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러분 숲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어느 날 새싹이 태어났어요
흙 뚫고 올라오는 게 많이 힘들어 보여요
그날부터 우리는 힘을 합쳐 함께 하기로 했지요
밤이 깊어가니 다정한 달빛이 쓰다듬어 주어요
제일 힘들 때는 새싹이 잠을 안 자서
밤새도록 쓰담할 때에요
아침 깊어가면 햇살이 땡볕에서
열심히 빛 비추어요
바람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상처 난 곳에 호호하고 불어주어요
또 아무거나 먹일 수 없어
영양 가득 흙 든든하게 먹여야 해요
주로 몸에 안 좋은 흙을 좋아하지만요
뿌리는 행여나 새싹 넘어질까 늘 조바심 내며
쓰러지지 않도록 손 꼭 잡아주어요
새들도 아침저녁으로 노래 들려줘야 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싹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대요
시도 때도 없이 물 달라고 조르는 통에
하늘구름도 있는 마음 없는 마음
다 담아 천 개도 넘는 물방울을
쉴 새 없이 줘야 해요
어떤 때는 하늘에서 내리는지
눈에서 내리는지 모를 물이 흘러요
새싹은 또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이 방향으로 자라야 한다고 하면
저 방향으로 자라고
저 방향으로 자라야 한다고 하면
이 방향으로 자라요
그럴 때는 센 바람 불어오는 날 밤하늘에
빛나는 저 안드로메다까지 날려주고 싶기도 해요
그러다가도 밤에 곤히 잠든 새싹의 작고 연약한
잎을 보면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어쩔 수 없는 숲의 마음인가 봐요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지나고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연둣빛 하늘이 공중에 가득해요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지난날을 돌아보니
아찔하고도 경이롭네요
새싹은 혼자 키우기는 힘들어요
혼자서는 무엇도 자랄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힘들 때
서로 이야기해요
함께 가자
함께 살아내자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