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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02. 2022

<내 인생의 책 1> -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 서양 사상의 원류를 만나다! -

<내 인생의 책 1> -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일리아스'(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기원전 8세기 말 활동했던 이오니아 출신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로 24 권의 약 1만 5천 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존했느냐의 물음과 여러 사람의 작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호메로스 문제'를 야기한다. 입으로 전해지다 문자로 기록된 구송시이며 '발이 빠른' 등의 정형 구의 빈번한 사용과 구성, 문장 등에서 다양한 반복 패턴을 이루고 있다. 10년 동안의 전쟁 기간을 50여 일 정도로 압축해 보여주는 기법을 발휘하며 전투는 겨우 나흘에 불과할 뿐이다. 어느 한 중심 지점을 선택하여 길고 긴 전체의 사건을 나타내는 엄청난 문학적 기교를 2,800여 년 전에 이미 완성하고 있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중심 주제로 하며 전쟁은 부차적이다. 신도 감내하지 못하는 인간 운명에 대한 통찰과 인간의 위대함과 성장 가능성, 이해와 관용 등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을 이야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서양 문학의 효시와 근본을 나타낸다. 


기원전 13세기에 일어난 트로이아 전쟁을 통해 구현된 인생의 위엄과 쾌락, 죽음 등에 대한 여러 가지를 고찰하게 하여, 그리스 고대 철학자들은 이 책을 교과서로 여길 정도였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술의 교본으로 여기기도 했다. 로마 문학의 대표 격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운명은 신들도 어쩌지 못한다. 인간의 운명은 신이 개입하지만 최종 책임은 본인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전쟁과 싸움으로 인한 승리의 명예는 쓰러뜨린 자, 승리자에게 있지만 저자의 심리적인 동조는 패자에게 가 있어 깊은 파토스를 느끼게 한다.

 
1. 배경


'일리아스'에는 트로이아 목마 사건과 아킬레우스의 죽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내용들이 나오지 않는다. '트로이아 서사시권'은 '퀴프리아'(파리스의 심판부터 그리스군의 트로이아 도착까지), '일리아스', '아이티오피스'(아킬레우스의 전과와 죽음), '小일리아스'와 '일리오스의 함락'(아킬레우스 사후 그의 무구를 놓고 벌이는 경합과 목마에 계략에 의한 트로이아 함락), '귀향'(오뒷세우스를 제외한 다른 그리스군 장수들의 귀국), '오뒷세이아'. '텔레고노스 이야기'(오뒷세우스가 아들 텔레고노스에 의해 살해됨)의 총 8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어 모두 알고 있어야 전체의 구성을 파악할 수 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우스는 인간들 수를 줄이기 위한 전쟁을 허가한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를 사랑한 제우스는 포세이돈과 경쟁하고, 테테스의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언을 프로케테우스로부터 들은 제우스는 인간인 펠레우스에게 테티스를 강제로 시집보낸다.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를 잔칫상에 던진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 것이라 주장하자 제우스는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미남인 트로이아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받으라며 보낸다.


헤라는 아시아에 대한 통치권을, 아테네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절세미인을 아내로 주겠다는 제안으로 파리스의 심판을 원하지만, 혈기왕성한 파리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고 그의 도움으로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아로 데려간다. 분한 헤라와 아테네는 그리스 편이 되고 아프로디테는 트로이아 편이 된다. 


헬레네가 결혼하기 전 그리스의 많은 영웅들이 그녀에게 구혼하고, 구혼자 중 한 명인 오뒷세우스는 헬레네의 아버지 튄다레오스에게 구혼자들 중 누가 헬레네의 남편이 되든 나머지 구혼자들은 그들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돕기로 서약을 받으라 권하고, 튄다레오스는 그렇게 행한다. 헬레네가 파리스와 도주하자, 남편 메넬라오스는 구혼자들의 맹세를 내세우며 트로이아 원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그리스 전 지역의 왕과 군대가 결집하여 총사령관으로 아가멤논을 선택하고 트로이아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스 연합군이 처음 전쟁을 위하여 출항할 때, 역풍이 불어 배를 못 띄우자 예언자 칼카스는 아가멤논의 실수로 아르테미스 여신이 노했기 때문이라며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하여 눈물을 머금고 그의 딸을 제물로 바치고, 트로이아 전쟁이 모두 끝나고 귀국 시 딸의 희생에 분노한 어머니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그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아가멤논을 죽이고 만다.     


