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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02. 2022

<내 인생의 책 3> -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

- 소크라테스 철학과 사상 - 

<내 인생의 책 3> -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플라톤, 천병희 역)

"마음의 눈은 몸의 눈이 무뎌질 때 예리하게 본다."

"인간들 사이에는 평화를, 바다에는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함을, 바람에는 휴식을, 근심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단잠을." 

플라톤이 전하는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결정판이다. 2012년 국내 최고의 번역가 천병희 선생의 신뢰감 듬뿍 담겨있는 작품으로, 그의 솜씨는 언제나 깊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는 신탁을 받고 자기보다 더 나은 자를 찾아 애써보지만 결국은 실패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자신이지만, 대부분의 지혜롭다는 자들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못한다. 거의 완벽한 논리와 신도 인정한 지혜를 보유한 그도 결정적으로 실패한 것이 있다. 자기를 심판하는 배심원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 그 완벽한 논리에도 심판자들은 이해보다는 죽음을 선물한다. 역사의 당위성인지 철학의 필연성인지 그렇게 결정됨으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며 기꺼이 죽음의 여행을 떠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멜레토스, 아뉘토스, 뤼콘은 소크라테스가 사론을 정론으로, 다른 신을 섬기며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그를 고발한다. 자기가 가장 지혜롭다는 델포이 신탁이 믿기지 않아 지혜로운 자들을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한 소크라테스는, 지혜롭다는 사람도 사실은 무지하다는 것이 밝혀지므로 그들이 자신을 미워하여 고발로 이어졌다고 항변하고, 아테나이인들을 각성하도록 신이 보낸 등에인 자기를 죽이면 큰 손실이라 주장한다.


사형 대신에 추방형을 자처하면 살 수도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아테나이의 은인으로 상을 받아야 마땅하니 어떤 형도 스스로 제의치 않겠다고 당당히 주장하다가, 친구들의 간곡한 권유로 마지못해 벌금형을 제의하지만 배심원들은 사형을 결정한다. 

죽음이란 꿈꾸지 않는 잠이며 정의가 지배하는 곳으로의 여행으로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등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말로 친구들의 도피 권유도 물리치며 독배를 기꺼이 마시고 저승으로 떠난다. 


<크리톤> 


소크라테스의 죽마고우인 크리톤은 감옥에 갇힌 그를 찾아와 자식 양육 책임도 있고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며 돈은 얼마든지 쓸 테니 탈옥하자고 권유한다. 사형만은 면하고 추방을 당한다면 그곳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제의도 곁들인다. 


죽음을 앞두고도 태평한 소크라테스는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되며 국가가 정한 법에 합의하고 70년 동안이나 살면서 사형받기를 선택했으면 당연히 그대로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신하여 추방당해 이웃나라에 가서 산다 해도 명분도 의미도 없다고 주장하는 그의 말에 크리톤은 모든 의견을 접고 포기하고 만다. 


<파이돈> 


아테나이에 노예로 팔려왔다가 해방되어 소크라테스의 헌신적인 제자가 된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죽은 뒤 고향 엘리스로 가는 중에 퓌타고라스 학파 철학자인 에케크라테스를 만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몇 시간을 들려준다.


몸은 필멸 혼은 불멸이라는 혼불멸론, 배움이란 전생에 알고 있던 것을 상기하는 상기론, 특정 사물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아름다움의 이데아에 관여하기 때문이라는 이데아론이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몸에서 해방된 혼이 어떻게 재판받고 살아가는지 논리적인 설명도 뒤따른다. 


쾌락, 돈, 명예 등 몸의 본성에 오염되지 않고 정화된 혼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으며 죽음은 혼이 몸과 분리되는 것이다. 철학자는 평소에 혼을 몸으로부터 분리하려고 하고, 그렇다면 죽음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선한 사람들 곁으로 간다고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설명된다. 철학에 전념한 사람은 죽음에 자신감을 품고 저승에서 큰 상을 받을 것으로 낙관한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임종에 연민보다는 저승에서 잘 지낼 것이라는 소망을 품게 된다. 


<향연> 


에로스(사랑)에 관한 현자들의 의견이 다양한 관점으로 제시된다. 파이드로스는 신화적 관점으로, 파우사니아스는 소피스트로서, 에뤽시마코스는 의사로서  에로스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인간들 중에는 남자와 여자뿐만 아니라 암수 한 몸으로 이루어진 종도 있어서 제우스가 위협을 느껴 갈라놓는 바람에 그들은 항상 한쪽을 동경한다는 얘기를 한다. 아가톤은 시인의 관점에서 에로스를 찬미하고, 소크라테스는 에로스는 필멸과 불멸의 중간 형태인 정령으로 생식과 출산을 통해 불사의 의미를 이어간다고 연설한다. 


아름다움은 현실적인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로 향해야 하며, 불사의 존재가 되기 위해 가장 훌륭한 조력자인 에로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그를 찬미한다. 술 취한 알키비아데스는 엉뚱하게도 정말로 존경해마지않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다.  


신화들 속에 나타난 모습과 남성적인 면도 갖춘 두 개의 에로스, 인간과 동식물 세계뿐만 아니라 신까지도 포함한 우주 만물 속에 존재하는 에로스를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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