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결혼했습니다!
<11. 독서 노트-1>
책을 읽으면서 기록하는 '독서 노트'(독서 일지)가 70권이 넘었습니다. 인문, 사회, 정치, 경제 따위의 분류로 시작한 독서 일지였지만, 지금은 법, 공학, 4차 산업, 수학, 물리, 화학 등으로 분화하여 70권을 넘게 된 것입니다. '책은 독서 일지에 모인다!'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독서 일지에는 이미 천 권이 훌쩍 넘는 책이 들어있으니까요.
독서 노트는 책을 읽으면서 기록한 '요약과 발췌'와 더불어 저만의 감상평이 들어 있습니다. 독서 노트가 오프라인에서의 글쓰기라면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는 블로그(네이버)에서 이루어집니다. 독서 노트에 요약과 발췌한 내용을 블로그에 옮겨 적을 때는 서평이나 감상문이 되도록 문장으로 풀어서 씁니다. 한 권의 책을 읽은 후에의 책 내용은 이렇게 온-오프라인에서 이중의 흔적으로 남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평생 책을 읽어왔지만 항상 책을 읽었던 건 아닙니다. 군대에 있을 때나 어느 시기에는 책과 담을 쌓고 산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책에 대한 욕심, 즉 독서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르면서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의지까지 생기더군요. 책을 읽었다는 걸 자랑하려면 서평까지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까닭입니다. '독서가'나 '서평가'들의 책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르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은 걸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내가 읽은 책에 대해 나만의 느낌을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그런 내용으로 강연과 독서 상담까지 하고 있으니,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한두 권으로 시작한 독서 노트로는 분야별로 정리할 수 없었고, 결국 도서관 서가의 분류 비슷한 방식으로 독서 노트 목록이 완성되었으며, 이제는 중고등학생들의 교과 과목과 연계된 분류에 더 가까운 형태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집안에 서가를 만들 공간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서점에서 구입하거나 출판사의 책 제공(서평 요청에 응하는 경우)보다는 공공 도서관을 이용한 독서가 주를 이루기에, 독서 노트는 저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서가를 제대로 운영하는 사람들은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직접 서가에 꽂힌 책을 훑어보면 되지만, 저는 제일 먼저 블로그에 기록된 해당 책의 서평을 확인하고, 블로그의 서평만으로 부족할 때에는 해당 책의 요약과 발췌가 적힌 독서 노트를 펼쳐봅니다. 블로그와 독서 노트를 이중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문점이 풀리는 건 당연합니다.
연필(샤프)로 적은 탓에 오래된 글일수록 글자가 번지거나 흐려져 독서 노트 보관 기간이 짧은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쓸 때의 편리함 때문에 혹은 굳이 기록이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독서 노트는 연필로 기록된 현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저의 독서 노트는 언제든 불러올 수 있는 '기억의 도구'인 동시에 독서의 가치를 높여줄 강력한 무기임이 틀림없습니다. 과거에 읽은 책을 훑어보는 것보다 독서 노트를 읽는 것이 기억에는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금고나 통장에 잔고가 늘어나듯 저의 독서 편력 여정에는 독서 노트가 한 권씩 늘어납니다. 독서 '노고'의 훈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