2. 줄거리


그리스군이 총동원되어 트로이아를 침략하여 전쟁을 벌인 지 9년이 흐르고 10년째에 이르러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아가멤논이 전리품으로 취한 크뤼세이스의 아버지 크뤼세스가 아폴론 신에게 딸을 찾아달라고 기도한다. 크뤼세스는 아폴론의 사제이기 때문에 아폴론은 그의 기도를 듣고 그리스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소집된 회의에서 예언자 칼카스는 크뤼세이스를 트로이아로 보내라 하자 화가 난 아가멤논은 총사령관으로서의 권위로 아킬레우스의 전승물인 브리세이스를 데려가버리자, 아킬레우스는 엄청난 분노와 함께 전쟁을 거부한다. 


억울한 아킬레우스는 여신이며 어머니인 테티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테티스는 제우스에게 그리스군이 피해를 입도록 탄원한다. 장수하지만 명성 없는 삶보다는 단명하지만 명성 얻는 삶을 선택한 아킬레우스로서는 명예와 보상에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29개 지역의 44명의 영웅이 1186척의 배를 타고 약 10만여 명의 군사를 끌고 트로이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군과 헥토르를 비롯한 아이네이아스 등 트로이아 병력과 동맹군들이 인물의 중요도별로 상세한 족보가 소개된다. 


이기는 사람이 헬레네와 보물들을 차지한다는 제사를 지내며, 헬레네의 현 남편과 전 남편인 트로이아군의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일대일 대결이 펼쳐져 메넬라오스가 우세하게 되지만 아프로디테의 개입으로 파리스의 목숨은 보존된다. 맹약을 어긴 트로이아군은 일제히 그리스군을 공격하고 양쪽을 응원하는 신들의 격려와 더불어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전투를 벌인다.   

신과 인간은 각자의 편에서 서로 돕기도 하고 뒤섞여 서로 상처를 입히기도 하며 전쟁은 이어진다. 아킬레우스의 대역 같은 디오메데스의 대활약이 펼쳐지고 죽음과 멸망을 예견하는 헥토르와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의 눈물겨운 만남이 삽입되고 헥토르의 빛나는 전과는 계속된다. 


그리스군의 열세로 아킬레우스를 전장에 복귀하도록 애써보지만 아킬레우스는 실추된 명예에 대한 분노를 계속 나타내며 전쟁을 거부하고, 둘도 없는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도 애원하지만 듣지 않고 대신 그의 출전을 허락하며 자기의 무장을 입혀준다. 아킬레우스 무구를 한 파트로클로스를 아킬레우스로 착각한 트로이아군은 사기가 꺾이며 밀리게 되지만, 트로이아 성벽을 공격하는 등 적진에 너무 깊숙이 공격하다 아폴론의 타격과 헥토르의 공격으로 파트로클로스는 죽음을 맞이한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전해 들은 아킬레우스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전장에 복귀하여 거침없는 전과를 올리며 그리스군을 우세하게 만든다. 닥치는 대로 살육하는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와 맞서고,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예언하며 그의 손에 장렬히 전사한다. 헥토르의 시신을 끌로 파트로클로스 시신 앞에서 전과를 보고하는 등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파트로클로스 장례식을 치르고 마차, 권투 등 기념 경기가 열리고 아킬레우스는 대회를 주관하며 어느덧 합리적이고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된다. 제우스의 명으로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아들 시신을 찾으러 적진으로 들어가 아킬레우스를 만나 용서와 관용을 빌며 애원하고, 아킬레우스는 그의 정성에 탄복하여 헥토르의 시신을 넘겨준다. 트로이아 진영의 울부짖음이 더하고 마침내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며 대서사시의 막이 내린다. 


