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자리

### 머무는 자리

어둡다고 할 수도 없고,

밝다고 말할 수도 없는 자리.

확인되지 않은 채로,

그 고요함에 그저 머물러 있는 자리.


덧붙이지 않아도 되고,

덜어낼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순간.


움직이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은 이어지는 듯하다.

나는 그저, 흐름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 안에 앉아 있는 듯하다.


확실히 알 수 없는 건

때로는 불편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편안하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자리에

내가 놓여 있는 듯하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버스를 탈지 말지는 아직 모르는 것처럼,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확인되지 않은 그 자리가

한동안은 그냥 그렇게 남아 있는 듯하다.


그 사이에 작은 바람이 스치고,

누군가 지나가다 말을 걸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순간이 흐르는 것만은 분명하다.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내 앞의 길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햇빛이 기울면 그림자가 옮겨 앉고,

시간이 지나면 벤치 위의 공기도 달라진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세상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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