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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02. 2022

<내 인생의 책 2> - '감시와 처벌'

- 권력과 규율에 따른 처벌 방식 진화 - 

< 내 인생의 책 2> - '감시와 처벌(미셸 푸코, 오생근 역, 나남)


'감옥의 탄생'을 말하는 저자의 1975년 작으로, 2016년 3월 번역 개정판이다. 주로 프랑스 사회에 일어났던 일을 바탕하여, 처벌 방식의 권력과 규율 사회에서 살아가는 근대적 개인의 상관관계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근대적 개인의 정신 혹은 영혼과 새로운 사법 권력의 상관적 역사를 밝히기 위하여, 과학적이고 사법적인 복합 실체의 계보학을 마련한 것이다. 근대적 감옥이나 감옥과 병행하여 확립된 권력의 규율 기술이 상세히 등장한다. 신체에 대한 권력의 규율화는 신체의 각 부분을 통제가 익숙하도록 훈련시키고, 따라서 신체를 기계처럼 만들어버리면서 유용한 신체일수록 복종적으로 또는 복종할수록 효율적이 되는 메커니즘을 완성한다. 


1791년 제러미 벤담이 고안하여 군주 권력이 규율 권력으로 변화하는 상징을 보여주는 '판옵티콘'은 '한눈에 다 본다'라는 의미를 지닌 전형적이고 효율적인 감옥 구조이다. 판옵티콘에서 죄수는 규율 권력을 내면화하여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되고, 감시와 통제 및 교정의 권력관계의 기본적 특징을 보이는데, 사실 그것은 감옥 밖의 사회 어디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개인 관찰과 감시의 일상화가 이뤄진 대중사회 안에서 우리는 판옵티콘 감시 구조의 사회 속에서 산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오늘날의 현대 사회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디지털 판옵티콘'의 사회라 말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규율 권력은 끊임없는 개인 기록과 통제에 의한 규범화 전략과 아울러 각종 보상과 처벌의 제도로 한 사회를 규율화된 사회로 정착시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규율 권력은 오로지 이익을 위해 경제 발전과 생산력 증가를 목표로 삼는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는 오히려 인간의 자유 증가보다는 단단한 규율 사회를 만들었다. 소유가 아닌 행사되는 권력은 부르주아와 노동자,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상사와 부하 직원, 연인 사이 등의 모든 사회관계에 스며들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감옥의 역사에서 공장이나 병원 및 학교 같은 감옥 밖 현상과 어떤 상호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하면서,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이 권력의 전략과 맞물림으로써 사회과학적 규범과 인간관을 만들어버린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인간에 관한 과학의 탄생? 아마도 그것은 신체와 동작 및 행동에 대한 근대적 강제권의 작용이 이뤄진 영광스럽지 못한 고문 보관소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판옵티콘의 체제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권력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분명한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깨닫는 과정 이후에는 주체적 삶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면서 비판적 사고를 멈추지 않는다면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이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감시와 인간의 예속화가 빚어내는 참상을 이겨내려면 점점 뜨거워지는 물에 담겼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제1부 '신체형'에서는 수형자의 신체와 신체형의 호화로움을 설명한다. 고통스럽고 잔인한 신체의 형벌 제도가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서서히 소멸되기 시작한다. 처벌 대상이 신체에서 정신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참혹한 신체형의 과정 공개를 '스펙터클'로 명명한 저자는 규율 사회 이전의 사회를 '스펙터클의 사회'로 정리한다. 제2부 '처벌'에서는 스펙터클에서 복수가 아닌 처벌로 이행되는 과정과 매우 유순해진 형벌을 설명하고, 사형과 벌금형 중간에 '구금형'이 나타난 사실을 강조한다. 비로소 처벌은 유사 범죄 방지와 악을 멀리하기 위한 예방책으로 작동한다. 


제3부 '규율' 편에서는 신체 활동을 통제하고 복종시키며 순종과 효용성의 관계를 나타내면서, 효과적이고 다양한 훈육 방법들이 소개된다. 위계질서적인 감시, 규범화된 상벌 제도, 시험을 통한 결합 등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시행되면서 결국, 판옵티콘의 감시체제가 대안으로 등장한다. 원형 건물 중앙에 감시 탑이 있고 각 독방에 한 사람씩 들어가 있어, 탑에서는 모든 이를 관찰할 수 있지만 수감자는 감시자를 전혀 볼 수가 없다. 가시적이고 확인될 수 없는 권력이 24시간 감시하면서, 분리와 고정 및 분할 통치라는 모든 권력의 속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비대칭과 불균형만이 존재는 판옵티콘 시스템은 감옥뿐만 아니라 병원, 학교, 작업장 등으로 확산되면서 권력에게 물적, 인적, 시간적 경제성을 선사한다. 


제4부에서는 '감옥'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감옥은 형법의 체계적 활용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바야흐로 '문명화한 사회의 형벌'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야만적 스펙터클의 시대를 지나면서 감옥은 개인의 교정을 위해 합법적 감금 시스템이지만, 무익하고 반자연적인 그 안에서의 생활 때문에 오히려 범죄자를 양성하는 시설이 되어버린다. 석방 후에 전과자로서 여러 악조건을 견뎌야 하고 가족을 빈곤 상태로 만들어 또 다른 범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까닭이다. 감옥은 또한 계급 상의 불균형을 나타내어 대다수 하급층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여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지배 계급의 불법적 이익과 권력 순환에 적절하게 이용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권력과 부는 판옵티콘 시스템을 디지털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사용한다. 권력을 유지하고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발전과 진보를 빌미로 얼마든지 법 준수와 위법 행위를 넘나들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권력과 부에 동떨어진 사람들은 법률 위반을 하지 않아도 규율을 불복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판옵티콘 체제의 속박을 당할 수 있다. 전통적 감옥의 범위는 디지털을 타고 사회 전 영역에 확산된다. 범죄에 대한 처벌과 감시 시스템의 역사적 변천사를 살피다가, 판옵티콘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안전하고 평온하게 여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깨닫는다. 진정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사는 세상은 정녕 쉽게 오지 않을 것인가. 정말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이 한없이 꿈틀대는 오늘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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