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기다림은...
나에게 기다림은 어떤 식으로 다가왔던 걸까.
버스를 기다리던 그날이 먼저 떠오른다.
한여름, 땀이 등에 붙어서 옷까지 달라붙던 날,
버스 번호판 불빛이 저 멀리서 번쩍이길 바라며
몇 번이나 목을 빼고 도로 끝을 바라봤다.
다른 번호 버스는 몇 대나 지나갔는데,
내가 기다리는 버스만 오지 않았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몇 분이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의 몇 분은,
하루의 몇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괜히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넣었다가 또 꺼내는,
쓸데없는 반복이 이어졌다.
그때 나는 기다림이라는 게
이렇게 몸과 마음을 동시에 흔드는 거구나,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사람을 기다리던 기억도 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내가 먼저 나와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처음에는 괜찮았다가도
십 분쯤 지나면 마음이 달라졌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내가 장소를 잘못 알았나,
아니면 일부러 늦추는 건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걸어오고 있었을까.
나처럼 초조했을까,
아니면 그저 바쁜 걸음으로 오고 있었을 뿐일까.
어쩌면 나는 상대보다
내 스스로의 마음 때문에 더 힘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길모퉁이만 돌아서 나타나주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 짧은 부재의 순간이
나를 얼마나 흔드는지 그때마다 새삼 느꼈다.
어떤 기다림은 억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제때 와야 했고,
꽃은 햇살이 충분히 머물러야 피었다.
나는 아무리 서둘러도,
그 흐름을 당길 수 없었다.
내가 불안하다고,
내가 조급하다고,
그 시간이 빨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몸부림칠수록 더 멀어지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기다림은 늘 양쪽을 함께 데려왔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초조한 나와,
결국 흘러가고야 마는 시간의 느긋함.
그 사이에서 나는 늘 흔들렸다.
버스를 기다리던 그 짧은 순간도,
사람을 기다리던 긴장된 시간도,
계절이 바뀌기를 바라던 나날도,
모두 기다림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다.
내가 못 견뎌서 안달을 했든,
어쩔 수 없어 손을 놓았든,
그 자리는 언제나 내 앞에 있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다시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