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읽은 책 내용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

<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by 나승철

'읽은 책을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또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책과 관련한 상담을 하고 강연을 하다 보니 읽은 책에 대해서는 핵심과 줄거리를 알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에 읽은 책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다. 읽을 때는 깊이 빠져들며 몰두한 책도 시간이 지나면 마찬가지다. '어린 왕자' 같은 가벼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위대하거나 또는 짧은 분량의 책도 읽은 지 몇 년이 지나면 줄거리가 잠재의식 속에 잠겨 있어 쉽게 소환하지 못한다. 책벌레에게는, '독서 전문가'의 타이틀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때로는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 엉뚱한 말을 하면서 창피를 당한 일도 있었다.


어느덧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짧거나 긴 서평이 2천여 권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몇 줄에 불과한 서평이 점점 늘어나 이제는 책을 완독한 뿌듯함과 함께 찾아오는 서평 쓰기의 부담감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서평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면 또 한 번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서평 쓰기는 단순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읽은 책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고 되새기기 위해서 서평을 쓴다. 하지만 서평을 쓴다고 해서 망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기억의 시간을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을 뿐이다.


읽은 책의 줄거리나 핵심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내가 쓴 독서 일지와 블로그의 서평을 읽는다. 대개는 읽을 당시의 기억까지 되살아나면서 책의 핵심과 줄거리를 잠재의식에서 꺼내올 수 있다. 어떤 블로그 서평이나 독서 일지의 기록은, 이걸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낀 적도 많다.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정말 잘 썼다는 자화자찬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독서 일지와 블로그 서평은 읽은 책 내용을 조금이라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독서의 효능이나 가치를 드러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인 '초서 독서'(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을 요약 및 발췌하거나,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즉시 기록하면서 읽는 독서 방법)는 '나의 독서법'이다.


책을 읽을 때의 감동과 여운을 오랫동안 내 정신에 머물게 하고 싶다.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 동안의 과정이 일회성 행위가 아닌 내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사건'이면 좋겠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 글자'가 내 마음에 수없이 새겨진다면!


수, 일 연재
이전 02화32. 오기와 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