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처럼 쏟아진 감정

잠깐이지만 갑작스럽게

by 유리

한때 난 마음을 쉽게 주는 아이였고

가끔은 그 마음이 터져 버리는 때도 있었다.






학년을 올라가는 3월이 나에겐 힘든 시간이었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나는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보냈지만 그 안에 있는 마음은 엉망으로 뒤틀려 건드리면 금방이라 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는 가끔 자 기 전 울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3월이 지나가고, 4 월로 접어들게 되면 마음은 가라앉았다.

왜 그런 건지는 나도 몰랐다.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던 작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건지, 단순하게 새로운 환경 이 싫었던 것인지.



어렸을 때부터 난 정이 많았다. 그 마음을 준 대상이 많았던 난 고장 난 샤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아이였고, 스쳐 지나갈 인연에도 정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바보 같지만 당시 난 딱히 좋아하 지도 않았던 반 친구들과 헤어지는 날에도 힘들어했다.

겨우 일 년 정도 맺어진 인연이었고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난 그들에게도 친밀감을 느꼈던 것일까.


마음을 쉽게 주면 상처받기 쉽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초등학생 시절에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외로운 게 싫어서인지 혼자인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린 시절에는 그들이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쉽게 열었고, 그것 때문에 쉽게 상처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간 건지 모르겠다.
희미해져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묻어둔 마음은 가끔 터질 때가 있었다. 그동안 담아 둔 물을 소나기로 흘려보내는 먹구름처럼 눌러둔 마음이 터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마음속 무언가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그냥 웃었 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마 그 웃음은 아무에게도 마음을 보이기 싫었던 한 존재의 본능 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표정이었다. 입은 웃고 있었는데 눈은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물이 보여 있는데 입은 담담하게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어렸을 때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솔직하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 밝게 웃다가 넘어지면 울음을 터뜨렸고, 어 린에게도 제 감정을 솔직하게 보였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행복한 듯 웃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소중한 걸 잃 은 것처럼 울었다. 아이들은 걱정이 없었다.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도 그런 때가 있었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아이였던 그들의 감정 표현은 세상의 부조리함으로 달라져 갔다. 기쁠 때에는 아이였을 때와 다르게 조용히 웃고, 슬플 때에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 조용히 슬퍼했다. 마음도 똑같았다. 어렸을 때 활 짝 열렸던 마음은 어른이 되어 가면서 닫혔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감정은 혼자 있을 때

이젠 나도 어른과 닮아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내면을 아는 건 어려웠다.

아직도 난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