3. 특징


기원후 3세기에 나온 삼국지에 비해, 기원전 8세기 작품인 '일리아스'에서의 전쟁은 별다른 작전이 없고 마음속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화나면 분노하고 슬프면 울면 그만이다. 신화나 전설로 그치던 옛이야기들을 통해 호메로스는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개념을 형성시킨다. 주술적인 문화를 합리적이고 과학적 사고의 시각과 지평을 열어준 것이다. 약 400년 후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이성적 동물'의 위대한 발걸음을 뗀 셈이다. 


호메로스의 인생 긍정과 삶의 찬미는 소크라테스의 숙고하는 삶으로, 플라톤의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과 알렉산드로스의 그리스 문명 전파로 이어진다. 그들의 추구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레테'(탁월함) 일 것이다. 플롯, 문체, 오묘한 표현, 인생의 깊이를 꿰뚫는 통찰력 등이 호메로스의 독창성이며, 엄숙한 것과 발랄한 것의 적절한 혼용, 상투 문구와 형용사 구의 빈번한 사용,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생생한 감각적 인상 반영, 진부하고 저속한 것은 피하고 행위를 의도적으로 이상화하는 것이 그의 언어와 문체이다.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덜어주고 시야를 넓혀주며 옛 것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청중들로 하여금 상이한 사상들 간에 연관성을 찾아내게 함으로써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것도 호메로스 이야기의 특징이고, 경쾌한 위안이나 근거 없는 낙관과 달콤한 도덕주의 같은 것이 그리스 비극에는 없는 요소이다.   


그리스 서사시는 인간의 생존은 힘겹고 비참하다고 전제한다. 분수 이상으로 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들에 대한 신들의 이기심이 작동하여, 운명을 개선할 기회에 신들은 새로운 고통을 부과하여 상쇄시킨다.


호메로스의 작품이 계승된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관심이 컸기 때문으로 보이며, 근원적이고 원시적인 것에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하여 내용을 추가하며 완성도를 높인 결과이다. 호메로스를 그리스 문학의 창시자이며 동시에 완성자로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일리아스'에서 하나의 전체이던 인간은 '오뒷세이아'를 거쳐 헤시오도스의 교훈시와 서정시에 이르러 외면과 내면으로 양분된다. 오직 용기와 명성만을 추구하던 가치관을 이상화시켰던 것에서,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새 시대 가치관이 이상화되는 과정을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에서 관찰할 수 있다. 

가장 큰 신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면 신들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 하지만 어떤 결과도 인간의 의지나 행동 없이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양 사상의 원조를 따라 인간의 운명과 삶에 대한 통찰을 통해 바라본 오늘의 세계. 그렇게 얄팍하게, 가볍게 살만한 인생은 아닌 것 같다!  



'오뒷세이아'(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트로이아 서사시권 중 일곱 번째 서사시. '퀴프리아'. '일리아스', '아이티오피스', '小일리아스', '일리오스 함락', '귀향'에 이어 나오고, 그 이후 '텔레고노스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리아스'와 더불어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후세에 보존할 가치가 매우 큰 이유로 비교적 전체적인 내용이 분명하게 전해지고 있다. 총 24권에 약 1만 2천 행이고 20년 동안 있었던 일을 40일로 압축하여 죽음과 재생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아킬레우스의 죽음 이후 목마 계략을 통해 트로이아를 함락시킨 그리스군은 전리품을 챙겨 고국으로 출발한다. 오뒷세우스는 귀향길에 많은 위험을 만나며 환상적인 모험을 겪게 되고 20 년 만에 돌아간 고향에서 아내를 괴롭히던 횡포한 무리들을 처단하고 원래의 위치로 복귀한다.


불멸의 명성을 앞세웠던 영웅들은 트로이아 전장에서 거의 사라진다. 이제는 불멸의 명성보다는 인간의 삶 자체가 중요하고 인내와 현명함으로 살아남아 고국의 무너진 집을 일으켜 세우고 회복시켜야 한다. '일리아스'에 나타난 신의 부도덕한 행위는 당시 귀족계급의 보편적 모럴 수준을 나타내며, '오뒷세이아'에서는 세상의 정의로운 조정자로서의 윤리적인 모습의 신을 만나게 된다.  


