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사, 내 남편과 당장 헤어져
몸에 좋은 걸 해줘야지, 아니 나쁜 걸 하지 말아야지
술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음식을 보면 술을 자동 페어링하는,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가끔 술자리 3차도 불사하는, 그리하여 내 속을 많이 터치는 남편은 매일 우루사를 챙겨 먹는다. 몇 년 전 간 수치가 높아서 병원에 가자 처방해 주었다고 한다. 정기 검진과 함께 쭉 달고 사는 약이 되었다.
"여보, 이거 되게 좋은 거다. 약국에서 사는 우루사랑 달라. 전문의약품이라서 성분이 더 많이 들었어. 술 자주 먹는 친구 있으면 꼭 처방받아서 먹으라고 알려줘~"
그게 무슨 로또인 듯 의기양양 천지 분간을 못하신다. 아들이면 등짝 스매싱이라도 날리는 건데 내 손이 아플까 봐 참는 줄 알아. 의사 선생님은 술 줄이고 운동하면서 간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처방해 주셨을 텐데 보약, 만병 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분수를 떨며 챙겨 드신다.
우루사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주요 성분이라서 네이밍도 비스무리하게 지었나 보다. UDCA는 체내에 이로운 3차 담즙산의 성분이자 웅담의 핵심 성분인데 간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피로의 원인이 되는 유해 독소와 노폐물이 제거되도록 돕는다고 한다. 피로하고 간의 해독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딱이라고 하는데 그리하여 뇌리에 박혀 있는 차두리의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그 CM송처럼 간이 피로하면 UDCA가 필요하고 UDCA를 섭취하려면 우루사를 먹어야 해라고 온 국민이 학습되었다.
전문가가 처방해 줬겠다, 광고에서 간에 엄청 좋은 거라고 말해 주지 않았겠나 남편은 천군마마를 얻은 것처럼 잊지 않고 우루사를 꼬박 먹음으로써 간에게 엄청 큰 일을 해 주며 간 건강이 나아지고 있다 믿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에라 이 사람아. 그 꼬락서니를 보다 못해 귓가에 때려 박는 디스랩으로 훈육을 해 본다.
"술 퍼 먹고 우루사나 털어먹는 애송이들 잘 들어 갱갱갱! 간댕이를 알코올에 절여 놓고 약 먹으며 소생 기원 웃기시네. 상해버린 간댕이는 약 하나로 돌아오지 않아 절대 네버에버. 술 먹지를 말아야지 술 퍼먹고 간장약이 웬 말이냐 원수탱아. 좋은 약을 찾기 전에 나쁜 짓을 말아야지 니몸댕이 평생 간수. 이딴 식으로 니맘대로 막살거면 병원이며 영양제며 다집어쳐 스웩"
그렇다. 나는 좋은 약을 찾기 전에 몸에 나쁜 짓을 하덜덜덜 말라는 주의다. 좋은 음식 먹으면서 적당하게 운동하고 긍정적인 생각 하면서 즐겁게 살면 몸에 무슨 탈이 나랴 하는 것이다. 이런 선행 없이는 아무리 좋은 의사와 약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술을 줄이면서 간에 무리를 주지 말고 건강으로 활력을 주면 약 따위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소중한 하나뿐인 간에 병 주고 약 주고 하지 말자. 그냥 있는 그대로 지켜 주자. 약은 일부 도움을 주는 것 일뿐 백 퍼센트 의지할 것은 못 된다.
남편이 약 먹을 때마다 핀잔을 줬더니 술자리는 줄이기로, 운동은 늘리기로 약속했고 지켜가고 있다. 매년 간 수치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남편의 노력에 우루사가 합심하여 이뤄낸 결과이니 우루사에게도 격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남편의 강한 의지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을 보호해서 더 이상은 의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루사, 이제 그만 내 남편과 헤어져! 봉투는 두둑하게 준비해 놓았으니 뒤도 보지 말고 다신 연락하지 말도록. 다시 나타나면 그땐 머리채를 확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