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내가 27년여 동안 교도관 생활하면서 처음 보게 된 최고령 수형자이며 아마도 전국 교정기관에서 최고로 연세가 많으신 분일 것이다. 교도소 수용 사실이 한 번도 없는 멀쩡한 분이 어떻게 교도소에 오게 되었을까?
언론에 보도된 내용 일부를 발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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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자 연합뉴스(김기훈 기자) "네가 모셔라" 자식 다툼에 흉기 휘두른 90대 아버지
자신의 부양 문제를 놓고 다투는 딸들을 보고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90대 노인이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미국 시민권자 A(95)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8일 오후 10시 20분께 서울 금천구 큰딸 집에서 막냇사위 B(42)씨의 목과 옆구리를 흉기를 찌른 혐의다.
A씨는 큰딸과 막내딸이 자신을 누가 모실지를 두고 다툼을 벌이자, 막내딸의 뺨을 때리고 허리춤에 숨겨둔 흉기로 이를 말리는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아들과 함께 미국에 살던 A씨가 지난해 12월 한국에 돌아오자 부양 문제를 두고 딸들 간에 평소 다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특히 막내딸 집에 머무는 동안 딸이 자신을 내보내려 한다고 생각해 막내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한 이유에 대해 "해코지를 당할까 봐 방어 차원에서 흉기를 챙겼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A씨는 현장에 있던 가족 중 한 명의 신고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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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인해 살인미수로 구치소에 수용되었는데 보호관계만 확실하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는데 6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교도소에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 96세 수용자가 우리 기관에 오게 된 사연을 얘기해주고 국립요양원(?)에 근무하는 우리가 잘 모시자는 얘기를 하자 표정들이 그리 좋지 않았다. 교도소가 국립요양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4년 여전에 치매에 걸린 노인수용자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부인과 헤어져 홀로 갖은 고생을 하며 아들을 키운지라 아들에 대한 정이 각별하였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치료감호소를 갔다 온 전력이 있고 힘이 장사인데다 기백이 넘쳐 젊은 친구들과도 거침없이 싸움을 하며 다른 수형자들과 툭하면 싸우고 다툼이 많은지라 담당실 바로 앞 독거실에 수용하고 틈틈이 대화도 나누곤 했는데 가끔 뭐하고 있나? 슬며시 들여다보면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옛날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근무를 서다 잠시 짬이 나면 치매노인네 거실 앞으로 가 "영감님! 노래 한자락 해 보세요" 하면 수줍어하며 "노래는 무슨, 노래 잘 못 불러유~"라고 대답했고 "듣기 좋으니까 한번 불러봐요"라고 내가 한번 더 재촉하면 구성지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앵콜을 하면 신이나서 몇곡을 더 부르곤 했다.
그렇게 몇 달 잘 데리고 있었는데 설날이 며칠 지난 어느 날 불교 집회에 가서 스님이 "설날 떡국 잘 드셨냐?"라고 물어보자 "떡국도 많이 주지 않으면서 뭘 잘 먹었다고 물어봐유?"라고 큰소리로 말하며 시비 걸 듯 대답하여 집회에 지장을 주었다는 이유로 조사방에 수용된 적도 있었다. 노인네와 대화하다 보니 아들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여 전화통화도 하게 해주고 내가 직접 아들과 통화한 적도 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여 그래도 자식한테 버림받은 노인네는 아니라는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었었다.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고령의 부모가 출소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들도 많이 보았다. 자식들은 치매 노인네나 고령에 병이 깊은 부모를 모시기에 부담이 많을 것이다. 요양원에 모시려면 경제적인 문제도 따르고 차라리 교도소에 있으면 교정 시설에서 무료로 삼시 세끼 잘 챙겨주고 아프면 병원에 내보내주고 한걱정 덜게 되는 것이다. 교도소에 오기 전에 국가에서 보살펴 줄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는 없는 것일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