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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01. 2024

<18. 독서는 만능키일까요?>

책과 결혼했습니다!

   <18. 독서는 만능키일까요?>


정신적 유희를 위한 목적과 더불어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지속적인 성찰과 통찰, 이 두 가지는 어쩌면 궁극의 독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 읽기가 사변적이거나 현학적인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내려와 실생활과 어울린다면 어떤 유용함이 있을까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유용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책은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뛰어난 도덕과 윤리 및 철학도 제시하기 때문에 공부와 학습의 도구뿐만 아니라, 삶의 지표 내지는 매뉴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책을 만들어온 이래 모든 문제를 책을 통해서만 해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간 사고의 많은 부분이 책에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발전해 왔지만, 자연에 소속되어 자연에서 나고 자란 인간은 '자연법'이라는 강력한 법 아래에 있으면서 영향을 받고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었으니까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배운 점을 책을 통해 갈고닦았습니다. 인지신경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프루스트와 오징어'(이희수 옮김, 어크로스, 2007년 원작, 2024년 6월 재출간)라는 저서에서 독서는 6,000년도 안 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며, 인간은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책 읽기로 인한 깊은 사고는 사실 이해와 추론, 상상, 비판적 사고는 물론 열린 사고까지 가능하게 하는데, 위에서 말한 성찰이나 통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는 별개로 실용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가 주는 또 하나의 가치는 수많은 타인의 삶과 사고, 행위 등을 경험하게 해서 삶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책 읽기가 알라딘의 램프 속의 지니처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요청을 하면 즉시 나타나 답을 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 중에는 책을 통해 즉시 답을 얻을 수 있는 게 대부분이지만, 안타깝게도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예 답이 없는 문제도 있다는 사실인데, 그런 문제들이 결정적으로 삶을 어렵게 합니다. 

해답이 없는 문제가 있기에 책 읽기는 만능이 아닌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런 문제를 접했을 때 우리는 어떤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신에게 매달려야 하는 걸까요? 종교를 가진 사람 중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종교를 떠나 인간에게 주어진 이성과 감성만으로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답을 금방 구할 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만났다고 여겨질 때는 그 문제를 객관화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최대한 자기 자신과 떨어뜨려놓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지요. 제3자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그런 자세로 문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문제의 실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면서 답을 구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답이 없는 문제이니 굳이 답을 얻으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답이 없는 문제라고 해서 그냥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른 포기를 선택하겠지만, 왕성한 지적 호기심이 살아 있는 사람 혹은 향상심이 투철한 사람은 그 단계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그 문제를 끝까지 바라보면서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이어가는 것이지요. 연금술은 실패한 기술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엄청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뚜렷한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얻는 과실이 있을 수 있다는 예시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이들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겠지요.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가짜 전문가'들이 나타나 문제의 답을 쉽게 구해줄 수 있다는 유혹입니다. 어떤 권위에 의해서든, 순전한 장삿속에 의해서든, 그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며, 답이 없는 문제도 답이 있다고 수작을 부립니다. 공부와 학습 및 독서와 글쓰기 분야에서도 그런 술수를 쓰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서울대 가는 법'이니, '1년에 1천 권 읽는 독서법'이니, '수개월 만에 출간 작가 되는 법'이니 하는 등등의 것들로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연금술로 금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읽고 쓰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달성하기 불가능합니다. 책 읽기는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정상을 보여주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라고 부드럽게 권유합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며,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며 살아가되 최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줍니다. 인생의 반려자로서 책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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