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라나는 시간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조용함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첫 기억인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는 했지만 말을 아꼈던 나는 늘 조용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저 조용한 아이가 아니라,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바깥에 보이지 않는 아이일 뿐이었다.
말하지 않은다는 건 단순히 말하고 싶지 않는 게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게 싫어서, 조금 큰 뒤에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말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까 봐 조용히 있었던 거였다.
조용한 세계는 내 내면 속에 자라나고 있었다.
침묵은 말보다 훨씬 더 깊은 언어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말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 서툴렀던 나에게 말로 내 마음을 표현하기란 어색했던 날이 많았다.
나에게 글을 쓰는 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나의 삶이 녹아들어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많은 감정이 엉켜 있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말들도 담겨져 있었다.
고요하게 살아낸 시간들이 한 줄 한 줄에 담겨 있었다. 글을 쓸 때마다 과거를 다시 마주해야 해서 많이 아팠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썼다.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으면 언젠가 나에게 해답이 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다.
소리가 없고, 말하지 않아도 존재가 흐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그 조용한 바람은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힘들었지만 쓰는 시간만큼은 좋았다.
나의 내면은 침묵이 피워낸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 조용함의 시간이나, 색다른 감정과 시선들로 바라본 세상이
이제는 글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건 글이 가진
가장 따뜻하고 강한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