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자식

by 지와 사랑

“그 아이는 입양한 아이지만 아내가 임신한 것처럼 헝겊을 배에 두르고 헝겊의 두께를 늘려가면서 10달이 되었을 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데려와 아내가 낳은 것처럼 해서 키운 아이입니다. 그렇게 소중하게 가슴으로 키운 아이가 어느 순간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황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결국 교도소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아이인데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가게 되어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제 아들을 성직자들이나 훌륭한 분들이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70대 후반 어르신의 애절한 자식 사랑이 담긴 구구절절한 내용의 편지가 내게 전달이 되어 내가 담당하고 있는 관할 작업장에 출력하는 수용자 H를 만나보았다. H를 만나기 전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르며 안 좋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눈빛이 선해 보였고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수 초범이었고 2년 전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태원 학원강사가 다녀간 것이 알려져 몇 달간 손님이 끊겼고 속상해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고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었고 앞으로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는 표정이나 몸짓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민원서신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였다.

좋은 마음으로 입양했는데 입양한 아이가 사춘기 때 방황하기 시작하여 계속 사고를 치며 부모를 협박하고 공포에 떨게 만들며 못된 짓을 계속하다 결국 교도소에까지 들어오게 된 사례도 있어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렸는데, 내 편견이었다.

20여 년 전 70대 후반의 부유해 보이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매주 접견을 오셨는데 손자가 고등학교 때 가정교사와 성관계를 맺고 결혼하겠다고 하자 부모가 결사적으로 반대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모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모가 사망하였는데 할아버지에게 혈육이 죽은 아들과 손자뿐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30년 넘게 수많은 수용자를 보면서 친자식, 입양한 자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이나 그밖에 주변 상황들에 의해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아침에 전화실 쪽에서 밝게 웃으며 걸어오는 H에게 누구한테 전화했냐? 고 물으니 아버지한테 하고 오는 길이라고 대답한다. 취업장에서 조장이 결원이 되어 조원들이 투표를 해서 새 조장을 뽑았는데 H가 조장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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