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준 인연에 대하여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던 감정을 놓는 연습

by 김기덕

누구에게나 한 사람쯤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았던 시간을 함께했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쉽게 가지 못할 만큼

진했고, 그래서 더 아렸던 인연.


당신에게도 그런 이름 하나쯤 남아 있지 않은가.

어리고 용감했지만, 동시에 서툴고 겁도 많았던 시절.

실컷 다투고, 미워하고, 그럼에도 결국엔 사랑했던 그 시간들.


가끔은 문뜩 떠오른다.

헤어지던 날 마지막으로 눈을 맞추던 순간,

말하지 못해 삼킨 문장 하나,

같이 걷던 길에 스며 있던 사소한 향기까지.

이런 것들이 지금도 마음을 살짝 흔든다.


좋아해서 미웠고, 미워서 놓지 못했던 관계였다.

하지만 결국 먼저 손을 놓은 건 나였다.

그땐 몰랐다.

우리가 함께일 때 너무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손을 놓는 순간부터 얼마나 크게 무너질지.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상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도 당신이 튀어나왔고,

내 하루가 너무 쉽게 흔들리던 시절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여전히 마음이 시린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기척만 들어도

어딘가가 아직도 아린 걸 보면

내안에 남아있는 조각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은 비와 비슷하다.

함께 춤추던 날도 있었고

서로의 발을 밟아 멈춰버린 순간도 있었으며

결국은 각자의 속도를 찾아 떠나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나는 이제 그 사랑을 조용히 놓아주려 한다.

고마웠던 마음도,

미워했던 기억도,

이상하게 예뻤던 장면들도.


당신의 자리였던 곳은

이제 잘 정리해두고 싶다.

누군가 다시 와도 괜찮을 만큼.


놓아준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시작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