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관계의 두 글자-갈등

by 김현우 ㄱ첨벙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 진정 날 사랑하실 사람인가요?’ 유명 가수의 갈등이라는 노래를 학창 시절 좋아했었다. 청아한 떨림의 고음은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설레는 가사와 멜로디에 현혹되는 시간을 줄여서 공부에 매진했더라면 나에게는 더 멋진 미래가 열렸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노래 가사와 멜로디의 높낮이, 박자까지 선명하게 내 몸이 기억하고 있다.


갈등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와서 갈등을 빼고 나면 내 삶은 육개장 속 푹 삶아진 대파처럼 말랑거릴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의 포기하지 않는 매 순간 다툼과 갈등의 현장에서 진득하게 삶을 체험하였다. 인류가 총과 칼 없이 이토록 다툴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지치지 않는 끊임없는 미움과 원망, 오래 묵은 갈등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치유될 수 없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어느새 부모님은 90세를 넘었지만 얼굴도 서로 보지 않고 단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으며 지낸 세월이 6~7년 여가 되었다. 자식 된 입장에서 객관적 입장으로 들여다보면 평생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복잡한 여자문제와 가정을 등한시하면서 살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과연 세상 어느 여자가 갈등 없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돈을 애인처럼 사랑하고 끊임없이 남편을 질책하고 곁에 두기 싫어하는 어머니 역시 세상 어느 남자도 사랑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항상 내 곁을 지키고 다정한 마음을 전해 주는 나의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이 항상 갈등과 함께였다. 업무에 대한 대상자 선정과정이나 휴일과 주말에 업무를 처리할 사람을 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성과급과 포상, 승진 등 인센티브의 경쟁 속에서 자연스러운 갈등은 발생하였고 뒤에서 험담하고 질투하는 과정은 쉽게 체득되어 학습되었다. 승진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패거리를 이루고 본인의 지인이 실패할 경우에는 단체로 덤벼들어 생채기를 내는 순간을 경험하였고 ‘왕따‘라는 느낌에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체감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않은 결과이지 나 역시 누군가를 공격하고 상처를 주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연히 회사에서 인사업무를 종사하게 되었고 공정과 청렴, 기회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는 자부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는 게 있었다. 나로 인해 인사상 이익을 얻은 대상자는 그 시절의 감사함을 서서히 잊어가지만 나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대상자는 어느 세월이 흘러도 섭섭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사랑받는 사람일 순 없다고 스스로를 치부하지만 문뜩 아쉬움이 순간순간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오늘 밤에도 갑작스러운 회상으로 이불 킥을 할 것이고, 내일 낮에도 걸어가다 멈추어 서서 혼잣말을 되뇔 것이다.


마음 운동이 절실하다. 남한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나의 진짜 행복을 찾아 갈등이라는 단어 자체를 그리워하는 시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 뭐라도 있으니 갈등이라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순간이 되면 과연 갈등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리울 수도 있으리라.


퇴출을 당하게 되는 선배가 생트집을 잡으면서 후배와 함께 퇴출당하겠다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본인이 만든 엄격한 잣대에 본인이 휘어 감기여 그 룰에 의해 퇴출당하게 되니 수많은 동료들이 그동안 그 잣대로 퇴출되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직하더니 본인이 대상이 되니 예외와 부드러움, 유예를 원한다. 급기야 그 잣대를 없애겠다고 달려들더니 이제는 유사사례를 찾아서 같이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일까? 아니면 천성일까? 과욕과 질투일까?


갈등과 함께 변화하고 갈등으로 인해 노력한다. 갈등과 벗 되어 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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