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성취감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놀이터 같은 네덜란드 학교.
2024년 8월 19일. 아이들이 네덜란드 국제학교 첫 등교를 하던 날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한국 친구가 한 명 있어 조금은 덜 떨리는 얼굴로 교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딸은 눈물이 글썽거리며 엄마를 꼭 안았다.
"괜찮아. 엄마 아빠 여기 있잖아."
"나 못 가겠어. 엄마가 같이 가줘."
와이프가 아이를 데리고 선생님에게 가서 한 아이와 우리 딸의 손을 잡게 해주었다. 딸은 울음을 삼킨 채 교실로 들어갔다. 우리는 학교 문을 지켜보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아이들 생각뿐이었다. 영어 수업은 잘 따라갔을까, 점심은 굶지 않았을까.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최고야! 한국하고 완전 달라. 너무 재미있어.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아침의 아이와 오후의 아이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단 하루 만에.
아이들이 영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에 갔는데도 학교를 좋아했다.
1년간 지켜본 네덜란드의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학부모를 초대한다. 한국식 참관수업처럼 뒤에서 지켜보는 방식이 아니다. 아이들이 직접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돌아가며 부모에게 설명한다. 선생님은 지켜보기만 한다. 그 순간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부모 앞에서 설명하며 성취감을 느낀다.
시험도 다르다. <Cool Test>와 <Hot Test>가 있다. 수업 전 치르는 <Cool Test>는 아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맞히고 틀린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수업 후 치르는 <Hot Test>는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는 시험이다. 아이는 이 시험이 “재미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많이 틀렸지만 나중에는 더 잘 풀 수 있었다며, 성장의 기쁨을 이야기했다. 시험을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확인으로 만든 것이다.
겨울방학 전에는 전 학년이 함께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한다.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모두가 무대에 서고 부모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공연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환한 얼굴 속에 “내가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이 담겨 있었다.
학교 안 풍경도 달랐다. 교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앉아 수업을 듣는다. 책상에 앉아도 되고, 카펫에 앉아도 된다. 정해진 틀보다 즐겁게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생님과 아이의 관계도 다르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벽을 허문다. 이름은 동등함을 만든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권위가 아닌 동료처럼 대하며 존중을 배운다. 예전의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이 떠올랐다.
성적표 또한 특별하다. 학업 성취도는 1년간 배운 과목을 4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각 과목마다 세세한 문항이 적힌다. 여기에 학습 태도, 친구들과의 관계, 책임감 같은 학생 성향이 함께 기록된다. 마지막에는 교사가 반 페이지 분량으로 아이에 대한 관찰을 서술한다.
느슨한 학교 분위기와 달리 성적표는 세밀하다. 하지만 성적표는 결과가 아니라, 아이의 현재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이를 신뢰한다. 교사를 우리 아이를 가장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으로 존중한다.
한국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와 수학 레벨테스트를 본다. 때로는 고등학생들도 풀기 어려운 문제를 초등학생에게 던지며, 일찍부터 결과로 아이를 재단한다. 그 무게에 아이들이 짓눌리는 동안, 배움의 즐거움은 점점 사라져간다.
네덜란드 학교는 다르다. 과정을 존중하고, 성취감을 안겨주며, 동등하게 대우하면서 아이를 성장시키는 네덜란드 교육. 그 바탕에는 놀이가 있다. 초등학생에게는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래서 학교는 학습의 장이면서 동시에 놀이터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놀이터 같은 학교를 만들어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