1권에서 4권까지는 한 젊은이의 성장담으로,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퓔로스와 스파르테에 가서 영웅들인 네스토르와 메넬라오스를 만나는 장면이다. 20세 정도의 성인으로 자랐지만 아직은 정신적으로 어리기 때문에 자기 아버지의 행동과 모험을 듣고 한층 성숙해 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5권부터 12권까지는 오뒷세우스의 환상적인 모험이 칼륍소의 나라에서 스케리아까지 이어지며, 13권부터 마지막까지는 오뒷세우스가 고향 이타케에서 108명의 구혼자들에게 처참한 복수를 안기는 과정이다.


이타케는 오뒷세우스가 죽은 줄 알고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 결혼하려고 몰려든 108명의 구혼자들이 먹고 마시는 통에 재산이 축나고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는 매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을 속이기 위해 낮에는 시아버지 라에르테스 수의를 짜고 밤에는 푸는 일을 3년 동안 이어오고 있고 4년째에 어느 하녀에 의해 구혼자들에게 발각되고 만다.  


아테네에 의해 부추김을 받은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행방을 알기 위해 퓔로스로 가서 네스토르를 만나 그리스군들의 전쟁담과 아버지의 영웅담을 듣는다. 트로이아 함락과 철수 과정에서의 상세한 내용이 그려진다.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피살과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의 복수 과정도 언급된다. 


퓔로스를 떠나 스파르테에서는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를 만난다. 역시 환상적인 모험담과 아버지에 대한 맹활약상 등을 듣고 점점 정신적인 담대함이 커져가는 텔레마코스이다. 구혼자들은 텔레마코스의 귀향에 맞춰 그를 죽이려고 작은 섬의 포구에서 매복하지만 텔레마코스는 무사히 복귀한다. 


신들의 회의에서 아테네가 오뒷세우스의 귀향 문제를 건의하고, 제우스는 대답을 통해 작품 전체의 구성과 내용을 예고한다. 오귀기에 섬에서 칼륍소와 7년 동안 지내던 오뒷세우스는 뗏목을 만들어 떠나고 바다여신과 강의 신의 도움으로 파이아케스족이 사는 스케리아에 도착한다. 알키노오스 왕과 아레테 왕비가 통치하고 있는 그곳에 아름다운 공주 나우시카아와 만나 훌륭한 접대를 받는다. 


오뒷세우스의 인물됨을 알아본 왕은 그를 위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온갖 선물들을 선사한다. 잔치 중에 눈먼 가객 데모도코스가 부르는 트로이아 전쟁과 함락에 대한 노래를 듣고 몰래 눈물을 훔치는 오뒷세우스를 발견한 왕은 그에게 이름과 신분과 눈물 흘리는 이유를 묻고 오뒷세우스는 그동안 바다를 떠돌며 겪은 모험담을 풀어놓게 된다. 


트로이아 성을 떠나 이스마로스에서 해적질(그 당시는 정당한 행위)을 하고 키코네스족을 학살하고 동맹군들과 전투를 벌이다 도망쳐, 먹으면 모든 걸 잊고 머물게 된다는 로토스를 먹고사는 로토파고이족의 나라를 거쳐, 퀴클롭스들의 나라에서는 포세이돈의 아들 폴뤼페모스의 눈을 찌르고 도망친다. 동료 6명을 패대기쳐 골과 뼈와 살을 모두 먹어치우는 폴뤼페모스의 동굴을 빠져나와 아이올리에 섬에 도착한다.


아이올로스 왕은 고향으로 데려다 줄 서풍만 빼고 모든 나쁜 바람을 모아 쇠가죽 자루에 넣어 오뒷세우스에게 주고, 고향 이타케에 가까이 이르러 오뒷세우스가 잠든 사이 무슨 보물이 잔뜩 들었는 줄 알고 부하들이 자루를 열자 역풍이 불어 다시 아이올리에 섬 근처로 가고 만다. 이어서 라이스트뤼고네스 거인 족이 살고 있는 텔레퓔로스에서는 가장 많은 부하들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잃고, 아이아이에 섬에서는 키르케와 1년을 살며 아들 텔레고노스를 낳는다. 


