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이러면 파국이다. 인공지능이 생활 곳곳을 파고든다. 독서와 글쓰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물리적 가치가 눈앞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부 유명 인사들을 제외한 무영 독서가들에게 공포가 휘몰아친다. 글과 관련한 챗gpt나 제미나이 등의 실력이 '넘사벽'이다. 기획력은 물론 사람보다 더 글을 잘 쓴다. 초안 내지 초고를 인공지능에 맡기면 일은 훨씬 수월하게 변한다. 글이나 지식 관련한 일은 더 이상 이상적인 직업이 아니다. 책을 난이도에 따라 적절히 추천하고 책의 핵심을 설명하면서 상담하고 조언하는 일을 했지만 이 일 역시 인공지능에 빼앗겨 버렸다. 블로그와 밴드를 운영하면서 들어왔던 강연 요청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이제는 상담은커녕 무료 책 추천마저 요구가 거의 없다. 그 쥐꼬리만 한 수입도, 독서가로서의 명분도 사라진 셈이다.
미리 예측을 했어야 했다. 쓰나미와 같은 엄청난 위협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의 도래를 전문가들은 일찍이 예견하며 대비의 필요성을 알렸다. 하지만, 나는 무시했다. 관련 책을 많이 읽고도 '설마'라고 나 자신에게 내뱉으며 다가올 위험을 애써 무시하며 미적거렸다. 특이점 비슷한 시기는 이미 도착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몸을 써야만 먹고살 수 있는 일부 직업을 빼고는 지식과 관련한 직업은 더 이상 쓸모없거나 사라지고 있다. AI 폭풍은 이미 모든 걸 쓸어가고 있는 중이다. 비빌 언덕이 전혀 없는 나 같은 이는 사회적 약자가 되어 몸을 쓰는 알바 자리라도 얻어야만 먹고살 수 있을 형편이다.
AI는 무엇을 못하는지 찾고 있지만 아직 못 찾겠다. 인공지능의 허점을 찾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AI 공격이 워낙 거센 탓에 당황하다 보니 달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어렵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AI가 넘볼 수 없는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 '불쾌한 골짜기'를 피할 수 있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AI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의 뇌는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 뇌과학의 발전 추세를 보면 무서울 정도다. 인공지능은 뇌과학을 발판으로 더욱 뇌를 닮아갈 것이다. 이제 인간의 뇌와 비슷한 인공지능의 출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쓴다. 더 치열하게 읽고 쓴다. AI를 의식하면서 읽고 쓴다. 인공지능의 존재를 잊을 때까지 읽고 쓴다. 내 존재와 내 삶의 이유다. 인간의 뇌는 무궁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이 아직 반의 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읽기와 쓰기는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뇌 훈련 방법이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읽고 쓴다. 읽고 쓰기 위해서라도 생활고를 타계할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오로지 읽고 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