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라는 말은 평상시에 너무나도 흔하다. 아내에게도 조그만 경고만 당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말은 “내가 노력할게”이다. 어려서는 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살다 보면 아내의 눈치를 보니 참 아이러니한 여성시대이다. 노력이라는 단어로 이루어 놓은 수많은 신화와 기적들, 성취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는 하루에도 수백 번 무기력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쌓여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일종의 노력이다.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결국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우리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술이란 걸 배운 게 30대 중반이었다. 그전까지는 술의 세상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군시절에도 고작해야 맥주나 소주를 마지못해 마시는 정도였지 술을 간절하게 생각하면서 입맛을 다지는 시절을 살아본 적이 없다. 30대 중반에 만난 부서는 업무 자체가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업무자체가 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상한 담당 업무였다. 나는 을이었기에 갑을 상대하기 위해선, 절대 갑을 상대하기 위해서 꼭 술을 마셔야 하는 업무였다. 그 당시 술을 마시는 것은 너무 고역이었다. 소주 반 병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소주 한 병이면 배안에 모든 것들을 건강검진해야 했던 실력으론 술을 마신다는 것은 엄청난 업무부담이었다. 술을 마시고 헤롱거리고 불안한 말솜씨와 흔들리는 행동들로 인해 참으로 힘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오후가 되어 석양이 물들 때면 소주와 맥주가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색깔이 석양 같아서 오히려 내가 폭탄주를 찾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답답한 하루 생활 중에 오히려 느슨해지는 정신이, 풀어진 편안한 말투가, 어딘가에서 생기는 박력과 용기, 긍정적인 생각들로 이제는 술을 찾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조금 맛있는 음식이 보여도, 맛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색한 인연이 생겨도, 사소한 조그만 불평사항만 생겨도 술을 찾게 되었다. 술이 일상이 된 삶! 이제는 술과 헤어질 시간도 충분히 지난 것 같다. 영원한 배우자도 아니고, 평생 봐야 할 자식도 아니건만 왜 이리 술과 헤어지지 못할까? 드디어 이 술과의 헤어짐을 가질 그날이 왔다. 너무 단순하게도 독설이 심하고 본인 주장이 너무도 강한 의사 선생님 덕분이었다. “간이 안 보여요. 어떡할라고 이리 살아요?” 낯선 말투였다. 매년 건강검진을 하면서 재검이 나오고 과체중과 지방간 이야기는 늘 들어왔건만 이리 강경한 의사 선생님은 처음이다. 물론 여러 수치가 위험하다는 말은 통상 들어왔다. 대부분 건강검진을 마치면 다들 이러고 저러고들 산다고 주의하라는 가벼운 이해 섞인 말과 함께 나를 안심시켜주곤 하였다. 그러나 이번 의사 선생님은 달랐다. “이대로 살면 성인병이 당연히 올 것이고 방치하면 5~10년 안에 병 걸려 죽어요” 요즘 말대로 정말 ‘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술도 약도 끊고 운동 조금 하고 먹는 것을 조심하여 체중을 15킬로를 줄이라고 한다. 암담하였다. 50대 중반이건만 다시 나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짐했다. 그까짓 것 일도 아니다. 6개월여를 별렀다. 나를 테스트하고 싶었다. 11킬로가 줄어들었다. 사실 총량제가 다 되었는지 술생각이 나지 않았다. 탄수화물 적게 먹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가 대견하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리에서는 술을 마신다. 지난 6개월 동안 4번 정도 마신 것 같다. 어김없이 후회를 했다. 다음날의 힘듦을 깨달아 버렸다. 술을 끊었는데 어쩔 수 없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당당하게 안 마신다고 주장을 해 버려야 할까? 술을 끊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다가 생계형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노력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까? 노력을 한 순간을 오히려 만족해야 할 것이다. 노력을 했다고 하여 찬란한 순간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몸은 늙어가는데 내 마음이 늙어지지가 않는다. 늙어가는 내 몸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여 내 마음처럼 젊어질 수는 없다.
아이에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전한다. 노력이라는 단어를 이토록 힘겨워하면서 후배에게 노력하면 해결될 거라는 말을 무의미하게 툭툭 던진다. 과연 노력을 통해 이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걸까? 아니면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일까? 치열하게 살아오지도 않았지만 간절하고 힘들게 노력하며 살고 싶지 않다. 물론, 특이하고 어려운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참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오히려 좋은 점을 발견하고 반대로 생각하면서 버티어 낸 것 같다.
하지만 노력해 보자. 내 남은 시절은 말수를 줄이고 행동을 배려하면서 아내와 내 아이들 위해서만 노력해 보자. 일단 방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말없이 실천하자! 돈을 적게 쓰려 애써보고 누군가와의 만남 횟수를 줄여나가 보자.
생각해 보면 순간순간이 노력이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화장실 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는 노력 중인 내 모습을 만난다. 그래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