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인생의 두 글자-습관

by 김현우 ㄱ첨벙

오랜만에 12시를 넘겨 깨어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2시 이전에 일찍 잠이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항상 무언가 부산하고, 무언가 궁금했다.


술을 마시거나 누구를 만나 속내를 털어놓거나 아니면 티브이라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학교도 많이 기웃거리고 말도 안 되는 리포트에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을 떠들어 대곤 했던 것 같다.

습관처럼 일상으로 지내왔으나 모두 지나고 보니 후회보다는 즐거운 추억이다.


이런 습관들이 내가 나름 부지런히 사회생활이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체중이 늘고 건강을 위협받고 가정에서 적절한 경고를 당하고 주변의 작은 배반을 경험한 후에야 습관을 바꾸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이젠 밤 11시만 되어도 아니 10시만 넘어가도 잠이 쏟아진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 이렇게 기쁜 일인 것을 그전에는 알지 못했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이젠 많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술 생각도 멀리 달아나 버렸다. 나에게 술이라는 습관은 투명한 유리잔에 노을빛 같은 맥주를 거품과 함께 내려 부으면 어느덧 유리잔은 몽글몽글 겨울 느낌이 난다. 그 위에 무임승차 같은 소주를 조금 내려 앉히고 내 손은 부지런히 춤을 춘다. 회오리 같은 유리잔 속 용의 승천을 고스란히 내 목젖을 통해 가슴으로 아랫배로 내려보내다 보면 인생의 희열, 살아있음에 감사를 그리고 그날 하루의 축복을 생각하곤 했다. 마약중독 같은 습관의 시절이었다.


이젠 그립지 않다. 건강을 위협받고 다음날의 찌풍둥함과 나른함이 거북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머나먼 습관이 되어 버렸다. 생각조차 나지 않는 나의 이성적 힘과 자제력에 이제는 내가 놀라곤 한다.


어느덧 새벽 1시!

오늘은 잠들 수 없는 날이기에 기분 좋게 이 시간을 즐기려 한다. 아침에 개운하게 술 마신 다음날처럼 해장국을 맞이하고 더운 아침에 잠을 청해 보리라. 예전 습관을 돌이켜 아주 보통의 하루를 편안히 보내 보리라.


자 지금부터 아침까지 무슨 일을 해 볼까?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이상한 충동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비가 내려서인지 더위가 한풀 숨죽여서 밤을 새기에 훌륭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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