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관계의 두 글자-떨림

by 김현우 ㄱ첨벙

살아가면서 결핍의 순간마다 떨림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통해 결핍이라는 모자람을 극복해 왔다. 떨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떨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 가수의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오늘은 그녈 세 번째 만나는 날’이라는 가사말과 멜로디를 들을 때면 지금도 그 떨림은 여전하다. 떨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떨림이 없어서 아쉬운 순간보다 오히려 편안한 시절이 되었다. 떨림이 있는 삶은 어느덧 오래된 기억이 되어 버렸다. 순간순간이 이제는 여유로워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국민학교를 일 년 일찍 들어가서 만 18세라는 철없고 어린 나이에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 앞에 있는 ‘힐하우스‘라는 카페였다. 1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써빙을 하면 한 달 12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재수를 하면서 학원비를 마련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필수 선택이었다. 아르바이트에 선발되기 위해 가게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떨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태어나서 나의 노력으로 월급을 받는 첫 일자리였으니 수십 년이 지나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힐하우스‘라는 가게 이름을 알리는 네온사인 밑에 ’ 아르바이트생 구함‘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집 근처라 버스정류장을 다니면서 자주 보게 되었다. 늘 돈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흔한 이끌림과 떨림이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커다란 통유리 중간쯤에 그 종이는 단단히 붙어 있었다. 밤에 네온사인이 켜질 때면 하얀 종이는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 되어 더욱 선명히 빛났다. 한 번도 경제활동을 해보지 않았던 재수생의 고등학교 졸업 후 맞은 2월에는 충분한 유혹이었다. 가게 주변을 몇 바퀴를 돌면서 망설이다가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에 붙어있는 종소리가 가게 가득 울리고 ’어서 오세요 ‘라고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분께서 맞아 주셨다. “아르바이트 구하시나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비교적 착실하게 생긴 나의 외모와 얌전한 나의 어투는 여자 사장님을 설득하기에 비교적 용이하였다. 돌이켜보면 급여를 줄이기 위해 초보인 나를 선뜩 설득하신 것인지, 지원자가 없어서 나를 선택하신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내 인생에 처음 느끼는 성실함으로 아르바이트 서빙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재수생의 본직을 망각하고 오히려 서빙 일에 더욱 매진했던 것 같다. 손님을 맞이하고 간단한 주문을 혼자 처리하고 결재까지 작은 가게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첫 손님에게 인사를 하다가 손님의 무릎에 음료를 쏟기도 하고 친구들이 방문하여 안주를 많이 리필해 주다가 사장님에게 혼나기도 하며 그럭저럭 재미난 시간들이 흘러갔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신선했던 나의 사회생활로 오랫동안 그 떨림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덧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기 전에 상대를 관찰하는 습관이 생겨져 있다. 떨림만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아낌없이 주면서 불편한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좋은 떨림은 좋은 사람에게만 향하는 것 같다. 떨림으로 인해 잘해 주었다가 상처받음으로 인해 새로운 떨림에 횟수는 점점 줄어들어 갔다.


떨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떨림이 없어서 편안한 시절이 되었다. 어느덧 직장을 그만두고 정년퇴직을 할 시절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마음은 십 대인데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번호를 계산해 보면 오십이라는 숫자가 넘어가고 있다.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면 다시 떨림이 시작될까? 읽고 싶은 책을 만나는 순간이나 보고 싶은 드라마를 접하는 순간에도 소심한 떨림을 느끼곤 한다. 물론, 오래된 맛집이라면서 리뷰가 많은 것을 확인하고 식당으로 찾아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 것을 보면서 함께 줄을 서고 기다리는 순간에 음식을 기다리는 마음도 일종의 떨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떨림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삶의 순간순간을 떨림으로 지내고 있다.


저녁에 지하철 역에서 막내와 아내를 만나기로 하였다. 평일 저녁이지만 막내아이의 아우성으로 아빠가 생각하는 맛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나는 막내아이가 과연 만족해할까 떨리고 있고, 막내아이는 어떤 음식일까 기대하는 마음에 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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