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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멋진 날
시
by
아르망
Jan 23. 2025
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니
보송한 바람이 불어왔다.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 말을
건다.
귀를
기울이니 바람이 품고 온
많은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를 위해 치던 기타 소리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마침내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소리
기다리던 편지의 봉투를 뜯는 소리
함께 나란히 걷는 발걸음 소리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소리
어딘가 시원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이 모든 소리 다 담아
이 모든 언어 다 담아
이 모든 마음 다 담아
바람을 타고 무언가 온다
.
나무처럼 풍요로워진 마음에
주변으로 눈을 기울인다.
어느 이름 모를 골짜기에 피었던
꽃잎 하나 손에 떨어진다.
바람을
따라온 구름이 그늘이 되어
마음을 시원하게 덮는다.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 그림자가
흐뭇하게 손을 흔든다.
아! 이 모든 것을 듣고 보고서야
바람을 타고 온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한없이
생각하고 자라나며,
신비롭고 꿈을 꾸며
때로는 눈부신
것이
다.
그날,
바람을 타고 온 시(詩)
하나가
내 가슴에 들어와
쉬어간 어느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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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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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게 되면 순수한 기쁨과 고통이 함께 피어납니다. 이 순전한 아름다움의 결들을 사랑하기에, 계속 글을 쓰게 되나봅니다. 작은 글방, 다정한 걸음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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