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빨간불
부제: 인생의 빨간불이 켜졌다. 빨간 노트를 쓰자!
우리 모두가 삶에서 죽음을 향해 가고 있듯이 조직에 있는 우리 또한 퇴직의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영원히 살수 없는 것처럼 마냥 회사에 다니고 돈벌이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높을수록 회사의 문을 나서는 순간은 다가오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애써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던 대로 생활한다. 아니, 앞만 보며 여느 때 보다 맹렬히 질주한다. 그러다 어느 날 퇴사가 결정되면 팽팽한 고무줄이 탁 끊어지면서 질주를 멈춘다. 그리곤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리번 거린다. 무엇을 해야지? 무얼 알아야 되나? 회사밖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 직원만족부지요? 혹시 퇴직하는 직원들을 위한 웰컴 패키지 같은 것이 있을까요?” 퇴직을 몇 달 앞둔 어느 날 나는 퇴직직원을 전담 관리하는 부서에 기대 반 의심 반 전화를 하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닥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정보는 제공되나 각각의 케이스가 미묘하게 달라 통합된 정보나 사례별 최적안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 된다는 것이다.
먼저 회사문을 나선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경우만을 알고 있었고 그나마 조각난 정보를 알고 있을 뿐 통합적인 정보를 꿰고 있는 선배는 없었다. 난감했다. 특히 퇴직 후 느닷없이 당하는 건보료 폭탄에 대한 소문은 불분명하고 흉흉했다.
할 수 없이 전담노트를 집어 들었다. 일명 ‘빨간 노트’. 연초만 되면 여기저기서 주는 다이어리 중 하나였는데 우연히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다. 퇴직은 인생의 중차대한 변화의 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조직을 나서는 순간 멍청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대신해 줄 부하직원도 조직의 우산도 없다. 내가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의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해서 공부가 시작되었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이제 온실을 나서면서 알아야 되는 것은 무엇인가? 놓치면 낭패를 볼 것이 무엇인가? 신문을 보며 너튜브를 보며 전문 칼럼을 보며 꼭지부터 잡아갔다.
첫째, 회사에서 복지차원으로 가입해준 단체 실손보험 문제다. 회사를 나갈 때 즈음이면 거의 60세 전후다. 이 나이에 개인 실손보험을 들면 비싸고 보험커버도 약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병원을 드나들어야 할 텐데 문제다.
다행히 나는 10여년전 영문도 모른 채 친구따라 개인실손보험을 가입해서 단체보험과 중복해서 내고 있었다. 중복가입시 개인실손을 정지할 수 있었는데 무지와 게으름으로 방치하고 있었다. 고로 이문제는 O.K. 만약 퇴직전이고 개인실손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고려해 보자. 그러나 보험료의 과잉청구로 몸살을 앓는 보험사들의 방어로 보험조건은 옛날 같지 않다.
둘째, 퇴직금의 처리 방안이다. 물론 별도 퇴직금이 없고 연금만 수령하면 고민이 면해지겠지만 사기업출신은 이것이 중요한 이슈이다. 퇴직 후 월생활비를 준비해 두지 못했다면 퇴직원금을 축내며 살게 된다. 왠지 초조해 진다.
만약 장기근무로 퇴직세율이 높지 않으면 저율의 세금을 내고 퇴직금을 지급받아 대출을 갚고 월생활비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편하다. 목돈을 연금보험에 가입해 월생활비를 타서 쓸까? 아니면 수익성부동산에 투자할까? 아니면 분기별, 반기별로 정해진 배당금이 나오는 부동산 리츠, 채권에 넣어 둘까? 퇴직 전 평소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
아니면 기존 IRP와 묶어서 자산운영을 하면서 과세혜택을 볼 것인가? 그럴 경우 퇴직금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 IRP를 운영하는 은행, 증권사 중 어떤 곳이 나을까 ? 상대적으로 변동성과 수수료가 낮은 ETF와 상장리츠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어딘가?
여기에는 긴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퇴직 후 결정하기엔 너무 늦다. 금융기관직원의 권유를 맹종하지 말고 내가 감을 잡을 때 까지 공부하며 조금씩 분산하여 실행하자.
셋째, 개인연금 처리다. 그간 저축한 개인연금을 55세이상이면 연금으로 신청할 수 있다. 근데 이것도 좀 따져 봐야 된다. 당장 소득이 있다고 계속 불입해야 할까? 아니면 국민연금과 합산되어 종합과세대상이 되기전에 개인연금을 빨리 지급받아 털어버릴 것인가? 아직은 개인연금이 건보료의 책정기준에 포함 되지 않지만 과세당국에서는 이것도 슬슬 넣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나는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전 5년에 걸쳐 지급 받는 것을 선택했다.
네번째는 가장 어려운 건강보험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이다. 제도도 복잡하고 개인의 사정에 따라 부과기준이 다르다. 너튜브를 통해 맘먹고 공부해도 헷갈린다. 나의 빨간노트에 아날로그방식으로 적어가며 공부했는데도 완벽히 개념잡기가 힘들다. 아! 나이듦을 실감한다.
여러 차례 끙끙거린 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구조를 이해했다. 지역과 직장보험의 차이를 구별했다. 여기에 직장보험 가입자도 근로소득 외에 별도의 수입이 있어 정해진 한도를 초과할 경우 소득세액에 따른 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됨을 알았다.
현직 때 받아야 하는 성과급을 몇 년에 걸쳐 받는 내 경우 퇴직후에도 찔끔 찔끔 나오는 성과급으로 인해 나는 건보료를 이중으로 낸다. 수입도 줄었는데 생돈 나가는 것 같아 낼 때 마다 쓰리다.
더욱이 이 찔끔거리는 이연 성과급으로 인해 나는 자녀의 피부양자 자격에 아예 해당이 안된다. 금년 하반기 이후에는 피부양자격이 더욱 엄격해진다. (총자산3억 6천, 총 소득 연 2천만원이하만 피부양자 가능) 그런데 여기서 소득은 국민연금소득이 포함되고 자산은 공시가격임을 알자. 고로 국민연금이 시작된 첫해부터 가입한 경우 아예 피부양자 자격은 막혀 버린다는 뜻이다. 공시가격에 이내의 주택으로 갈아타는 것은? 노노! 빈대 막으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다행스런 것은 직전 직장에서 낸 건강보험을 3년간 동일하게 낼 수 있는 임의 계속가입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퇴직 후 건강보험 폭탄에 충격을 받는 직장인들이 한숨 돌리는 타임이다. 근데 이것도 퇴직 후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다. (고지서를 받고 2달내에 본인이 공단에 신청) 주위에 이 사실을 모르거나 놓친 사람도 봤다. 왠지 공단에서 적극 홍보하지 않는 것 같은 것은 내 기분일까?
만일 수익성부동산으로 월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는 임대사업자라면 지역보험료가 부과되는 방식을 정확히 아는게 좋다. 임대소득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실직소득으로 보험료가 부과 되는지라 이 수준도 관리되야 한다.
다음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2편에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