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숲의 육아 이야기

by 아르망


여러분 숲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어느 날 새싹이 태어났어요

흙 뚫고 올라오는 게 많이 힘들어 보여요

그날부터 우리는 힘을 합쳐 함께 하기로 했지요


밤이 깊어가니 다정한 달빛이 쓰다듬어 주어요

제일 힘들 때는 새싹이 잠을 안 자서

밤새도록 쓰담할 때에요

아침 깊어가면 햇살이 땡볕에서

열심히 빛 비추어요


바람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상처 난 곳에 호호하고 불어주어요

또 아무거나 먹일 수 없어

영양 가득 흙 든든하게 먹여야 해요

주로 몸에 안 좋은 흙을 좋아하지만요

뿌리는 행여나 새싹 넘어질까 늘 조바심 내며

쓰러지지 않도록 손 꼭 잡아주어요


새들도 아침저녁으로 노래 들려줘야 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싹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대요

시도 때도 없이 물 달라고 조르는 통에

하늘구름도 있는 마음 없는 마음

다 담아 천 개도 넘는 물방울을

쉴 새 없이 줘야 해요

어떤 때는 하늘에서 내리는지

눈에서 내리는지 모를 물이 흘러요


새싹은 또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이 방향으로 자라야 한다고 하면

저 방향으로 자라고

저 방향으로 자라야 한다고 하면

이 방향으로 자라요

그럴 때는 센 바람 불어오는 날 밤하늘에

빛나는 저 안드로메다까지 날려주고 싶기도 해요


그러다가도 밤에 곤히 잠든 새싹의 작고 연약한

잎을 보면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어쩔 수 없는 숲의 마음인가 봐요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지나고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연둣빛 하늘이 공중에 가득해요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지난날을 돌아보니

아찔하고도 경이롭네요


새싹은 혼자 키우기는 힘들어요

혼자서는 무엇도 자랄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힘들 때

서로 이야기해요


함께 가자

함께 살아내자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그런 거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어느 멋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