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까지 조급했을까.

by 이루다니

나는 왜 이렇게까지 조급했을까. 왜 쉬지 못했고 왜 자꾸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안고 이곳에 왔다. 이곳에 오면 여러 가지가 이루어질 것 같았다. 글을 쓰면 더 많은 사람이 봐줄 것 같았다. 새로운 환경에 온 것만으로도 내 삶이 달라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글을 올려도 조회수는 오르지 않았다. 달리기 이야기, 음식 이야기, 하루의 기록들.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니 굳이 누군가 찾아와 읽을 만큼 특별한 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결과를 바랐다. 열심히만 하면 뭔가 따라와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열심히 산 것과 잘 해낸 것은 다른 문제였다.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조금 쓰다 지치고, 포맷을 바꾸고 다시 시작했다가 또 멈추기를 반복했다. 여기에 있을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달력의 숫자가 바뀌어가니 조급함이 나를 밀고 있었다.

그러다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글을 써서 출품까지 했지만 그다음은 없었다. 거기서 글 쓰기를 멈추었다.

그때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겉으로는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 다른 생각이 떠 올라왔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이런 고생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냥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았으면 이렇게 흔들리지도 않았을 텐데. 굳이 먼 나라까지 와서.


그러다 내 불평은 영어로 향했다. 영어에 집중하느라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고. 그래도 영어를 놓을 수가 없기에 영어를 위한 계획을 또 세웠다. 하루 8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처음 이틀은 괜찮았다. 뭔가 해내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사흘쯤 지나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허리가 아프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머리로는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마음과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


그때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는지.

왜 자꾸 더 담으려 하는지.

왜 성취가 없으면 불안해지는지.

arno-smit-sKJ7zSylUao-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rno Smit

AI와 대화 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영어를 잘해서 남들에게 괜찮아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눈에 더 괜찮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없으면 견디지 못했다. 조회수가 낮으면 흔들렸고, 영어가 빨리 늘지 않으면 조급해졌다. 나는 삶을 살고 있기보다는 성과를 확인하려고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달 정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영어에 도전하고 있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있고 글을 써서 공모전에 출품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던 음식을 외국 사람들이 좋아해 준 덕분에 학부모들에게 음식을 팔고도 있다.

내 삶의 시간이 쌓이고 있었다. 돌아보면 이곳에 와서 나는 분명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영어도 그렇다. 여전히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지만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예전보다 더 듣고 더 말하려 한다.


느리지만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시선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눈이 달라지니 생각이 달라졌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나는 영어에 이렇게까지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고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 시간은 실패한 시간이 아니다. 서툴렀지만 움직여 본 시간이었고, 넘어졌지만 내가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여기는 끝이 아니다.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