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노력했다
지금과 다르게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학년이 올라갔을 때 아빠가 내준 숙제는 '선생님이랑 짝꿍 이름을 물어봐서 알아오기'였다. 그 뜻은 선생님이랑 짝꿍에게 말을 붙이라는 거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조금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짝꿍의 이름을 물어보고, 쭈뼛거리며 선생님의 이름을 여쭤보았던 첫날. 짝꿍은 별말 없이 제 이름을 불러주고, 선생님은 내가 못 들을까 봐 정확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 뒤의 일은 잊어버렸지만 아마도 그때 난 어려운 숙제를 해냈다는 생각으로 아빠에게 숙제 검사를 받았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가끔 혼자서 밖을 나갈 때도 예전 생각이 든다. 편의점 직원이랑 눈도 못 마주치고 동생에게 계산을 부탁할 때는 부끄러운 감정에 집어삼켜졌다. 그런 나에게 사회성을 주고 싶었던 건지 가족들은 나에게 가끔 심부름을 부탁했고, 그럴 때마다 곤란한 건 나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요구를 해야 한다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부끄럽고 하기 싫어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기 싫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보낼 거냐는 말이 돌아오긴 했지만
초등학생 때까지만 이어졌다. 중학교로 올라가고, 지금의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아직 조금의 망설임은 남아 있지만 이제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
조금은 나아졌다는 그 말, 자주 듣는다. 그만큼 어렸을 때보다 난 많이 나아졌다. 혼자 있기는 하지만 아무도 주지 않았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함께 있어도 겉돌지 않는다.
나름 노력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고 귀찮아도.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는 건 어렵다. 그래도 사회생활은 해야 했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빠르게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했다. 목소리는 작지만 아래보다는 위를 바라보아야 하고 위축되면 안 된다.
그 생각 때문인 건지 한때는 땅이 아닌 하늘을 보는 습관을 가지기도 했었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걸 생각해 참았다. 좋아하는 책 내용이나 들었던 음악을 생각하면 조금은 참을 수 있었다.
소박하지만 그 기억들은 나에게 가장 강한 방패가 되어 주었다.
지금도 가끔은
초등학교 3학년 때가 생각난다.
시켜서 한 일이었지만 그때 난 피하지 않았다.
한 발 더 앞서갔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