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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효당 May 25. 2024

‘주식 투자는 잘 돼 갑니까?’

거저 되는 일은 없다

 “주식은 잘 돼 가요?” 아이들이 가끔 물어보는 말이다. 하도 요란스럽게 시작해서 초기에는 제법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도 점차 시들해지더니 요즘은 어쩌다 한 번 생각난 듯 물어보는 게 고작이다. 그럴 때마다 답변은 조금씩 변해왔다. 금방이라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기대에 부풀다가, 또 한동안은 별 말이 없다가, 기막힌 조건식들을 알았다며 이제 곧 좋은 소식이 이어질 거라며 호들갑을 떨더니 ‘아, 주식은 어려워.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장이 너무 안 좋아’ 등등 비관적인 말들만 늘어놓는 요즈음이다.

뜬금없이 새삼스레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났다(이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투자 금액이라야 한 달 용돈 정도이니 투자 운운 하는 말 자체가 낯간지럽다). 시작 후 한동안은 제법 ‘용한 것처럼 보이는’ 2∼3명 전업 투자자의 유튜브 주식 방송의 추천 종목을 중심으로 매매했다. 노트에 날자별로 추천 종목을 적고 이후의 결과를 정리해 가며 어느 사람이 가장 ‘용한지’ ‘검증’을 계속했다. 투가 금액을 고려하면 이런 행태를 ‘모기 잡으려고 칼 빼는’ 꼴이라고 웃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작업을 두 달쯤 했는데 별 성과가 없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추천 종목을 10개 가까이 쏟아놓는데 그중 한두 종목을 고르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었다(주식에 대한 공부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또뽑기와 다를 게 없다), 그리고 정작 알짜 종목은 ‘특정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것 같았다. 3개월 동안 투자 금액의 20% 정도를 까먹었다. 그나마 그 정도로 ‘선방’한 것은 손절은 철저히 하라는 격언을 충실히 지킨 덕분이었다. 그러다가 조건검색이라는 편리한 종목 선정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연히 어느 전업투자자의 강의를 통해 알고 나니 ‘주식투자의 신천지가 열리는’ 기분이었다(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미 이런 조건검색이라는 것은 수년 전부터 유행되어 오던 것으로 이 또한 수도 없이 많은 전문가의 유튜브 방송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분은 조건검색식을 이용한 투자를 ‘노후 대비’ ‘ATM기’라고까지 극찬하기도 했다. ‘특유의 학구열’로 해당 유튜브 방송을 되풀이되풀이 들어가며 검색식을 익혔다. 덕분에 제법 다수의 주식 기법이나 용어도 익힐 수 있었다. 두 달가량을 이 방면에 ‘용한’ 전문가로 보이는 한두 분의 방송을 들어가며 검색식을 정리하고 실전에 적용해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따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검색식을 통해서 나온 종목도 한두 개가 아니어서 선택을 해야 했고(기준이 없으니 이 또한 또뽑기식으로 고른다) 선택한 종목들은 오르는 것보다 내리는 게 더 많았다. 100원 벌고(빨리 수익을 챙기겠다고 조금 오르면 조바심이 나서 얼른 팔게 되니 수익이 적을 수밖에) 200원 잃는 날이 계속되었다. ‘조건검색으로 잡히는 종목이 다 오르는 거 아니다’ ‘주식에 100%는 없다’ 같은 당연한 말들이 전제되지만 그런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의 행보는 뻔한 것인데, 이 사람 검색식을 기웃거리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또 다른 사람의 검색식을 찾아보는 행태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검색식이 70개가 넘었다. 3월 초쯤 우연히 어떤 전업투자자의 주식 방송을 들었는데 지금까지 들어온 검색식과는 그 수준이 달랐다(그렇게 느껴졌다). 대단히 정밀하고 심화된 것으로 보였다. 요즘은 주로 그분이 강의한 10여 개의 검색식을 중심으로 투자하는데 승률은 반반정도다. 승률이 반반이면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라고 안도할 만한데, 요즘 들어 무엇보다 절실히 깨달은 것은 아무리 좋은 검색식이나 기법이라도 스스로 주식에 대한 공부가 없으면 성공적인 투자는 공염불이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니 주식으로 수익을 보는 사람은 전체 주식투자자의 5%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투자자 95%의 돈을 그 5%의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저기 주식 공부 방송을 들으면서 주식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달았다. 주식해서 돈 번다는 게 꿈같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차트를 볼 줄 모르면 캄캄한 밤중에 길 나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주식 지표는 뭐가 그리 많은지. 이동평균선이다 볼린저밴드다 일목균형표의 선행스팬이다 후행스팬이다 Envelope다 엘리엇 파동이다 무슨 이론 무슨 이론 무슨 기법 무슨 기법 등등 몇 년을 공부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런 다양한 기법과 지표들이 실제 투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공부들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그거 뭐 당연한 이야기 아니야? 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런 공부를 제대로 하면서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초보자는 이평선 역배열 종목은 매매하지 마라‘ ’ 20일 이평선이 우하향하는 종목은 손대지 마라’ ‘거래량 없는 주식은 쳐다보지 마라’, ‘손절매 가격을 정해놓고 매수하라’ ‘쌍봉을 조심하라’ ‘5일선을 깨는 음봉이 나오면 매도하고 관망하라’ 등등 극히 기본적인 격언들만 해도 몇 페이지를 넘겨야 할 것 같다.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것이 좋은 투자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투자금액이나 성향에 따라 다양한 투자 방법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도 있겠지만 실패한(현재까지는 실패 중인)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 사주 등 재직 시 사 모은 자사 주식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가격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친구도 그중 하나다. 요즘같이 주식하기 어려운 장세에 스윙 매매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는 전문가 말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단타 매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경험 없는 일반 투자자는 그냥 팔짱 끼고 있거나 아니면 쪼그라든 계좌에 한숨만 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주식 투자가 돈 벌 수 있는 최상의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은퇴 후 특별한 일이 없이 종일 시간이 남아도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것 같다. 문제는 공부의 정도에 달려 있다. 어느 주식 고수의 유튜브 방송을 들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분은 차트를 보면 이 주식이 어디까지 오를지 어느 가격에서 부딪칠지(전고점), 어디까지 떨어질지, 어느 지점에서 멈춘 후 반등할지, 어느 선을 못 지키고 주저앉을지, 어느 선을 돌파하면 매수할지 등등을 거래량을 보고, 분봉 · 일봉 · 주봉 · 월봉 차트를 보고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한다. 물론 그 사람이라고 100% 다 맞을 수는 없겠지만 리스크 관리가 뛰어나기 때문에 거의 손실을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매일 같이 입이 벌어질 만한 액수의 수익을 올렸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것 같다.       

이제 투자한 지 1년이 채 안 된 초보투자자인 내가 이런 장황한 ‘주식 투자 체험기’를 쓴 것을 가당찮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 글의 결론은 이렇다. 시간이 남아도는 은퇴자에게 주식 투자는 최선의 투자 방법일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 성공 여부는 공부와 노력의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것. 하나마나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이제 작은 성공이라도 거두지 못한다면 또다시 주식 이야기를 쓰는 염치없는 짓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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