고 강력한 식물이 있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언제나 나에게 호의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복수초는 자신에게는 당연한 주변 환경에서,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관성을 깨버렸다. 이런 발열의 능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일찍이 멸종되어 잊혔겠지만, 누구도 꽃피지 않는 계절에 가장 먼저 꽃을 피워내고, 이를 위해서 눈을 녹이는 방법까지 터득해냈다. 그렇기에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도 갖고 있는 복수초에게 '차곡차곡 쌓아온'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쌓아왔다는 건 그 에너지를 쌓아왔다는 말도 되지만, 나만의 계절을 대비하고 기다려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을 읽는 당신에게, 삶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하얀 세상을 녹일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물을 만나 눈을 녹이고 자신을 알리는 복수초처럼, 당신이 쌓아 올린 가능성이 새로운 계절을 만나 피어오를 것이다.


그 힘이 당신 안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PLANT INFORMATION


식물계(Plantae)ㆍ피자식물문(Angiospermae)ㆍ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ㆍ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ㆍ복수초속(Adonis)

A. amurensis


뿌리가 심장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산 속에서 자라며 나무 그늘 아래의 그늘진 곳에 분포한다. 정원수로도 식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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