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관계의 두 글자-약속

by 김현우 ㄱ첨벙

사회생활에 스며들기 위해 오늘도 약속을 한다. 물론 꼭 필요한 약속도 있고 불필요한 약속도 있다. 때로는 지나간 약속들의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약속으로 하기도 한다. 어김없이 덧없고 실없는 약속의 인사를 한다. “언제 밥이라도 한번 먹자” “시간 날 때 소주 한잔 하자” “칼국수 한 그릇 해요”라면서 반가움을 전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답변에 깜짝 놀라며 지낸다. “오늘 먹어요?” “지금 날짜 정할까요?” 순간 그 당황스러움이란 뭐라 형용할 수 없어서 겸연쩍어진다. 안부와 친밀감을 전하려는 공허한 약속이었던 것이다. 진정한 안부와 친밀감의 약속에는 당황하고 있다.


어쩌면 매일 약속을 한다. 하지만 과녁을 정확히 정하는 약속에만 집착한다. 이룰 수 없는 약속을 하기도 하고 이루지 못하는 약속으로 힘들게 지내기도 한다. 또한 주변의 약속으로 인해 허덕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불안한 마음을 미래에 두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당연히 지켜질 약속을 하기도 한다. 어차피 이번 생은 단 한 번이기에 죽음과 동시에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약속을 한다. 드라마처럼 다시 환생하거나 부활할 일은 결코 없으니 당연하지만 무조건 지켜질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라고 볼 수 있다.


친구 간의 우정에도 연인 간의 사랑에도 약속에 의한 것일 것이다. 그 약속이 흔들리고 우리는 힘겨워하고 일상이 멈춤을 겪으면서 성숙해 가는 것일 것이다.


누나와 나는 16살 차이가 난다. 태생적인 집안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누나는 항상 고마운 존재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누나가 시골집으로 내려오면 세련된 옷차림에 동네 친구들에게 항상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누나가 서울에서 사 온 요구르트며 구경도 못해 본 과자들은 나에게 설렘이었다. 서울 스타일의 옷을 선물 받고, 누나가 사다 준 가죽으로 된 학교 가방을 메고 국민학교로 향하던 내 발걸음은 그 설렘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 자라면 꼭 이 감사함을 갚으리라 항상 다짐했었다. 수십 년이 흐르고 그 약속은 무너지고 말았다. 누나의 자녀들이 나에게 과분한 돈을 빌려주기를 희망했고 나는 불가능함을 호소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이로 인해 누나와 자녀들과는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되었다. 술이 취한 밤에 어떻게 지내느냐 안부를 전하는 전화를 해도 전화기 너머로 냉랭한 대답이 전달된다. 태생적 집안의 문제가 더욱 누나와의 나의 사이를 가로막은 것 같다. 이번 생은 절대 해결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복권이라도 당첨된다면 최일순위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약속은 열정과 함께 했다. 이룰 수 있는 자신감과 항상 동행하였다. 이제는 공허한 약속에는 실없는 웃음을 짓는 나이가 되었다. 약속을 하면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지정에 이르렀다. 호르몬의 잘못인 걸까? 확실한 일에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쉬움일까!


약속을 한다. 약속을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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