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글과 여행을 통해 평생 배운다.

by 나승철

글과 여행을 통해 평생 배우며 사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이고, 다시 배움의 목표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해하는지, 무엇을 잘 못하는지 등에 대해 알고, 더불어 나의 한계를 짐작한 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한계를 확장해 나간다. 나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실망과 함께 넘어졌다가는 그 한계를 이겨내려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 반복된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나침반이 북극과 남극을 가리키기 전에 잠시 흔들리는 것처럼 여러 번의 상승과 추락을 거듭하며 제대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다. 최선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자각은 평생 나를 알아가야만 하는 운명이지만, 그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어 살아가는 데 힘을 얻는다. 내가 누군지 파악한 후의 정진, 이보다 더 삶을 북돋는 일은 없어 보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두려움이나 불안과 싸운다. 이겨내야 한다.


독서와 여행은 공부와 학습을 멈추지 않겠다는 학구적 의지와 자세를 확실하게 한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너무 많다. 단지 그 이유 때문이라도 행복은 불행을 이긴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허무와 권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배태되어 있지만 책과 여행에는 그 비중이 적다. 건강을 잃지만 않는다면 책과 여행은 늘 허무와 권태를 이길 수 있다. 독서와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및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이유도 건강 때문이다.


독서와 여행을 많이 읽어서 사고력이나 창의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박학다식하다는 말 역시 듣기는 했지만, 오히려 너무 여러 가지에 대해서 모르는 게 더 많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지식의 질은 만족하지 못하겠고, 아는 것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모르는 건 더 많아 보인다. 그래서 독서나 여행에 빠져 지식 탐구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A4 용지 한 장을 펴놓고 지면 전체를 세상이라고 한다면 내가 아는 건 작은 동그라미로 그릴 수 있는데, 책과 여행을 많이 한 덕분에 아는 게 많아져 그 동그라미가 좀 커졌다면 원주는 늘어났을 테고, 그 늘어난 원의 둘레와 접하는 부분은 모르는 영역이니 오히려 모르는 건 더 많아진 셈이다.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훨씬 많다.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만족한다. 독서에 대한 수많은 명언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거나 읽지 않거나 그것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는 안 뒬 수도 있다. 그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독서가 아니라도 여행을 비롯해 삶을 유익하게 하는 도구는 많은 까닭이다. 동영상이 대세인 세상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겠다. 사회적 동물이며 종교적 동물인 인간에게 특징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호기심의 동물이다. 만물을 아는 것만큼이나 나 자신을 아는 데에도 엄청난 삶의 동기부여가 생긴다. 세상을 알아도 나 자신을 모른다면 허전함을 떨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독서와 여행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한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 쓰인 문구에 응답하는 과정이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목적지는 한참이나 남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을 내 힘으로만 가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하다. 언제나 내 곁에 있으면서 삶의 위로와 힘을 선물하는 독서와 여행은 영원한 나의 동반자이자 반려자다.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명예도 얻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책은 묵묵히 나를 지켜본다.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도, 풍요롭고 여유 만만한 생활환경이 아니어도, 내 곁에는 언제나 책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큰 위로를 받는다. 해외여행이 아니어도 가깝지만 낯선 동네 또는 익숙한 곳이어도 발길이 닿는 곳은 도 여행이라 할 수 있고, 그 여행은 몸과 마음을 정돈하도록 만든다. 독서와 여행, 평생 배움의 도구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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