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브런치10주년작가의꿈


가운데라는 자리는 늘 애매하다.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니다.

하지만 애매함 속에서 이어주는 힘이 나온다.

눈에 잘 띄는 건 머리나 발일지 몰라도

정작 흐름을 잡는 건 그 사이에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는 건 화려한 순간들이지만

그 사이에 버티는 시간이 없으면 금세 무너진다.

나는 종종 그런 자리를 떠올린다.

앞장서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으면서

묵묵히 지탱하는 순간들.


그 자리는 언제나 조용하다.

말이 많지 않고,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없어지면 금세 알 수 있다.

버티는 힘이 사라질 때, 모든 게 흔들린다.

그래서 사람도, 관계도, 그 사이에서 버텨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살다 보면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많다.

단순히 낮아지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다.

굽어지는 게 끝이 아니라, 다시 펴지는 길 위에 있다.

나도 그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꺾이는 순간마다 다시 일어서면서,

그게 나를 지탱해온 방식이 되었다.


힘을 쓰는 자리는 눈에 잘 띄지만

힘을 모으는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쪽이 오래 간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자리가 중심을 잃지 않을 때, 삶도 흐름을 이어간다.


나는 그 조용한 자리를 좋아한다.

자기주장을 세우지 않아도,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리.

세상은 늘 빠르게 달려가라 하지만

끝내 오래 남는 건 묵묵히 이어주는 힘이다.


살아가면서 배운 게 있다면,

무엇이든 중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받치고 있는지,

그걸 알 때 비로소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흔들리면서도 버티는 힘을 배웠다.

굽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길을 배웠다.

그 과정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

그게 바로 삶이 흐르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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