키르케의 권유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러 저승으로 가게 된 오뒷세우스는 그곳에서 어머니 알티클레이아와 알크메네 등 유명한 여인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등 동료들, 시쉬포스 등의 벌 받는 존재들과 헤라클레스의 혼백들을 만난다. 예언자는 귀향길과 이후 상황을 알려주며 트리나키에 섬에서는 절대로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를 범하지 말 것과 그의 아들 텔레고노스에 의해 죽고 그의 백성들은 잘 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키르케를 떠나 세이렌과의 만남을 이기고, 괴물 스퀼라와 소용돌이 카륍디스를 해쳐, 트리나키에 섬에서는 예언자의 당부를 저버리고 소를 잡아먹음으로 모든 동료들을 잃고 오뒷세우스는 혼자가 된다. 얘기를 마친 오뒷세우스는 엄청난 선물을 받고 스케리아를 떠나 이타케에 도착한다.


오뒷세우스는 궁전으로 바로 가지 않고 그의 하인인 돼지치기 등과 만나며 현재의 상황들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아테네에 의해 늙은 대머리 거지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오뒷세우스는 때와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분을 속이는 대신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한다. 여행을 떠났다고 돌아온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는 감격스럽게 만나고 구혼자들의 처치 방안을 치밀하게 논의한다.


텔레마코스가 먼저 궁전으로 귀가하여 어머니를 만나고 오뒷세우스는 거지 모습으로 구혼자들과 어울리며 기회를 엿보고, 드디어 페넬로페와도 만나지만 페넬로페는 아직 남편인 줄 알지 못한다. 늙은 개 아르고스는 거지 모습을 한 오뒷세우스를 알아보고, 늙은 하녀인 에우뤼클레이아가 그의 발을 씻기다 흉터를 발견하고 눈치 채자 오뒷세우스는 침묵을 명한다. 페넬로페가 구혼자들에게 시합을 제시하여 우승자와 결혼하겠다는 제의로 활쏘기 시합을 열자, 아무도 활을 시위에 올리지 못하고 오뒷세우스만이 활을 시위에 걸어 그의 신분을 나타내고 텔레마코스와 더불어 모든 구혼자들에 대한 피 칠갑의 복수를 시작한다.


비참한 구혼자들에 대한 살육을 마무리하고 구혼자들과 내통한 하녀들도 처형하며 복수극을 끝내고, 페넬로페는 제 모습을 한 오뒷세우스를 믿지 못해 자기들 부부만이 알 수 있는 침대에 관한 문제를 내고 오뒷세우스가 맞추자 환의의 만남을 갖게 된다. 


오뒷세우스는 아버지 라에르테스 농원에 도착하여 아버지와 만나고, 시내에서는 구혼자들의 친족들이 복수를 다짐하고 무장하여 농원에서 한바탕 전투를 벌이다 아테네의 저지로 서로 화해하고 이야기는 끝난다.          


'일리아스'도 그렇지만, 결말은 언제나 사건이 일어나기 전 신들에 의해 예고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것이 오히려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오뒷세우스의 여정이 시간순으로 나오지 않는 것도 무려 2,800여 년 전에 사용한 매우 놀라운 이야기 서술 기법으로 볼 수 있다. 


호메로스적 인간은 소박하지만 감정과 행동 사이에 갈등이 거의 없다. 두려우면 달아나고 슬프면 울고 공포스러우면 패주를 하면 된다. 의지와 행동 사이의 갈등을 심하게 느끼는 햄릿형 인간과 대비된다. 내세에 대한 기대가 없고 솔직한 쾌감을 표출하는 등 철저한 현세주의자들이며, 양심의 개념이 희박하고 동시대인들과 후세의 평판이 유일한 가치 척도일 뿐이다.  


편안하고 나른하며 무기력한 사회가 아닌, 야만적이고 생동감 있으며 질서가 회복된 이타케가 우리의 이상적 사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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