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갈증은 단순히 물만을 부르는 게 아니고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로 찾아오지
사랑을 원할 때도 갈증이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하나 듣고 싶을 때도 갈증이고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
나는 목보다 더 깊은 데서 타들어 가는 갈증을 느끼곤 하지
돈이 없을 때도 갈증은 따라와
그 돈이 단순한 지폐가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자유고 안전이고 힘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더 목마르게 돼
그래서 돈의 부족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삶 전체를 흔드는 갈증이 되곤 하지
시간도 그렇지
해야 할 건 많고
하고 싶은 건 더 많은데
하루는 늘 짧고
그때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바라게 돼
그 바람도 결국 갈증이더라구
조금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하고
조금은 덜 아프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하지
관계 속에서도 갈증은 빠지지 않아
말을 해도 전해지지 않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때
나는 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져
하지만 그 외침마저 삼키고 나면
갈증은 더 깊은 데서 나를 흔들지
몸도 목마르고 마음도 목마르고
영혼마저 목마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지
갈증은 단순히 채워야 할 구멍이 아니라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라는 걸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멈추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이제 갈증을 두려워하지 않아
사라지게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아
그저 갈증과 함께 걸어가
갈증이 있는 한 나는 아직 나를 잃지 않았으니까
아직 이 길 위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